四. 대승과 테라와다 불교에서 Nibbāna에 대한 이해의 차이

 

 

What(집)이란 명제를 내어 놓고 How to(집을 짓는 방법)를 제시함은 중요한 일입니다. 집을 짓는 설계도와 연장, 재료, 각 분야의 기술자가 없이 집을 지으라는 것을 법에 비유한다면 전해져오는 가르침과 그에 따른 실참수행 없이 도과를 성취하고 닙바나를 실현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것은 후학들이 올바른 가르침과 정의와 그에 따른 지도가 없는 것은 애매함과 모호함 안에서 혼돈을 헤매다가 집을 짓되 결국은 혼자만이 웅크리고 앉는 둥지만, 도그마만 틀고 마는 꼴이 되고 마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닙바나를 실현해가는 여정인 도와 과의 성취를 위한 수행 여정을 흔히들 미지의 동굴탐험이나 밀림 지역을 헤쳐 나오는 데 비유합니다. 동굴이나 밀림 탐험 시 안내자가 없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지도가 없다면, 그 동굴탐험과 밀림의 여행은 상처투성이의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수행에서는 안내자를 선지식, 스승, 도반을 이를 수 있고, 나침반과 지도는 경전과 주석서 등을 의미합니다.

 

붓다는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세세하게 가르침을 주셨고, 대반열반경을 위시한 많은 경전을 남기시며 1970번이나 당부하심은 “Apamato-불방일” 이었습니다. Apamathena Sampadethati-불방일하고 정진하라 당부하셨습니다.

 

그러나 위의 당부 말씀을 꼭 그렇게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수행이란 원래 시작도 좋고 중간도 좋고 즐겁고, 끝도 좋고 즐거워야 하는 것입니다. 화두를 들고 냉방에서 온 몸에 얼음이 들고, 온돌방에서 엉덩이가 익어 좌복에 눌러 붙는 소위 용맹정진이란 말로 분골쇄신을 풀이한다면, 이는 붓다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붓다께서도 포기하시며 만류하신 고행일 뿐입니다. 가르침대로 지혜를 증장시키며 번뇌와 괴로움의 지멸(止滅)을 얻어가는 처음도 중간도 끝도 그 때마다 얻어지는 즐겁고 행복함이 함께 증장해야 합니다. 여기에 오직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Sati 하라는 당부만 있을 뿐입니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간화선의 참문과 테라와다 불교 수행시의 인터뷰-면담-의 차이에서도 이 점이 드러납니다. 언어도단이나 불립문자가 전제한 간화선의 진행과정이나 증득한 바의 보고인 참문에서는 “할, 죽비, 주장자”의 가르침 속에서 소위 견성할 때까지 3000번의 참문이 있어야 득도한다함에 비해 이곳 테라와다의 인터뷰 내용은 지극히 민주적이고 그것에 바탕한 커리큘럼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수행자의 수행기법 등이 가르침대로 인가부터 면담 시 점검하고 그의 시정과 보완, 조언을 거쳐 그 다음 단계로의 제시와 더불어 진행과정을 손에 쥐어주듯이 소상하게 지도하고 이끌어 주심이 큰 차이점이었고, 그러한 점들이 수행자에게는 너무 큰 감동으로까지 다가옵니다. 이렇게 수행자가 도과에 이를 때까지 Sayadaw-스승은 쉼 없이, 짜증 없이, 꾸중 없이 지도해 주시는 것이 테라와다 불교수행의 인터뷰입니다.

 

 

번뇌와 망상은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아니 위빠사나(vipassana) 수행에서는 “와서 보라”고 나타나는 법성이라는 점에서 좋은 도반이며, 스승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번뇌와 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기에 함몰되어 버릴 때는 잠을 자는 것보다 훨씬 더한 수행의 주적이 되어버림은 수행하신 분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같은 번뇌망상을 부수고자 화두 들고 용맹정진함도 분골쇄신함도 주적과의 싸움입니다. 자신과의 전쟁입니다. 화두참선의 끝점이 주적이 타파된 화두타파의 경지겠지요. 1700여 공안 중 조사가 내리신 화두를 참구하며 깊은 정(定)과 더불어 줄탁(啐啄)의 시기가 도래 되는바 동시성이 없을 때 어찌 화두타파가 되고 주적이 타파되겠습니까?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알을 깨 주는 명안종사(明眼宗師), 즉 어미닭이 이 시대엔 너무 희소하다는 데에도 시대적 문제점이 큽니다. 저의 좁은 소견으로는 100년 하 세월 같은 생각이 듭니다. 화두나 주적의 타파 없이 이상한 몸의 병, 마음의 병까지를 앓으신 분들의 사례도 많이 보았고, 어미닭 없이 혼자서 씨름해 보았던 제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기도 합니다.

 

오늘에 이르러 돌이켜 보면 위빠사나나 화두참선이나 수행에서 가장 큰 장애인 번뇌 망상을 죽이는 목표는 비슷하나, 그 길의 방향성과 질이 확연히 다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빠사나의 요체인 Real과 Fact(실재와 사실)를 따라가는 이 수행에서 그 대상이 “들숨 날숨”이거나, “배의 일어남 사라짐”이거나, “몸, 느낌, 마음, 대상”의 4념처 통찰이거나, 또한 4념처의 한 자락만 보는 “느낌”의 관찰이거나, 더 난해한 “마음으로 마음보기” 등이거나, “이 뭣고” 등의 화두를 들거나 간에 위 모두는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탐, 진, 치 3독에 오염되어 버린 번뇌와 망상을 멈추는 데 그 목적을 두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오는 괴로움의 지멸과 그와 함께 오는 귀빈인 정(定)-samādhi-을 얻기 위한 방편이며 각자 성향 나름의 기교일 뿐입니다.

 

각가지 수행 테크닉을 익히다가 테라와다 불교 미얀마의 마하시 수행법을 익힌지도 어언 십수년, 마하시 사야도의 가르침에 따라 그 기법의 주 대상인 “배의 일어남 사라짐”과 “왼발, 오른발”의 sati 수행을 익힐 때 저는 그야말로 한방에 꽂혔다 할까요, “바로 이것이구나!”의 감탄에 깊이 빠져 익혀감에 그간의 대승의 시절부터 달려온 수행의 긴 여정을 돌이켜보며 지난 시간의 수행들에 너무나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옛 도반들과의 많은 논쟁도 피하지 않고 핏대(?) 세워가며 담마 토크를 벌였던 때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듭니다.

 

수행자의 각자 테크닉은 어떻든 수행자의 성향과 주위 환경업에 따라 결정되어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도반과 좋은 선체험 선지식을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음도 그 분의 업의 영향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도반과 스승은 완성이다”라고 말씀하신 붓다의 완성이란 닙바나의 실현입니다. 앞서 말한 도반과 스승의 조건이 수행자의 성향에 따라 수행기법이 결정되게 됨은  닙바나에 접근성이 올바르냐 그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즉, 닙바나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바로 가느냐, 빙빙 돌아가느냐의 차이입니다. 이 길을 에둘러 돌아가야 되겠습니까? 돌다 보면 현기증 때문에 미궁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것을 걱정하며 붓다는 좋은 스승, 좋은 도반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위 두 가지가 바로 올바른 기법으로 올바르게 인도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때로 이곳 수행처에서 대승권의 스님들과 조우하게 됩니다. 대체로 기도로부터 시작해, 아미타불정근, 관세음보살정근, 나아가 화두참선의 경력까지 갖추신 분들과의 담론에서 저의 위빠사나, 아니 마하시 사야도의 가르침인 순수 위빠사나의 우월성 논조에 무척 못마땅해 합니다. 그러나 이 논조에 대한 반박의 여지도 없이 그 분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아, 나는 반생동안 아니, 그 이상의 세월을 비불교적 풍토에서 헛고생했다는 것인가?”라는 아쉬움의 그늘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의 화법이 직설적이고 부드럽지 못하며, 심한 비판의 잣대를 대는 것에 dosa(성냄)까지 일으키는 모습도 뵀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도그마의 성이 깨지고,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의 깊이를 익혀 가십니다. 흔히 말하는 시절 인연이 되어 올바른 붓다 직설을 듣게 된 것입니다. 반생이 아니라 한생이 다 돼 간다 해도 법을 만나게 되고 받아들이는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입니다. 즉, 법을 만나는 시간은 ‘빠르고 늦고’가 없다는 것입니다. 알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이 같이 점차로 얻어지는 안락과 평온-samādhi-가 탐, 진, 치와 그에 따른 번뇌를 깔고 앉아 있음이 용수철을 깔고 앉아 있는 것처럼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적인 번뇌망상의 소멸이 목적이지, 깔아뭉개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곳 수행의 나라 미얀마에서도 고요를 닦는 samatha 행자들과 가끔 담론을 벌일 때도 있었습니다. 담론 중에 혹은 일상의 대화에서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듣게 되면 그분들이 깔고 있는 용수철이 여지없이 튀어 오름을 봅니다. 그러나 위빠사나 수행자들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그들은 대략 시와 비(是非)를 떠나 있습니다. 그 차이점은 samatha와 vipassana 수행의 본질의 문제입니다. 번뇌와 망상, 괴로움의 측면에서 samatha는 고요로서, 그걸 눌러놓고 있는 상태인데, 정(定)에서 나오게 되면 용수철의 반작용이 일게 되는 것이고, 위빠사나는 번뇌, 망상, 괴로움 등 그와 같은 용수철을 sati-알아차려 버립니다. 모든 현상들은 “알아차리면 사라진다”는 것을 아는 이가 위빠사나 수행자입니다. 마음은 두 순간을 머무르지 않습니다. 한 순간 그것도 한 찰라에 한 가지 대상을 아는 것뿐이라는 마음의 역동성을 너무나 잘 아시는 분들이지요.
시비분별에 앞서 “올 것이 왔구나”, “그럴만해서 그렇네” 하고 알아차릴 뿐 거기에 끄달림이 없습니다.

 

더욱이 상대가 걸어오는 시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거기에 반응함은 어리석음의 소치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재빨리 알아차리고 순응하며 이해합니다. 반하여 댓거리 함은 번뇌와 망상에 따른 괴로움을 일으킴은 위빠사나 행자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는 분들이지요.
닙바나에 대한 대승과 테라와다의 개념정립, 접근방식, 수행의 과정 등을 개괄적으로 설명 드렸습니다. 물론 본 글도 제 견해로 혹은 편견으로 치부해 버리시되, 한번쯤 되짚어 보신다면 더 없는 보람이겠습니다.

 

 

본 장의 끝머리에 이 말씀은 조심스럽게라도 꼭 하고 싶은 말입니다. 대승불교나 테라와다 불교의 극명한 차이점도 함께 말입니다. 이번에 불교의 모 매체에서 “한국불교는 불교인가?”라는 명제를 걸고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명제조차도 한국불교에 너무나 도전적이고 과격한 것이었습니다. 귀국 후 들어보거나 그 결과를 입수하기 전 저의 견해를 몇 마디 쓰고자 합니다.

 

그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 토론의 특성처럼 수많은 문제만 제기할 뿐, 거기에 대한 대안이나 행동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흔한 말로 용두사미가 될 것이란 생각이 저만의 것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본질이나 그 추앙신도의 성향들이 저만의 걱정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전래방식과 전개과정, 즉 한국불교의 역사를 조금만 고찰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견해가 저만의 것이 될 수 없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추앙되고 있는 제불보살들이 Hindu의 영향 아래 무차별적으로 도입되고 극히도 관념적인 신앙의 체제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은 서글프기도 합니다. 결론은 불교를 한답시고 비불교에 빠져 있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바꿔나갈지를 크게 걱정할 일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불교는 수행풍토가 영근 불교인가를 부제로 제시합니다. 진리라는 것은 불변의 특성을 원칙으로 고수되어 오는 것, 한국불교의 각 종단들, 중국불교, 티벳불교, 일본불교도들의 학자들에게서 가끔 강의를 듣던 중 자기들이 주장하는 학설이 업그레이드된 불교라고 기염(?)을 토하시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과연 그러한가? 무상정등각자(無上正等覺者)의 수승한 위없는 가르침이라고 붓다의 교설을 칭송하고 외쳐대는 그 학자님들도 공감하고 있는데 과연 이 가르침에서 무엇을 빼고 덧붙일 수 있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진리를-붓다를 때로 덧칠하는 일일 뿐입니다. 이는 교설의 받아들이는 바로미터가 바르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극한점이 진아(眞我)를 주창하는 이까지 나왔고, 그 정점의 한분이 한국불교의 중요한 지위에 있는 현실이니... 진아가 붓다의 가르침인가? 인도 창조신의 하나인 Brahman의 Atman 사상을 붓다의 가르침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Atman의 사상은 붓다 재세 시 육사외도들마저 이 사상을 거부하고 논박하였으며, 특히 붓다는 이를 무상의 합리적 논증으로 무아를 증명하고, 뒤이어 대승불교에서 3법인이라는 무상(無常, Anicca), 고(苦, Dukkha), 무아(無我, Anatta)의 교설을 확립하셨으며, 이 같은 3법인이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vipassana magga(위빠사나도)로까지 정립되었는데 진아라니요. 이곳 미얀마에도 “냐나”라는 비쿠가 1970년도 중반에 무아를 부정하는 그러나, 진아를 들출 정도도 아닌 비아의 사상을 뇌까리다가 상가에서 치탈도첩(褫奪度牒)을 당하고 당시 군부의 미움까지 받아 10년의 수형생활까지 당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그들이 소위 “거룩한 스님”일 수 있을까요? 외도중의 외도들로 소위 업그레이드란 명목이나 무지의 소치로 법을 훼손하고, 호도하고 있는 현실이 그 표본으로 한국불교의 면면에서 너무나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명제 이전에 눈 밝은 이들의 아우성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한국불교 중심 종단의 적폐청산 여러 가지를 들어 수많은 재가불자들과 깨어 있는 스님들의 절규에 이른 촛불시위나 언론매체들의 비판의 소리에 일언반구의 답이 있다거나, 스스로 자정을 위한 정화운동이 내부에서 일고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한국 불교의 거룩한 스님들의 자세에 과연 붓다 가르침의 진수인 참수행의 풍토가 이어지고 진행될 수 있는가 하는 마당에 서글프기 짝이 없고, 수백만 불자들이 불교를 이탈해가고 남아 있는 불자들마저 움츠러들게 하고 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1990년 초부터 밀려들어온 테라와다 불교가 아직은 미미하기 그지없으나, 식자들 사이에 수행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위시로 그 저변확대가 이루어졌습니다.

 

국내 테라와다 불교는 여러 도와 시에 자리 잡고 있으나, 철저한 자율보시의 가르침과 그 정신에 의해-겁주고 소원성취 등의 굿판 벌이는 혹세무민이 없이-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따른 자율보시로 운영되다 보니 그 재정은 열악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한 끼 공양을 의탁하는 것마저 불편한 실정입니다. 그러나 그 세는 점점 커가고 있어, 불행 중 다행입니다. 머릿속이 고프신 분이 아니고 무상, 고, 무아의 진리에 마음이 고프신 불교 수행자님들은 무아를 깨치겠거든 찾아들 가십시오. 이 시대에 진정한 Saranam-귀의처가 될 것입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말씀드린 글이 너무 장황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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