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스님의 불교행복론 14
Ⓒ 장명확
무술년 백중 이 곧 다가 옵니다.
많은 절에서 또는 개인적으로 백중 49일 기도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런 백중 기도를 통해 우리는 현생의 부모님을 비롯한
인연 모든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윤회의 세계에서는 태어날 때마다 부모님에게 의지하기에
이생의 부모님을 비롯해 과거 삶의 수없이 많은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이러한 많은 생의 부모님은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그들 중 혹시 나를 낳아 기르고 돌보다가 짓게 된 악업으로 인하여
나쁜 곳에 떨어져 괴로움에 빠진 분이 계신다면
나는 이 모든 전생과 금생의 부모님들의 극락왕생을 도와드려야 할 것입니다.
모든 중생은 시방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스스로 극락세계에도 갈 수 있는 존재이건만
집착을 하면 그 집착대상에 붙들려서 대상에 매입니다.
우리 주위에 돈과 재물, 명예, 가족, 애인, 원수 등 집착의 대상은 많습니다.
태국의 전설적인 수행자 아짠 문 스님께선
착하고 신심 있는 삶을 살았으나 자기들이 세우려했다가
완성하지 못한 탑에 집착해서 탑 주위를 맴돌게 된 자매 영가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설법을 하십니다.
사원의 건물, 길, 또는 다른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라.
시주를 통해 세워지고 분배된 탑과 건물 등은 단지
공덕을 쌓는 사람들의 목적을 공고히 다져 주는 수단일 뿐이다.
그것들은 그 자체가 공덕도 아니며,
천상의 세계 또는 열반의 행복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은 점차 허물어져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탑을 짓거나 기부함으로써 얻어지는 공덕은
그들의 마음속에 남는다.
성인(聖人)의 과(果)와 열반을 체험하는 것은 마음이지
벽돌이나 돌, 또는 여타의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다.
그대들이 완성하지 못한 탑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탑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은 곧 그것에 집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탑을 세우는 것이 공덕의 근원이기는 하다.
그러나 집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집착의 결과로
그대들이 태어나야 할 다음 세상에서
전생에 쌓은 공덕의 열매도 거두지 못하고,
이제껏 전생의 일에만 매달려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이 쌓은 공덕이 스스로의 집착에 의해 방해받지 않아야,
그대들은 더 좋은 세상에 충분히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마음을 바꿔
전생에 쌓은 공덕에 합당한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록 하라.
벽돌과 돌을 그대들 마음에서 떨쳐버려라.
그러면 곧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들이 지었던
공덕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빠사나의성자 아짠문 중)
이 설법을 듣고 자매영가는 탑을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고
자신들이 생전에 지은 업에 합당한 세계로 태어나게 되었다 합니다.
무술년 백중기도의 발원은
우리의 모든 선망 부모ㆍ형제ㆍ자매들께서
좋고 나쁜 것들에 대한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조금 더 좋은 세계에 나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덧없고 부질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림은 물론이요.
좋은 법에 대한 집착조차 초월하는
좀 더 높고 좋은 경지를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집착 없는 무량공덕 이루시길.
먼저가신 이생과 다겁 전생의 모든 부모님이시여 행복하소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