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교실밖’ 시리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수능 1세대인 우리들(94학번)에게 선생님은 다양한 교양도서를 읽으라고 이야기했지만, 막상 선생님들조차 수능의 방향을 알 수 없었던 지라 독서지도는 그야말로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때 교과서와 연관된 『교실밖 국어여행』, 『교실밖 지리여행』 시리즈는 중고생들 사이에서 돌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때 참 아쉬웠던 것은 왜 ‘교실밖 불교여행’, 혹은 ‘철학여행’은 없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원효스님의 일승사상은 해골바가지에서 흘러나왔고, 철학은 철학관에서 이루어지는 줄 알았던 멍텅구리 시절, 우리에게 불교는 너무도 생소한 대상이었다.

최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불교관련 내용들을 가려뽑아 풍부한 해설을 덧붙인 흥미진진한 책이 나왔다.

『불교, 교과서 밖으로 나오다』

김형중 동대부고 교법사가 집필을 했으니, 중고생을 위해 더 이상 재미있게 불교 이야기를 들려줄 이야기꾼이 어디 있으랴. 게다가 아버지의 불교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들 문수 군이 어엿한 대학생 김문수 씨가 되어 아버지와 함께 집필을 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불교이야기, 그리고 그 아들이 자신의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불교이야기 『불교, 교과서 밖으로 나오다』는 단순히 수험생들의 학습 도우미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 교과서 속의 모티브를 이용해 재구성한 또 한 권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수험생은 물론 일반 불자들에게도 유용한 불교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또한 불교문화재에 얽힌 다양한 역사적 배경과 지식들이 포함돼 있어 일반인들에게도 유익한 도서로 평가된다.

그리고 부록에서는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타난 불교관련 내용의 오류와 편향성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법사단장을 역임하면서 그동안 교과서 내 불교관련 오류들을 지적해온 김형중 교법사의 수년간의 노고가 오롯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에 재학중인 김문수 씨가 책 중간중간에 발췌수록한 행정고시와 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들을 함께 풀어보는 것도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