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법사가 한 기업체에 초청돼 강연을 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 기업의 불자모임에서 부처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강연을 한 법사가 깜짝 놀란 일이 일어났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기 모이신 분들은 불교와 인연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혹시 불교의 교주가 누군지 아시는 분 손들어보세요’라고 했더니 100여 명이 넘는 인원 가운데 10여 명만 손을 들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나 뻔한 질문이라는 불쾌감 때문에 손을 들지 않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게 아니더라는 것이다. 정말로 불교의 교주가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꽤 있더라는 것이다.
유교의 교주가 공자님이고, 천도교의 교주가 최제우님이고, 원불교의 교주가 소태산님이라는 사실은 대개 알면서도 불교의 교주를 불자라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모른다? 잘 상상이 가진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 게 솔직한 현실이다. 그들이 석가모니를 모를 리 없겠지만, 불교의 교주가 석가모니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단박 말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 부처님을 전지전능한 신으로 여기는 불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부처님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고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왠지 그 앞에 가서는 자신도 모르게 신으로 여기고 온갖 소원을 들어달라고 보채는 것이 중생심이다. 솔직히 이런 현상은 그리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부처님을 정말로 다른 종교의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는 이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신과 관계가 있다. 종교의 창시자들은 신을 자처하거나 그 계시를 받아 신과 같은 반열에 있다고 선전한다. 신을 두지 않으면 종교가 아니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불교도 그런 종교 중의 하나로 알고 있다. 이는 불자들 중에도 마찬가지다.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은 인간의 위치를 벗어난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 물론 부처님은 어떤 신보다도 더 위대한 분이지만, 그분에게 가피를 빌면 어떤 어려움이나 슬픔도 다 해결해주는 서양종교의 신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재하는 신과 같은 분이 되어 있다. 어지간한 절에는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주는 절, 소원성취 도량 등의 수식어가 당당하게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새 불교가 소원성취교로 둔갑한 것이다.
워낙 완벽한, 완전한 삶을 살아가신 분이라서 흠모의 마음과 존숭의 마음이 커지다보니 마침내 신성하고 절대적인 존재라고 믿게 된 것이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절대화된 부처님만 남고 그 가르침은 뒷전이 현실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는 불교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절대화된 믿음은 자칫 부처님의 참다운 면모를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방해로 이어진다.
이런 불교계의 일탈된 신행풍토를 고민해온 불교계 저명한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홍사성씨가 10여 년 전부터 해온 불사가 있으니, 그것은 부처님의 본래모습에 덧씌워진 신화의 안개를 벗겨내는 일이다. 어느새 전지전능한 신이자 절대적 주재가가 되어버린 부처님을 우리 곁에 역사적으로 왔던 훌륭한 스승이자 가장 지혜로운 이,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넉넉한 사랑을 갖췄던 이로서 새롭게 조명하는데 꽤 오랜 세월을 공들였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와 『마음으로 듣는 부처님 말씀』의 2권의 단행본 아함경 시리즈이다. 이 책들은 어지간한 스님이나 재가자들의 필독서가 됐다. 그만큼 부처님을 느끼고 가르침의 핵심을 간추려 아주 요긴한 내용들을 발췌해 정리해놓았기 때문이다.
홍사성씨가 이번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세 번째로 낸 책 『날마다 읽는 부처님 말씀』(우리출판사)은 증일아함부 경전을 읽고 해설한 아함경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아함부 경전의 전도사’라는 그의 별칭을 영원히 굳히는 역작인 셈이다.
때로는 부모님같고, 때로는 스승과 같고, 때로는 형제나 좋은 친구와 같은 부처님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보람된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1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