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
월호 지음, 쌤앤파커스
288쪽, 1만4000원

불교방송과 불교TV에 출연하는 방송인으로,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강의 진행자로 정평이 나 있는 월호 스님이 ‘행복’이라는 주제를 들고 우리 곁으로 왔다.

지금까지 불교 경전 강설, 참선, 웰다잉에 대해 다뤘던 것과는 달리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누군가 정해놓은 삶의 틀 안에서 행복을 성취하는 것은 어려운 일. 지식과 돈을 쌓으려고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움켜쥐고 삶이 버겁다 말한다. 우리는 본래 자유롭고 어디에도 매인 적이 없다. 이것을 깨달아야 물질과 종교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직접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고 스님은 말한다.

스님은 독자들에게 ‘누가 묶었나요?’라고 묻는다. 대답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답을 전한다. 아무도 나를 묶지 않았지만 스스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번뇌를 꽉 움켜쥐고서, 고통에 사로잡혀서 ‘내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어떤 것도 본디 ‘내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실체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스님은 “자승자박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생사를 초월하고 현실을 담담히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라며, “이것을 전해주는 것이 최상의 자비”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고민을 떨쳐버리고 행복을 발견한 사람들의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또 불교에 대해 잘 몰라도 경전에 실린 이야기와 스님의 경험담을 통해 인생의 반짝이는 진리를 만날 수 있다. 예컨대 숲속 비구의 일화를 통해 《자애경》을 배우고, 비틀스의 음악을 통해 《법구경》을 이해하며, 말리카 왕비의 이야기를 통해 《잡아함경》에 담긴 지혜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편집돼 있다. 1장은 트라우마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2장은 행복을 두 배로 키우는 마음 습관을 가르쳐준다. 3장은 내 인생을 후회가 아닌 충만함으로 채우는 법을 소개하고, 4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의 수행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듣는 법을 알려주며, 5장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의 길을 안내한다.

여기에 더해 책 곳곳에서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짧은 글 40편과 작가 필몽의 수묵 일러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책과 함께 삶의 진리를 향해 가다 보면 스스로 묶어놓은 마음이 툭 열리는 자유와 기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