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밀리언셀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박돈규 지음, 북오션
280쪽, 1만5000원

해마다 약 4만 종에 이르는 신간이 출간되지만, 어떤 책이 ‘대박’ 날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좋은 책이어도 묻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왜 이런 책이 ‘대박’인지 알 수 없는 책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간지 문화부기자 출신의 저자 박돈규는 밀리언셀러, 즉 100만 부 이상 팔린 책들이라면 분명 여느 책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평소 책을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지갑을 열게 하는 까닭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간 많이 팔린 책으로 꼽히는 책 20종을 모아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았다.

웹툰(webtoon)으로 출발한 만화가 윤태호의 『미생』은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출판사의 뚝심과 tvN 드라마 ‘미생’의 엄청난 반향에 힘입어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2003~2004년 국민의 기상 시각을 앞당긴 번역서 『아침형 인간』, 2008~2009년 엄마의 실종을 통해 엄마를 재발견하게 해준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2010년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2011~2012년 20대를 위로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소설로 비춰준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는 서점에 깔리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신드롬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속도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1Q84』는 예약판매만 3만 부에 이를 만큼 대기수요가 많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나무』는 충성 독자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자기계발 복음서 『시크릿』도 책이 인쇄소에 들어가 있는 동안 “언제 나오느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출간 11년 만에 밀리언셀러로 등극했고,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역사라는 무거운 글감을 대중적 만화로 풀어내기까지 13년을 쏟아부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새천년을 맞이해 서양 문명에 대한 관심, 컴퓨터게임과 판타지소설의 배경이 되는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타이밍을 절묘하게 잡아냈다. 심승현 작가의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출판 시장에서 가벼운 책 읽기의 시작을 알렸고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트위터라는 문명에 힘입은 바 크다. 이미나 작가의 『그 남자 그 여자』는 인기 라디오 방송이 밀리언셀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저자에 따르면 소수의 취향, 욕구만 충족해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르려면 대다수 대중의 마음을 흔들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밀리언셀러는 사회와 시대를 읽는 렌즈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밀리언셀러를 들여다보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욕망하는지, 어떤 것에 기뻐하고 행복해하는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하는지가 보인다. 나아가 사회 변화의 거대한 흐름과 문화 변동의 양상이 보인다.”면서 “21세기 한국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책들을 통해 밀리언셀러가 탄생하는 과정과 배경,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