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 ‘평화의 불’ 이운 여정 생생히 담아

혜자 스님 “155마일 철책선에 평화의 불‘ 밝히겠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평화의 불 수놓다
선묵혜자 지음, 촬영 / 배성호 노각현 홍찬문
시간여행, 324쪽, 2만5000원

부처님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에는 ‘평화의 불’이 항상 타오르고 있다. 네팔의 영산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자연 발화하여 3,000년 동안 타오르고 있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과, 세계 53국의 불이 합쳐져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타오르고 있는 ‘평화의 불’을 합화한 것이다. 룸비니 ‘평화의 불’은 유엔이 정한 세계 평화의 해인 1986년 11월 1일, 네팔 가넨루러 비터 왕세자가 세계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점화했다. 세계평화에 대한 전 인류의 기원을 담은 이 불은 자비와 평화의 화신으로서 이 순간에도 세상에 빛과 온기, 평화에의 희망을 뿌리고 있다.

이 ‘평화의 불’이 지난 2013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남북관계가 부쩍 경색되었던 바로 그해였다. 한 스님이 이 ‘평화의 불’을 한반도에 가져와 그에 담긴 자비와 평화의 마음을 방방곡곡에 퍼뜨리자는 서원을 세웠다. 1,300년 전 신라 혜초 스님이 불경을 이 땅에 가져오기 위해 머나먼 천축으로 향한 것처럼, 선묵혜자 스님과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기도와 순례의 길을 떠났다.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 성지인 룸비니에서부터 혜초 스님이 걸었던 ‘구법의 길’을 역으로 순례했다.

그해 4월 네팔의 람바란 야다브 대통령의 손으로 우리 순례단에게 공식 전달된 평화의 불은 티베트- 신장위구르-파키스탄 국경지대-타클라마칸 사막-투루판-둔황-난주-서안-청도를 거쳐 뱃길로 한반도에 이운되었다. 2만k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거리. 여정마저 수월한 곳이라고는 없다. 당장 무너질 듯한 절벽 위의 해발 5,000m 도로, 소리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깊은 협곡, 햇빛이 이글거리는 사막…. 고산증으로 고역을 치르거나 사막을 건너다 불씨를 담은 화로에 피부를 데기도 한다. 청장열차를 탈 때는 규정상 화로를 들고 탈 수 없어 해프닝도 겪는다.

수행자와 순례단, 모든 이들의 간절한 발원을 모은 평화의 불은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반도 정전 60년을 맞아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에서 열린 ‘분단의 벽을 넘어 평화를 꿈꾸다’ 행사에서 힘차게 우리 하늘을 향해 타올랐다. 이후 평화의 불은 108평화보궁 도선사에 안착해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의 방문을 받고 있다. 선묵혜자 스님은 이후에도 평화의 불을 전국 60여 곳의 기도 도량과 충주 중앙탑 공원, 해외 사찰 등에 분등하며 자비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평화의 불 수놓다』는 그 평화의 불 이운의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엮어낸 책이다. ‘평화의 길’ 위에서 분쟁과 갈등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기도와 염원 또한 담았다. 평화의 불을 모시고 온 과정을 전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KBS TV 특집 <룸비니에서 DMZ까지 평화를 수놓다> 다큐멘터리 팀의 사진을 곁들였다.

선묵혜자 스님은 8일 서울 종로 관훈동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남북한 불교계가 공동으로 복원한 금강산 신계사를 비롯 북녘의 보현사, 광법사, 성불사 등 주요 사찰에 평화의 불을 밝히고 남북화해와 평화를 기원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님은 조계종군종교구와 협의해 남북분단의 상징인 철책선 155마일 33곳에 평화의 불을 밝히려는 계획도 공개했다.

“서해안 백령도에서 강원도 간성 전망대까지 평화의 불을 수놓으며 남북의 평화통일을 발원하고자 합니다. ‘평화의 길’을 따라온 간절한 염원이 저 북녘 땅에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