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에게 우유를 먹이는 방법 = 아직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이라 사람들이 무료하게 지하철을 기다릴 때인 2000년의 어느 날, 지하철역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포스터가 부착되었다. 바로 ‘풍경소리’다. 풍경소리는 게시되자마자, 사람들의 가슴에 훈풍을 불어넣어주고,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주며,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한 번쯤 생각하게 해주는 글과 그림으로 시민들의 눈과 발길을 사로잡았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두 번씩 바뀌는 풍경소리 게시판은 그렇게 시민들의 마음에 조금 씩 조금 씩 여운을 남기며 친근한 혹은 기다리는 매체가 되었다.
그렇게 17년 동안 쌓인 글들 중에서 대중의 마음에 더 가깝게 다가갔던 100개의 이야기를 가려 뽑아 그 성격에 따라 네 개의 장으로 엮었다. 첫째 장 ‘돌아보기’는 우리의 삶과 인생을 돌아보며 내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둘째 장 ‘바라보기’는 우리 마음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날뛰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이야기들을, 셋째 장 ‘통찰하기’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견지하면 좋을 삶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들을, 넷째 장 ‘알아차리기’는 언제 어디에서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마음챙김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주제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목표하는 것은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다스리고 알아차려서’ 개인과 공동체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나와 같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한다.
여기에 전각으로 유명한 고암 정병례 선생과 동양화가 박준수 선생이 각각의 이야기에 맞는 그림을 그려 넣어 여운을 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마치 독립된 한 권의 작품집을 보는 듯한 맛과 풍취를 전해준다.
운주사, 216쪽, 1만3800원
◆ 무량수전에 말 걸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조 건축물, 무량수전. 부석사에 숨겨진 조상들의 문화 코드를 찾아 떠나는 답사기이다. 부석사 여정에 앞서 저자는 부석사와 수미산 구조를 설명하며, 이런 구조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부석사에 오르면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인다고 친절히 안내한다.
그를 따라 단풍이 곱게 든 길의 시작에서 일주문과 천왕문을 만나고, 아름다움의 극치인 무량수전과 안양루, 범종루, 조사당 등을 함께 둘러보면서 곳곳에 숨겨진 옛 건축가들의 문화 코드를 찾다보면 부석사가 왜 아름답고 소중한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답사 중간중간에 아미타불에 대한 이해나 팔작지붕, 공포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들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답사에 양념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시작은 저자인 월계고등학교 전광철 교사와 제자들의 여행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수많은 답사를 다녔고 부석사를 공부하면서 부석사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부석사를 오가며 부석사에 대한 이해는 깊어졌지만, 부석사를 그저 스쳐 지나가듯 훑어보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가슴 한켠의 그러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모여 한 권의 답사 책으로 만들어졌다. 놀랍게도 부석사에 관한 본격적인 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글쓴이가 사명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회세상, 192쪽, 1만3000원
◆ 경이로운 부재 = 영국의 출판그룹 왓킨스 산하의 매거진 왓킨스에서 발표한 ‘2011년 세계의 영적 지도자 100인’ 중 최연소 지도자로 선정된 제프 포스터의 가르침을 담은 명상 에세이이다.
제프 포스터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을 공부했다. 한편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허무감에 빠져 있던 그는 20대 중반에 진지한 영적 구도자가 되었다. 그 후 수많은 영적 서적을 탐독하고 다양한 수행법을 실천해 보았으며, 온갖 종류의 영적인 체험을 했다. 그러다가 오로지 공(空)만이 실재한다는 것을 깨쳤고 이것으로 구도의 길이 끝났다고 여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 후 어느 날 미세하게 남아 있던 ‘나’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는 어디에도 분리가 없음을, 오직 불가사의한 ‘이것’뿐임을, 텅 비어 있음이 완전한 충만함임을, 평범한 삶이 바로 유일한 기적임을, 지금 이 순간은 언제나 충분했음을 깨닫게 되었고, 모든 것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며, 마침내 그의 영적 추구도 끝이 났다.
그의 가르침은 단순하다. 그는 참된 자기 자신은 무엇인지를, 영원한 진실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발견하여 자유를 되찾도록 사람들을 돕는다. 그는 잡다한 곁가지를 쳐내고 문제의 핵심으로 곧바로 들어가며, 단순하고 명료하면서도 따뜻한 언어로 자신이 보는 존재의 진실을 정직하게 가리켜 보인다.
책은 8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장에는 Conscious TV와 나눈 인터뷰가 실려 있다. 궁극의 진실을 가리키는 언어의 향연과 같은 책이므로 진리를 알고 싶은 독자들과 진지한 구도자들에게는 단비처럼 반가울 책이다.
침묵의향기, 288쪽,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