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연, 17일 종교문화포럼
한국종교문화연구소(소장 장석만) 12월 종교문화포럼이 12월 17일(토) 오후2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에서 열린다.
‘근대 한국 불교지식인의 과학 개념과 과학기술 수용’을 주제로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 제1발표를 맡았다. 논평자는 김호덕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제2발표는 공만식(King's College, London) 박사의 ‘음식의 맛과 양: 그 불교 이론과 실천체계’이다. 논평자는 이민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문의 = 02-886-2480
다음은 주제 발표 요지이다.
♥ 근대 한국 불교지식인의 과학 개념과 과학기술 수용/ 민순의
근대 동아시아 지식사회의 일반적인 에토스는 진화론에 입각한 적자생존의 사상이었으며, 이 속에서 불교지식인들은 불교의 존재근거를 찾고 타 종교와의 경쟁 속에 포교론을 전개하면서 불교 자체의 개혁을 위해 궁리하였다. 그들의 목적은 불교의 변증(辨證)과 복권(復權)에 있었고, 그것을 위하여 과학과 철학이 동원되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일본과 중국의 영향을 받아, 근대 서구의 합리주의적 세계관을 과학의 내용으로 간주하고 사회진화론을 근대성의 이념적 무기로 삼는 동아시아 지식사회의 일반적인 경향을 공유하였다. 나아가 불교를 ‘철학적 종교’로 지칭하며, 기독교보다 우월하며 한층 더 근대적인 성향과 가치를 보유한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 속에서도 한용운 같은 이는 불교와 과학의 이론적 성격을 더욱 밀어붙여 불교의 인과론적 연기설을 과학 그 자체로 해석함으로써 과학을 불교적으로 재발견―또는 불교를 과학적으로 재발견―하였던 반면, 일군의 대중불교운동가들은 타종교에 대한 불교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적극적인 대중포교 활동에 나서면서 과학기술과 신문물을 일부 전략적으로 활용하거나 사회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의 차이를 노정하기도 하였다.
한편 대중포교와 사회사업의 결과 과학기술과 신문물은 불교신자 대중에게 익숙한 풍경이 되었지만, 이것이 과학문명에 대한 호감과 긍정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중일전쟁의 와중에 조성된 흥천사의 감로탱에는 전쟁무기 뿐 아니라 자동차·기차·전신·전화 등과 같은 평이한 기술문명의 이기(利器)까지 지옥도의 구성물로 등장하여, 당대 불교대중 일반이 기술문명에 대해 가졌던 모종의 반감을 짐작케 하기도 한다.
해방 이후 역사를 이어 온 한국불교계는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자연과학적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불교교리에 접목하려는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럼으로써 근대 도입기에서처럼 불교의 과학적 성격을 다시금 확인함으로써 타종교에 대한 우월적 자의식을 쟁취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과학을 합리주의적 세계관으로 명명하고는 불교의 합리적 인과론[연기설]을 그와 유비시키거나 과학기술의 신문물을 방편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학에 대한 본격적 이해와 수용 그리고 그에 대한 불교교리적 해석과 접목을 통하여 불교의 과학성을 증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근대기와 차이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음식의 맛과 양: 그 불교 이론과 실천체계 / 공만식
지금까지 불교학의 주된 음식 관련 이슈는 주로 전통적으로 불교학이 자주 다루어 온 주제, 즉 초기불교에 있어서 붓다의 마지막 식사나 대승불교의 육식과 오신채를 금지하는 베지테리언니즘 관련 주제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불교계율 조항의 음식관련 주제들과 근자에 있어서 자연과 음식 그리고 인간을 연관지워 보는 생태적 이슈들이 주된 흐름을 형성하여 왔다.
이 발표는 기존에 불교학이 다루어 왔던 음식관련 주제나 시각에 근거하기 보다는 80년대 초 유럽에서 태동하여 현재는 유럽과 북미에서 실용적이고 영향력있는 학문으로 정립되어가고 있는 음식학 (Food Studies)의 범주들을 사용하여 불교문헌인 經, 律, 論에 근거하여 음식에 대한 불교의 우주론적, 계율적, 수행적 시각과 내용의 일관된 체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다양한 음식학적 범주 중에서도 ‘음식의 맛과 양’이라는 주제는 음식의 내재적 본질과 직접적 연관을 갖고 있으면서 또한 음식이 존재하고 관계맺는 사회와 인간들과 불가분의 연관을 갖는 범주이다.
빨리 장부 니카야의 아간냐경 (Aggaa Sutta) 은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불교의 근본적인 시각과 내용을 보여준다. 중생의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욕망과 집착은 세계전개의 동인이자 음식을 포함한 중생적 삶의 제 요소들의 질을 악화시킨다. 이러한 불교의 음식에 대한 시각은 광의의 의미에서 고대 인도종교의 출가 그룹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빨리 주석문헌인 청정도론 (Visuddhimagga) 은 음식의 본질을 ‘탐욕, lobha’으로 규정한다. 음식에 의해 야기되는 번뇌의 상태와 원인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그 번뇌적 욕망을 제거하기 위한 중층적 실천체계의 제시로 이어진다.
이러한 실천의 첫 단계는 십선업과 같은 일반적 선행의 제시로 나타나고, 다음으로는 바일제 (Pacittiya)와 중학법(Sekhiya) 에서 언급되는 음식과 연관된 계율적 실천과 수행적으로는 본격적인 명상수행 이전 단계의 음식과 관련된 5가지 두타행이 제시된다.
불교수행자에게 있어 음식의 맛과 양에 관한 이슈는 사소하고 구체적인 일상이자 또한 중대하고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며 잠재적 폭발성을 가진 성욕이라는 또 다른 갈애로의 전화를 가져올 수 문제이다. 이러한 음식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예비수행인 ‘염식상(厭食想)’에 의한 절제와 근본정(根本定)인 염처(念處, Satipahna) 수행을 통한 근본적 제거로 가능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된다.
불교는 경, 율, 론의 체계 속에서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규정과 진단 그리고 그 해결이라는 체계적 시스템을 제시하고 있으며, 식욕과 성욕, 음식의 본질 논쟁, 오감론과 같은 중요한 음식학적 범주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