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촌스럽다. 책 제목이『불교초보탈출 100문100답』이란다. 이미 이와 비슷한 서적들은 많이 출판됐기 때문에 진부한 소재이기도 하거니와 ‘100문 100답’이라면 으레 부처님의 십대 명호는, 십대제자는, 사부대중이란 등등의 도식화된 질문을 떠올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가 김성철 교수다. 아니 ‘천하의 김성철 교수’가 왜 이리 진부한 제목의 책을 냈을까. 김성철 교수는 서울대 치과대학을 나와 치과의사를 하던 중 발심해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진학, 의사의 길을 접고 불교학자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의사를 하다가 불교학자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아니라도, 실력과 현대적 감각을 고루 갖춘 학자로 정평이 난 김 교수의 책치곤 제목이 좀 그렇다는 의아함과 함께, 책장을 넘기는 순간 무언가 뒤통수를 꽝 내리친다. 무심코 펼친 페이지의 질문 내용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멸진정에 든 수좌에게 전신마취를 건다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다. 제목을 보니 내용도 진부하겠거니, 지레짐작한 것은 실수였음을 순간 깨닫는다.

김성철 교수는 이 물음에 “멸진정에 관한 불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멸진정은 상수멸정으로 생각과 느낌이 모두 사라진 삼매”라며 “아무느낌도 생각도 없는 상태가 멸진정이기에 전신마취를 해도 그 수좌의 의식에는 어떤 느낌도 생각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김성철 교수는 이어 “다만 멸진정에서 깨어나 일어나려고 할 때 몸에 아직 마취 기운이 남았다면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김성철 교수는 이에 더해 “멸진정은 다른 선정과 달리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라 깨어나겠다는 생각도 못한다”며 “때문에 멸진정에 들어가기 전에 몇 시간 후에 며칠 뒤에 등등 작정을 하고 들어가며 작정한 날이 되면 자명종을 맞춘 것처럼 깨어난다”고 설명했다.

김성철 교수는 또 “멸진정에 든 수좌에게 마취를 걸었다는 가정 하에 답을 한 것이지만 아함경,『구사론』,『청정도론』등의 설명을 보면 멸진정에 든 사람에겐 어떠한 재난도 닥칠 수 없으며 자신 주변의 생활용품이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세우기에 옷가지 등도 온전하게 보존된다”며 “이런 설명에 의거하면 멸진정에 든 성자에게 전신마취를 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군더더기 없는 답변에 부가적인 설명까지 역시 김성철 교수답다.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질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조직해 참전했던 서산대사는 살생으로 인한 과보를 받았을까?”

“초기 선승들은 좌선을 하지 않았다는데 사실일까?”

보통의 불자라면 상식에 근거해 답하거나 ‘그럴 수도 있다’고 얼버무리며 넘어갈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는 무책임한 답변이다.

김성철 교수는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도 불전에 근거해 명쾌한 답변을 제시한다.

책에 실린 질문들은 답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질문이 아니다. 불교 초심자부터, 불교 전공 학생, 물리학 교수, 스님, 타 종교인 등이 의문을 가진 살아 있는 질문들이며, 김성철 교수는 펄펄 살아있는 답변을 제시해주고 있다.

김성철 교수 홈페이지에서 주고받은 200여개의 문답을 정리해 100개를 간추렸기에 책이름이 100문 100답이 됐을 뿐 처음의 오해와는 달리 전혀 촌스럽지 않다.

지금 고민이 있다면, 그 것이 불교 문제인지, 경제문제인지, 일상의 소소한 고민거리인지 따지지 말고 김성철교수의 『100문 100답』을 펼쳐보라. 당신의 고민을 단박에 풀어줄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김성철/ 불광출판사/ 408쪽/ 15,000원

*김성철 교수는?

현재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사)한국불교학회 이사, 불교학연구회 부회장, 인도철학회 편집위원, 보조사상연구원 편집위원으로 있다. 저서로는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연구』(지식산업사,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불교시대사,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중관사상』(민족사), 『회쟁론 범문장문 문법해설집』(경서원) 등이 있으며 역서로 『중론』, 『회쟁론』, 『백론십이문론』, 『불교의 중심철학』(이상 경서원) 등이 있다. 1996년 제6회 가산학술상(가산불교문화연구원) , 2004년 제19회 불이상(불이회), 2007년 제1회 올해의 논문상(만해사상실천선양회) 등을 수상했다.

김성철 교수 홈페이지 주소 : http://www.kimsch.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