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까마귀 계수나무 위를 날고

박부영 글, 불교신문사
272쪽, 1만8천 원

 
“스님은 계율을 지키지 않는 승려는 아예 취급을 하지 않았다. 총무원에 근무하는 승려들이 수좌 정신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직업승 행정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우려하다 하루는 상좌들을 불러 모아 도끼로 총무원 기둥을 잘라 버리겠다며 절문을 나섰다. 깜짝 놀란 혜정 스님이 총무원 간부들의 정신을 바꾸어 놓을 테니 기다려 달라고 사정해 멈춘 일이 있었다. 스님은 발길을 돌리면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참선 수행하지 않으니 계율도 어기게 되고, 그런 승려들로 이뤄진 종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마 금오 스님의 눈물은 그런 회환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금 까마귀 계수나무 위를 날고』 본문 중-

금오 선사 탄신 120주년을 맞아 스님의 일대기와 사상을 조망한 평전 『금까마귀 계수나무 위를 날고』(불교신문사)가 나왔다.
 
금오 선사(1896~1968)는 해방 후 일제에 의해 무너진 청정비구승단을 회복하는 불교정화운동을 효봉‧동산‧청담 스님 등과 함께 이끌고, 흐트러졌던 불교 전통과 체계를 바로잡는 데 주력한 대한불교조계종 덕숭(德崇) 문중의 큰스님이다. 
 
『금까마귀 계수나무 위를 날고』는 이러한 금오 선사의 사상과 업적 등을 조명하기 위해 박부영 불교신문 기자가 지난 2014년부터 불교신문에 게재한 기획물을 모은 책이다.
  
책은 금오 선사의 생애, 정화와 선사상 및 수행관을 담고 있으며, 경봉‧향곡 스님 등의 금오 선사를 기리는 글을 함께 게재했다.
 
저자는 책에서 금오 스님이 이론과 실참을 통해 자신만의 견처를 확실하게 정립하고 정화 운동이 한창일 때도 ‘참선하자’고 할 정도로 후학들에게 ‘참선 수행’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금오 스님이 승가가 수행공동체로 가느냐, 돈이 우선하는 조직으로 흐르느냐는 수좌들의 참선 수행과 계율 견지에 달려 있다고 바라봤다고 기술했다. 
 
따라서 저자는 개인적이고 속가 가족 중심의 사찰을 출가자의 ‘무소유 공동체’로 만든 정화의 본질이 금오 스님에 의해 세워졌다며 현대 한국불교 정화에서 금오 스님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금오 선사의 역할이 한국불교사에서 크고 광범위했지만, 제대로 조명되지 않아 활약상과 정신이 계승되지 못함은 불교계의 엄청난 손해”라고 기술했다. 또 “금오 선사를 이 시대에 조명하는 것은 정화불사의 정신을 되살리고, 한국불교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며, 운동의 본래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후세에 전하는 막중한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금오선수행연구원 이사장 월서 스님(법주사 조실)은 감사의 글에서 “많은 분들이 종단과 승려들을 탓하지만, 이 모든 허물은 소납을 비롯한 우리 세대가 제대로 스승의 가르침을 잇지 못한 탓”이라면서 “금오 선사의 가르침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면 한국불교가 대중들의 신뢰를 받고 세계인들이 존경하는 승가로 거듭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