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사 가는 길 = 대구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수필가 조낭희 씨가 대구 팔공산 갓바위, 승주 선암사, 남해 금산 부소암 등 전국사찰 52곳을 탐방했다. 지역 일간지인 <경북매일>의 연재 제의가 계기였다.

부처님과 예수님은 참 친한 이웃이라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과 의욕으로 산사 순례에 나섰다. 법당에서 절하는 일이 결코 낯설거나 어색하지가 않았다. 산사를 찾아다니는 동안 자동차 안에는 신부님께 축성받은 예쁜 묵주가 흔들거리며 용기를 주었다.

책은 고해실에 들어서듯 존재에 대한 진지함과 자기점검을 하는 마음으로 쓴 기행문이다. 산사의 사계와 풍경을 직접 생생하게 찍은 사진을 곁들여 2년 여간 연재한 것을 묶었다. 불교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는 저자의 겸손함과 달리 단순한 사찰 여행기를 뛰어 넘는다.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게 하는 ‘마음의 책’으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고찰의 정취와 바람 소리, 풍경 소리만으로 마음은 편안했다.”고 고백한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풍경처럼 살 수 있을 때까지 더 많은 사찰 기행을 해볼 생각도 품고 있다. 그러다보면 ‘나’라는 아상을 버리고 마음의 눈도 트이리라 믿기 때문이다.

눈빛출판사, 280쪽, 1만5000원

◆ 구조대의 SOS = 우리나라 현직 경찰관 중 80% 이상이 업무 중 외상 사건을 경험한다. 매년 2,000여 명의 경찰관들이 심리 상담 및 치료를 위해 경찰트라우마센터를 찾았다는 기록도 있다. 전체 소방관 중 40%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을 보인 소방관 비율도 6.3%로 일반인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심리적·정신적 문제들로 인해 우리나라 소방관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 20년이나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총기 사고나 자살 사건 등에 심심찮게 노출되는 국군 장교와 장병들, 매일 응급 환자들을 돌보며 수시로 죽음을 목격하는 구급대원들 또한 정신건강의 사각지대에서 남몰래 고통 받고 있다.

이 책은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보호하고 구조하는 최초대처자(first responder)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미국의 사례를 담은 것이지만 그들이 직업병처럼 겪는 정신적 외상 문제에 대비하는 법과 그것을 치료하는 법에 관해 우리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 댄 윌리스는 미국 샌디에이고 주 라 메사 경찰서 소속으로 25년간 근무한 베테랑 경찰관이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들려주며, 위기 상황에 처했던 자신과 동료들이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각 최초대처자 집단이 자기들만의 최적화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불광출판사, 256쪽, 1만5000원

◆ 나를 찾는 화엄경 = 『화엄경』에 관심은 있었으나 감히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길잡이’로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는 원본 『화엄경』의 흐름을 충실히 따랐지만, 깊은 철학적 이해를 요하는 부분은 과감히 배재해 흐름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았다. 대신 중심이 되는 뼈대를 살려 전체적 이해를 돕고자 했다. 본문 안에 이 있어 경전 읽기 초보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화엄경』은 3막 9장 39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3막이란 지상, 천상, 다시 지상으로 이어지는 범우주적 공간의 무대 배경을 일컫는 것이다. 9장이란 법회의 횟수, 39품이란 내용적으로 분류된 품의 숫자를 말한다.

제1회 법회에서는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세계를 설하고, 제2회에서는 문수보살이 믿음(信)에 대해 설하고, 제3회에서는 법혜보살이 십주(十住)법문을 설한다. 제4회에서는 공덕림보살이 십행(十行)법문을 설하고, 제5회에서는 금강당보살이 십회향(十回向)법문을 설하고, 제6회에서는 금강장보살이 십지(十地)법문을 설한다. 이어 제7회에서는 등각과 묘각에 해당하는 정각(正覺)의 세계를 설하고, 제8회에서는 보살도를 총괄하고 있다. 마지막 제9회에서는 선재동자가 지금까지 설했던 부처님의 세계와 보살도를 재현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제1회에서 7회까지의 법회에서는 단계별 포인트를 집어준 것이라면, 제8회 법회는 총정리인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9회 법회인 「입법계품」에서는 ‘선재동자’라는 구도자를 내세워 우리가 나아갈 길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화엄경』의 세계에 빠져들다 보면 선재동자야말로 이미 우리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조계종 군포 정각사 주지로 도시포교에 나서고 있는 정엄 스님.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서 강사로도 활동한다.

리즈앤 북, 312쪽, 1만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