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엽편葉片 소설 ‘철수와 영희’, 그 스물두 번째 이야기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최근 여러 달 동안 서울 법대 출신의 법조인 – 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 ‧ 진모 검사장과 청와대 우모 민정수석비서관 – 들이 펼치는 막장 드라마가, 그렇잖아도 연일 이어지는 폭염 특보를 견뎌내느라 힘들고 짜증나는 국민의 99%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이들이 철수 오빠에게는 새카맣게 먼 후배들이지만 이들의 행태로 우리나라 최고 대학 법대 출신들의 - 그들의 말 그대로 하면 ‘국민의 0.01%에 속하는 귀족’들 -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우리 오빠에게도 서서히 파장을 미치고 있으니, 이런 경우는 뭐라고 해야 하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도 아니고, ‘장난으로 던진 돌팔매에 개구리 허리 부러지는 꼴’도 아니니, ‘골목길에서 돌팔매질 하던 아이들 때문에 부잣집 유리가 온통 깨지는 모양’인가 ….
지난 7월 22일 ‘TV조선’의 <우병우, 재산등록엔 0대 … 아파트엔 차량 5대 등록>이라는 제목의 기사 말미에 취재기자가 “만약 법인 리스 차량을 개인 용도에 사용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라면서 “법인의 사업목적과 다르게 아이의 등하교를 도와준다거나 아니면 와이프가 모임을 가는데 (법인차량을) 사용한다면 이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 됩니다.”라는 변호사의 설명을 삽입한 뒤 기자가 다시 “실제로 과거 두산그룹과 오리온 그룹 오너 경영인들이 비슷한 이유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라고 마무리를 지었던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생각해 보시라. 옛날에, 아니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가가 회사 소유 차량이나 회사 명의로 리스(lease)한 차량을 부인이나 아이들 시장 보기와 등하교, 심지어 아들의 롬 사롱 다니는 데에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그놈의 ‘민주화’ 역병이 온 나라를 휩쓸고 난 뒤로는 이런 일로 벌금형을 넘어서 실형까지 선고한 판례가 속속 나오고 있으니, 이놈의 ‘민주화’ 역병이 보수적인 법조계에까지 깊숙하게 침투한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법인명의 리스 차량 쓰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상황이라면, 우리 철수 오빠는 어떻게 될까. 재단 소유 빌딩 한 층을 오로지 자신의 아방궁으로 꾸며놓아서, 몇 년 동안 재단에 매년 6천~7천만 원 정도의 임대료 수입 손실을 가져왔는데 …. (이 싸롱이 모 전자회사 회장님 사건에 나오는 안가安家와 같은 역할을 했으리라고는 보지 않으니 독자 여러분은 그 동영상에 나오는 장면을 그리며 괜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러지는 마시라. 그러나 철수 오빠의 그 깊은 속을 누가 알리오?) 그 건물의 한 층은 ‘○○아카데미’라고 하고서 오로지 철수 오빠의 취미 생활을 위한 ‘금선생의 문화 싸롱(Le Salon Culturel de Monsieur Geum)’으로 만들어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운영을 맡겨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하면서 오빠가 동서고금의 역사와 사상을 두루 꿰뚫는 이 나라 최고의 지성인知性人인 척 하는 쇼(show)에 활용해 왔는데 …. 또 다른 한 층은 카페를 차려 커피 머신까지 갖추어 주면서 아들 친구가 영업할 수 있게 했는데 ….
이런 사유를 갖고 누가 우리 철수 오빠를 ‘업무상 배임背任’과 횡령 혐의로 고발하면 어떻게 될까. 그놈의 ‘민주화’ 역병의 발병 진원지인 시민사회단체에서 이 문제와 내가 한 엉터리 공사 그리고 오로지 오빠의 추억 여행을 위해 프랑스에 구입한 ‘이름만 수련원’ 건을 갖고 고발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들은 그 고발장 접수에서부터 신문과 방송 기자의 취재를 요청할 것이고 그리 되면 맨 먼저 기자들이 오빠 사무실로 몰려들고 우리나라의 0.1%들만이 살 권리를 가진 동네에 있는 오빠가 사는 빌라 앞에까지 진을 치고 온 가족을 힘들게 할 것이다. 휴, 그 망신을 어찌 당하나. 일생 동안 오빠의 진실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 잘난 척 하는 쇼를 견뎌내야 했던 올케 언니의 당혹감은 어떻게 할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오빠와 오월동주吳越同舟 ‧ 동상이몽同床異夢하던 그 놈이 가장 먼저 도망치거나 아예 오빠와 관련된 일체의 자료를 언론에 넘겨줄 지도 모르고, 조고趙高처럼 재빠르게 후임자를 세워 그에게 착 달라붙을 가능성이 99%는 될 것이다. ‘못된 인간’이라면서 오빠를 지극히 혐오嫌惡하면서도 그 기세에 눌려서 꼼짝 못하고 있던 아이들은 속으로 박수를 치면서도 안타까워 할 가능성이 90% 정도는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일은 오빠의 법대 선배님도 막아주지 못할 것이다 ……. 아!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그렇다고 철수 오빠나 내게 모 전자회사 회장님처럼 언론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정도의 재력과 변호사, 마지막 단계에서는 조폭組暴을 동원해서라도 기자들을 꼼짝 못하게 할 정도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공천 과정에서의 통화 내역을 공개한 데에 대하여 ‘의리 없는 놈’ 어쩌고 하는 여당의 이상한 인사들이나 모 회장님의 이상한 짓거리가 공개된 데에 대하여 진상은 따져보지도 않고 ‘사생활 침해와 정보통신법 위반’ 여부만 거론하는 것이 우리나라 주류 언론의 모습이지만, 막상 철수 오빠 건이 터지면 죽은 동물의 시체를 뜯어먹으러 몰려드는 까마귀 떼처럼 오빠 집과 재단으로 달려들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말이다.
아, 바보 같은 철수 오빠! 자기 잘난 척 하느라 주변 사람들 무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 줄 모르고 살아오더니 결국 이런 꼴을 당하게 되는구나. 이 대목에서 누군가가 <무서운 복수>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게시한 아래 이야기가 떠오르며 머리를 짓누르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2011년, 중국에서 어떤 여성 버스 운전기사가 버스를 운행하며 산길을 넘고 있었는데 양아치 3명이 기사한테 달려들어 성희롱을 하였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모른척하고 있는데, 어떤 중년남자가 양아치들을 말리다가 심하게 얻어맞았습니다. 급기야 양아치들이 버스를 세우고 그 기사를 숲으로 끌고 들어가서 번갈아 성폭행을 했습니다. 한참 뒤 여성기사가 돌아오더니 아까 양아치를 제지했던 중년남자한테 다짜고짜 내리라고 하였습니다.
중년남자가 황당해 하면서 “아까 난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기사가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당신이 내릴 때까지 출발 안 한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중년남자가 안 내리고 버티니까 승객들이 그를 강제로 끌어내리고 짐도 던져버렸습니다.
그러고 버스가 출발했는데 기사는 커브 길에서 속도를 가속해서 그대로 낭떠러지로 추락하였습니다. 결과는 운전기사와 승객 전원 사망.
아까 차에서 끌려 내린 중년남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시골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 가다가 자동차 사고현장을 목격합니다. 사고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관이 말하길 ‘버스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승객이 모두 사망한 사고’라고 합니다. 그 중년남자가 멀리 낭떠러지를 바라보니, 조금 전까지 자신이 타고 왔던 그 버스였습니다.
그 여성 운전기사는 오직 살만한 가치가 있던 ‘유일하게 양아치들의 악행을 제지했던 그 중년 남자’를 일부러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서,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는데도 모른 척 외면했던 승객들을 모두 지옥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이 얘기는 중국에서 일어났던 실화입니다. 그리고 <버스 44>라는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방조하고 있던 손님들이, 정의감 넘치는 그 중년남자를 버스 밖으로 쫓아낼 때는 모두 적극적이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버스안의 방조자는 아닐까 반문해 봅니다.
우리 오빠가 아돌프 히틀러처럼 못된 짓을 하고 있을 때에 하인리히 힘러 ‧ 헤르만 괴링 ‧ 요세프 괴벨스와 아돌프 아이히만의 교활함과 악랄함을 두루 갖추고 그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자기 실속을 챙긴 놈이야 이런 일을 당해도 억울할 것이 없겠지만, ‘나는 몰라요. 내 운명을 어떻게 거부하겠어요.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하면서 오빠와 그 놈에게 끌려 다니며 그들의 악행을 방조傍助하고 어쩌다 오빠가 던져주는 떡 덩어리가 고마워서 감읍感泣했던 아이들까지 이런 일을 당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힘든 일이 되겠지만, 나라도 나서서 오빠를 설득해 ‘착한 아이들’은 그 버스에서 내리게 해야겠다. 이제 오빠와 그 놈은 어떻게 되든 알 바 없고 오빠 밑에서 고생한 그 착한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 급선무가 된 셈이고, 이 일을 하는 것이 내가 그 동안 오빠를 도와 저지른 악행에 대한 참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쓸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주실 분은 필자의 E-메일 <beneditto@hanmail.net>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