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 그 두 번째 이야기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철수 오빠는 남매 간 우애가 돈독할 뿐만 아니라 아내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도 끔찍하다.

아들이 박사를 받게 되자, 그의 지도교수가 중심이 되어 만든 어느 단체를 지원하는 일에도 적극 나섰다. 오빠가 최고위직을 맡고 있는 공익법인의 사업 예산에서 이 단체에 매년 큰 액수를 지원하고 있으니 아들을 아끼는 아버지의 그 갸륵한 마음이 크지 않은가.

게다가 그 아들의 지도교수와 동료 연구자들 입장에서야 자신들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불교 관련 재단에서 지원을 해주니, “당신 아버님은 참으로 훌륭한 분이야!”라고 칭찬이 자자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긴 ‘삼천대천세계’를 말하는 불교가 관계없는 분야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 점을 이해해주어야 할 터인데, 안목이 좁아터진 이들은 이 예산 지원을 갖고서도 뭐라고 입방아를 찧을 것 같고, 그래서 우리 철수 오빠는 이런 정서를 답답해하신다.)

우리 오빠가 동생과 아들들을 끔찍하게 위한다고 해서 당신 자신은 희생만 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고 자신을 위해서도 통 크게 쓴다. 당신이 모든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재단 소유의 어느 건물 한 개 층을, 임대를 주면 한 달에 500~600만 원 정도 수입이 되겠지만, 벌써 몇 년째 오로지 당신 혼자서 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놓고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엉뚱한 사람들에게 임대해 문제가 생기게 하지 않으니 재단의 입장을 깊이 고려한 속이 깊은 행동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하긴 임대료를 1년에 몇 천만 원 더 받아본들 이 공익법인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게 쓸 것도 아니니까 차라리 이렇게 비워두는 것도 좋고, 오빠가 개인적으로 쓸 일이 있을 때에 슬쩍 사용하는 것도 오빠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아 참, 또 한 가지 오빠의 인물 됨됨이를 보여주는 점 한 가지를 더 말해보자.

이 분이 과거 중앙부처 과장급까지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경조사가 있어서 연락이 오면 잊지 않고 부조를 챙긴다. 그런데 ‘매우 공적인 성격’이 강한 이런 데까지 집안의 돈을 써서 올케 언니를 힘들게 하면 안 되니까, 그 공익법인의 공금에서 최소한 20만 원은 부조를 전한다. 그리고 공적인 성격이 약한, 그 법인 직원의 경조사에는 – 이것도 마찬가지로 개인 돈을 쓰지는 않지만 – 20만 원보다 적은 금액을 전해서 ‘공과 사(公私)’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구분해준다. 대한민국에 이런 분들이 더 많아지고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해야 이 나라가 흔들림 없이 발전할 것 같은데, 왜 그게 잘 안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계속>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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