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덜어내고 닦고 나누기
경성스님, 올리브그린
224쪽, 1만5000원
“불교 수행인 두타행은 의식주의 전반적인 생활상에서 탐욕을 털어버리기 위한 지침으로, 음식과 의복과 처소에 탐착하는 세 종류의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이다.(56쪽)
부처님 10대 제자 중 두타행을 가장 충실하게 닦은 분은 대가섭(大迦葉)이라고 한다. 이후 많은 스님들이 두타행을 닦았으며, 그 전통은 우리나라에도 이어져서 대부분의 고승들이 이 행을 닦았다. 특히 불교가 억압을 받았던 조선시대에는 많은 수행승들이 두타행을 닦으면서 불심을 길렀다.
12두타, 혹은 13두타로 설명되는 두타행은 부처님 당시의 상황과 여건에서 실천이 가능한 것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오늘의 실정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 경성 스님은 두타행의 현대적 재해석에 접근한다.
“친환경적인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과, 자연 염색의 조촐하고 편리한 의복과,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두타행을 추구하는 현재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58쪽)
두타행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경성 스님이 산문집을 펴냈다. 2009년부터 2012년 까지 월간 『해인』지에 실었던 원고 등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계율 전공자의 책답게 계율과 관련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첫 장의 제목은 <계행으로 완성되는 불자의 삶>. ‘무생법인과 두타행’, ‘계행의 완성’, ‘보살계로 바로서는 불자의 정체’ 등 13편이 실려 있다.
세상에서 아픔을 겪는 중생들을 향해 무한한 관심과 자비를 펼치는 관세음(觀世音)은 못되더라도 관좌우(觀左右)는 하자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다. 그래서 2장의 제목도 <자비를 실천하며 열어가는 지혜의 세계>로 정했다.
5장으로 구성된 책에 실린 43편의 글은 읽기에 어렵지 않다. “늦은 밤 적막의 산사에 홀로 일어나 책을 보며 공부하는”(223쪽) 스님이 들려주는 감로 법문이다.
경성 스님은 “내게 가르침을 주셨던 큰스님들과 내가 이끌고 있는 학인들을 돌아보면 가르치는 일이 곧 배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절감한다. 단언하자면 가르치기 위해서는 끝없이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아무리 배우고 공부해도 충분치 않다.”며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성 스님은?
1979년 해인사에 입산해 사미계와 구족계를 수지하고 해인사 강원과 율원, 중앙승가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후 동국대대학원에서 계율을 전공했다.
세속의 욕심을 덜어내고 출가수행자로서의 본분인 두타행에 매진하며 해인사와 범어사 선방에서 정진했다.
한국불교 율맥의 중흥조 자운 스님(1911~1992)이 계율을 통해 후학들을 지도하는 모습은 경성 스님이 율사(律師)로서의 길을 걷는데 지표가 됐다. 은사인 혜총 스님(전 조계종포교원장)으로부터는 대중포교에 대한 원력과 의지를 이어 받았다.
두타행에 대한 스님의 열정은 학업과도 이어져 2004년 『불교수행의 두타행 연구』로 동국대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조계종단일계단과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에서 배움의 길을 이어갔으며, 지금은 조계종 해인총림 해인사 율원에서 율주(律主) 소임을 맡아 계율을 전공하는 후학들에게 강의를 하는 한편, 외호(外護)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