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묵스님 아비담마 7론 중 첫 번째 ‘담마상가니’ 교계 최초 완역 출판
“제법의 실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고스란히 담긴 아비담마의 기본서”
“이제는 초기불교 논장 번역이다.”
부처님의 원음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빠알리 삼장의 한글완역을 발원하며 지난 2002년 설립된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 스님)이 1차 경장 완역에 이어 논장 번역에 들어가 첫 성과물을 냈다. 경·율·논 삼장 가운데 논장 번역에 들어가 그 첫 결실을 내놓은 것이다.
초기불전연구원은 지난 5월 25일 논장 한글번역의 첫 성과로 <담마상가니(법의 갈무리 법집론) 1, 2>(각권 30,000원)를 각묵 스님(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이 완역 출간했다고 밝혔다. 담마상가니는 초기불교 교단의 법(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빠알리 논장(아비담마 삐따까)의 칠론(七論)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하는 논장이다.
이번 <담마상가니 1, 2> 출간에 대해 초기불전연구원 원장 대림 스님은 한국불교사에 남을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담마상가니는 논서 중에 첫 번째 아비담마 논서이다. 아비담마가 왜 중요한가. 나를 보게 하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경장에 해당하는 4부 니까야를 마무리하고 바로 논장 번역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담마상가니 한글 번역이 한국불교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안에 일어나는 것들을 이 책을 보면서 점검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중요한 책이 드디어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담마상가니를 번역한 각묵 스님도 논장 7론 번역의 첫 성과를 이뤄낸 의의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동안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인 경장(4부 니까야)을 총 19권으로 완간을 했다. 경장은 보편적 가르침에 해당한다. 그런데 논장은 보다 전문적인 가르침이다. 경장에 대한 주석과 해설을 편집한 것이므로 보다 더 깊어진 가르침이다. 역시 전문적인 가르침에 해당되는 율장은 대림 스님이 맡아 번역하기로 했다. 다만 스님의 건강상의 문제로 조금 늦춰지고 있다. 머지않아 빠알리 삼장 전체가 한글로 완역될 것이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스님이 빠알리 논장의 첫 번역서 <담마상가니 1, 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초기불전연구원 원장 대림스님.
논장은 특성상 승가(스님)가 아니면 제대로 전승을 할 수 없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초기불전연구원이 경장에 이어 논장 번역에 나선 것은 <청정도론>, <아비담마 길라잡이>와 같은 논서를 번역한 바 있어서 논장을 우선 번역하는 것이 초기불전을 공부하는 불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 한글로 옮긴 <담마상가니 1, 2>는 마띠까(논의의 주제), 제1 마음의 일어남 편, 제2 물질 편, 제3 간결한 설명 편, 제4 주석 편 등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세 개 조 마띠까 22개와 두 개 조 마띠까 142개로 분류하여 담마상가니 뿐만 아니라 논장 전체의 종합적인 논의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논의의 주제를 총괄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깅 마띠까(論母, 논의의 주제)이다. 정신(名)을 구성하는 법들을 다양한 마음을 중심으로 분류하고 분석하여 드러내고 있는 것이 제1 마음의 일어남 편이고, 물질을 한 개 조부터 열한 개 조까지의 279개의 마띠까를 토대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제2 물질 편이며, 세 개 조 마띠까 22개와 두 개 조 마띠까 142개로 구성된 담마상가니 마띠까 162개 전체를 간략하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제3 간결한 설명 편이며, 164개 마띠까 가운데 경장의 마띠까 42개를 제외한 122개 논장의 마띠까의 의미를 주석의 방법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 제4 주석 편이다.
주석서에 따르면, 이 가운데 마띠까(논의의 주제)와 제1, 제2, 제3편은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것이고, 제4 주석편은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사리뿟따 존자의 설명을 담은 것이다. 이번에 펴낸 <담마상가니> 제1권은 이 가운데 마띠까와 제1 마음의 일어남 편을, 제2권은 제2 물질 편과 제3 간결한 설명 편, 제4 주석 편의 세편과 담마상가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담마상가니 주석서 서문을 담고 있다.
빠알리삼장 논장의 7론 가운데에서 첫 번째로 완역출간된 <담마상가니 1,2>.
초기불전연구원의 논장 번역은 앞으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논서에 해당하는 위방가는 이미 번역이 마무리 되어 있는 상태다. 위방가는 '오온, 12입처, 18계, 기능, 12연기,사념처, 정근, 여의족, 7각지, 도의 요소, 선정, 사무량심, 계법(戒法), 무애해도, 지혜, 작은 주제, 법의 토대' 등을 분석한18장으로 구성된 논서로 7론 가운데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손꼽힌다. 다만 논장은 담마상가니가 기본이므로 하는 먼저 담마상가니를 출간하고 곧이어 위방가를 출간할 예정이다.
담마상가니를 한글로 옮긴 것은 한국불교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담마상가니의 원문은 법수로 구성되어 있어 번역에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주(注)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각묵 스님은 밝혔다. 주는 <청정도론>과 담마상가니의 주석서인 <아타살리니>를 참고로 해 상당량을 옮겨놓았다. 각묵 스님은 특히 <아타살리니>의 절반 정도는 주로 옮겨 놓은 것 같다며 담마상가니의 원문의 분량은 작은 편이지만 주를 많이 달아 좀 더 의미 있는 번역서가 되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유는 주석서의 도움 없이 담마상가니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주석서를 통해 아비담마에서 엄정하게 사용하는 술어들에 대한 바른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각묵 스님은 승가가 마땅히 갖춰야할 원칙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부처님께서는 “나의 제자는 법의 상속자가 되지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라”(M3), “법을 보는 자 나를 본다”(S22:87),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D16)라고 강조하셨으니, 출가자의 본분은 법의 상속자가 되는 것이고, 이것은 변해서는 안 되는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을 모아놓은 법집론 담마상가니의 한글번역 출간의 의미는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담마상가니의 내용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법수에 준해서 거의 하나도 빼지 않고 체계적으로 결집하고 있으므로 불제자, 특히 출가자들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라는 것이다.
각묵 스님은 주석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흔히 아비담마는 논장으로 부처님 직설이 아니지 않느냐는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묵 스님은 담마상가니는 부처님의 직설로 보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토론을 해서라도 직설임을 자신 있게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불전연구원은 향후 7년여에 걸쳐 논장(아비담마) 한글완역을 완간할 예정이다. 율장도 대림 스님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각묵 스님은 무아에 대한 개념 혼돈으로 유무아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불교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이 ‘유위법은 찰나적인 존재’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각묵 스님은 유위법은 찰나적 존재라고 인식해야 집착이 떨어지는 것이며 한국불교의 문제는 찰나를 무시하는데 있다고 역설했다. 유위법은 찰나적 존재라는 것, 그리고 불교가 이 찰나를 놓치면 힌두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무상, 고, 무아의 가르침은 곧 찰나에 대한 바른 인식이므로 늘 찰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담마상가니는 제법의 실상을 밝히는 것이다. 담마상가니에서 강조하는 것은 결국 82법으로 정리되는 제법의 실상이므로 그렇다. 이것이 법이며, 아비담마의 관심은 이것이 법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담마상가니는 제법실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82법은 찰나법이다. 무상하다는 것이다. 하나는 제법의 고유성질을 나타내고 있고, 열반을 제외한 모든 법은 찰나적 존재라는 것이다.”
각묵 스님은 “‘법의 갈무리, 법의 교향곡’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글번역 <담마상가니 1, 2>가 많은 불제자들이 아비담마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논장은 어떻게 하면 부처님 법의 진정한 상속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법의 상속자가 되기보다는 재물의 상속자가 되는 것에 더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나라 승가가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반성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초기불전연구원은?
빠알리 삼장의 한글완역을 발원하며 2002년 10월 9일에 개원했다. 2006년 <디가 니까야>(전 3권)를 교계 최초로 번역하여 출간하고, 2006년과 2007년에 걸쳐서 <앙굿따라 니까야>(전 6권)을 역시 교계 최초로 번역 출간하였고 2009년에는 <상윳따 니까야>(전 6권)을, 2012년에는 <맛지마 니까야>(전 4권)을 번역 출간하여 초기불전의 핵심이 되는 4부 니까야를 전체 19권으로 완역했다.
이 외에도 2002년 상좌부불교의 핵심인 ‘아비담맛타 상가하’를 <아비담마 길라잡이>(상/하)를 출간했고, 2004년에는 <청정도론>(1/2/3권)을 완역 출간했다.
초기부전연구원에서는 이처럼 그동안 총 33권의 초기불전 관련 책들을 출간했으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에는 제13회 행원문화상 역경상을, 2006년에는 제3회 보현학술상을, 2010년에는 제19회 행원문화상 역경상을, 2012년에는 제10회 대원상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표창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