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출가했으니 올해로 딱 70년이 흘렀다. 출가 생활 중 50년은 포교를 위해 정진했다. 도심포교당 정각사 주지 광우 스님은 그렇게 한 평생 불교를 위해 살아왔다.

광우 스님은 조계종 최초의 명사(明師, 비구의 대종사에 해당)법계를 품서 받았고,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의 전신인 우담바라회를 결성하는데도 앞장섰다. 또 ‘바로 알고 바로 행해 참사람이 되자’를 근본이념으로 삼은 광우 스님은 정각사를 바쁜 일상에 쫓겨 심신이 고단한 현대인의 쉼터로 제공했다.

그리고 정각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살아 있는 도량이자 문인들의 문향가득한 불교문학의 전당이 되기도 했다.

광우 스님은 한편으로 ‘신행회’를 설립하고 문서포교를 위해 등사판<신행회보>를 발행했다. 이후 공판에서 인쇄본으로 제호도 <신행불교>로 바꾸며 불교계의 문서포교를 담당했다. 1969년 2월부터 시작된 문서포교는 1996년까지 총 27년 동안 부처님의 말씀을 전했다.

이렇듯 70년을 한결같이 올곧은 수행자로 살았으며 50년을 우직하게 포교에 정진해온 광우 스님이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여기 ‘빛으로 가는 지혜의 말씀’을 내어놓았다.

<신행불교>에 광우 스님이 게재했던 원고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책의 제목은 『회향』이다. 회향이란 마지막이면서 다시 시작을 의미하기에 광우 스님의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지만 문서포교의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신행불교>에 실린 광우 스님의 글은 그대로 한국불교역사의 한 부분이며 부처님 말씀의 한 조각이 된다.

광우 스님의 수행담과 함께 신도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며 후배 스님들에게 당부하는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 창밖의 빈 나뭇가지를 응시하며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만지고 내 행색을 훑어본다. 수없이 법(法)을 말해오면서 얼마나 법답게 살아왔는가. 얼마나 추운 사람들의 추위를 헤아려 보았던가. 아픈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했던가. 억울한 이의 울음을 함께 울어 주었던가. 없는 자의 없음을 같이 시려했던가. 이어지는 물음에 다만 뭇 중생을 향한 참회의 합장을 느낀다. (본문 229쪽 중에서) -

이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올곧은 스님의 글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회향』을 통해 빛바랜 사진속의 옛이야기를 추억하듯 한 수행자의 옛이야기를 추억해보자.

광우 스님/ 조계종출판사/ 248쪽/ 1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