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한국불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조계종의 소의경전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 가르침이 다른 경전과는 달리 예리하고 심오한 면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금강경은 특히 선종이 주류를 이루는 조계종에서 절대적인 경전이다. 육조 혜능이 금강경의 한 구절을 듣고 출가을 결심했고, 역대 조사들과 선지식들 가운데 금강경을 중시하지 않은 분이 없을 정도다.

금강경에 대한 각종 해설서는 그 수를 헤아리기 복잡할 정도이고, 금강경 가르침을 현실에 적용한 금강경 실용서들도 선을 보였다. 조계종은 난무하는 금강경을 하나로 정리하기 위해 최근 종단본 금강경 책을 편찬했다. 이 책은 날개 돋치듯이 팔리고 있다.

사실 이런 실정에서 금강경 관련 해설서가 출간되는 것은 그리 큰 뉴스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도 또 한 권의 금강경 해설서가 나왔다. 지난해 새롭게 출발한 ‘선연 출판사’에서 고심 끝에 낸 첫 책이다. 늘 그렇듯이 첫 책은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이 책이, 그 많은 금강경 해설서들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라면 아마도 출판사 사장이 출간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뭔가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강점이 있기에 선뜻 출판을 결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은 ‘아함경과 함께 보는 금강경’(선연)이다. 법조계의 원로 이상규 변호사(76)가 쓴 역저다. 이상규 변호사는 금강경을 소승 경전인 아함경전과 함께 보았다. 관점의 대전환이다. 법률가의 눈으로 본 금강경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저자가 금강경 해설에 아함경을 주요 텍스트로 삼은 것은 금강경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잇는 가교적 성격을 갖는 경전이기 때문이다. 그는 금강경 속에 생략된 많은 내용들이 아함경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한다.

금강경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경전이지만 아함경과 함께 보면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금강경을 이해하는데 아함경만큼 좋은 지침서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변호사가 2000년 9월에 펴낸 『금강경의 세상』을 얼마 전에 간행된 조계종의 표준 금강경을 저본으로 하여 크게 보정한 것이다. 벌써 책을 낸지가 꽤 오래 되었을 뿐아니라 주위로부터 아함경전과 연계하여 금강경을 풀이하면 일반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권고를 물리치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은 금강경 해설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아함경에 관하여’, ‘대승불교의 성립’, ‘금강경에 관하여’, ‘금강경과 아함경전’이라는 4개의 챕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로 이어지는 불교사적 이해를 도모해주는 배려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 마치 금강경 사구게를 풀어놓은 듯한 다음의 독백을 남긴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푸른 하늘이 눈 안에 꽉 찬다. 하기야 하늘이란 이름뿐이지, 어디까지가 하늘인지조차 알 수 없이 그저 광막하기만 한 것을 그처럼 부를 뿐이니, 이름처럼 공허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그 사이에 어느덧 조금 전까지의 푸른 하늘은 간 데 없고 온통 구름 투성이가 되었다. 실로 눈 깜박할 사이의 일이다. 이런 천지조화 속에서 어설픈 꼼수를 부릴라 말고 그저 담담히 바라만 볼 일이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