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려와 원숭이 = 종교와 과학, 좁게는 불교와 진화생물학 사이에서의 대화를 담은 책이다.

제목에서 원숭이는 생물학을, 승려는 종교 또는 불교를 상징한다. 생물철학자 최종덕과 인도철학자 심재관은 과학과 종교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삶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두 저자는 신앙보다는 지적 차원에 방점을 두고 불교를 논한다. 쉽게 말하면 바깥에서 본 불교다. 다양한 관점에서 불교를 그리고 그와 관계된 역사적 사실들, 과학과의 접점 등을 파악하기 때문에 두 학자의 첨예한 대담은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유쾌하다.

이들의 대담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아에서 원형으로 이어지는 12개의 소재 하나하나가 저자 자신의 고민에서 나온 문제라는 점이다. 익숙하지만 어려운 불교 개념을 삶의 테두리 안에서 녹여내며 삶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논하기 때문에 독자들과의 거리는 더욱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불교를 현실의 언어로 풀어냈기 때문에 호흡이 짧고 속도감이 있다. 경전을 읽기에는 부담스럽고, 불교를 지식으로 쉽게 이해하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책은 ‘자아, 윤회, 감정, 미학, 방편, 진화, 문화, 종교, 집단, 믿음, 고독, 원형’ 등 모두 12개의 키워드로 구성됐다. 두 학자의 대담을 통해 불교를 종교 바깥의 차원에서 거리를 두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불교가 대중들이 이해하기 수월한 종교는 아니다. 불교적 사상을 이해하는 폭도 사람마다 다양하다. 불교의 기원부터 파생까지 역사적 사실들에 근거해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불교를 정리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불교와 얽힌 고대 인도의 역사부터 문화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이 주는 유익함이다.

동녘, 392쪽, 1만8000원

◆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 = 송광사에서 출가하고 수행한 정왜 스님이 2013년 6월에서 10월까지 인도 성지 순례를 하며 치열한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영감으로 떠오른 내용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그의 글에는 쓸 데 없는 잡설도 없고, 어떤 취향이나 감상도 없다. 어설픈 명상도 없고 빙빙 둘러서 이야기하는 것도 없다. 읽다 보면 한 경계 뚫리는 경험을 하게 할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경전 한 줄 인용한 바 없이 오로지 수행으로부터 나온 글이다. 보고 있으면 무엇보다 신심을 가득 일으킨다.

총 8개 장으로 이루어졌으며, 괴로움을 인식하는 단계부터 수행과 깨달음의 과정 그리고 보리의 행을 실천하는 단계까지 수행 전반을 다루고 있다. 매 단락이 마치 정형시처럼 4줄씩 이루어져 있어 정제된 느낌이 강하며 한 줄 한 줄 매일 매일 수행자가 참구해 가며 감상하기에 좋다.

도반, 220쪽, 7000원

◆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 = 에니어그램(Enneagram)은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이자 인간이해의 틀이다. 희랍어에서 9를 뜻하는 ennear와 점, 선, 도형을 뜻하는 grammos의 합성어로, 원래 '9개의 점이 있는 도형'이라는 의미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통한 처세술쯤으로 아는 사람이 많으나 에니어그램은 성격 유형을 논하는 심리학적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 에니어그램의 본질은 나 자신이라고 믿는 성격을 넘어 훨씬 더 광대하고 심원한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영적인 지도이자 나침반이다. 이 책은 에니어그램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 중 영적인 측면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에니어그램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면서 에니어그램의 교과서로 꼽혀온 『에니어그램의 지혜』가 입문서라면, 이 책은 그 다음 단계인 심화편에 해당한다.

 저자는 현재 미국에서 에니어그램 전문가이자 영성 마스터로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는 산드라 마이트리(Sandra Maitri). 40년 이상 에니어그램으로 내면의 깨달음을 위한 정신적 작업을 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진정한 영적인 변화를 돕는 도구로서의 에니어그램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문화,476쪽, 2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