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는 나니까
성전 스님, 담앤북스
268쪽, 1만4000원

에세이스트 성전 스님(사진)의 애칭은 ‘미소 스님’이다. 불교방송에서 11년 전 시작해 8년간 맡아왔던 프로그램의 이름이 ‘행복한 미소’였다. 그에 앞선 2004년 에세이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을 펴냈으니 ‘미소 스님’이라는 애칭은 그때부터 따라붙은 것일 게다.

그가 사는 곳은 남해 용문사의 산내 암자인 염불암. 암자를 찾은 사람들이 때때로 “스님 적적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면 스님은 “가끔 적적하고 대개는 괜찮습니다.”라고 답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라고 다시 물으면 “나는 나니까요.”라고 다시 웃으면서 답한다.

“나는 나니까, 라는 말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곧 상황이나 평가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가치와 기준의 생산자로서 자신의 삶을 열어 가는 것이 바로 주인의 삶의 내용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혼자 있어도 즐겁고 외부의 평가에도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57~58쪽, ‘괜찮아, 나는 나니까’중에서)

스님은 “우리들 삶에 이보다 더 멋진 말이 있을까요”라고 되물으면서 살아가면서 이 말을 주문처럼 외워 보자고 제안한다.

불교계 대표 문장가 성전 스님이 4년 만에 펴낸 이 산문집에는 91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절집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랫마을 할머니의 귀여운 하소연 같은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실크로드로 떠난 구법(求法) 여행기까지. 스님은 실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 여기, 나에게서’ 희망을 찾는 법을 들려준다. 스님이 전하는 희망은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지혜와 마음가짐 그 자체다.

절이란 부처님이 자리한 도량만이 아니라 절을 찾아가는 그 길 까지도 포함한다는 게 그의 지론. 그래서 그는 절을 찾아가는 사람은 그 출발부터 순례자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에 왔다가 첫 비행기로 사천 공항에 내려 시내를 벗어나면 보이는, 아침햇살을 가득 머금은 바다. 이제는 익숙해져 그의 삶의 풍경이 되어 버린, 절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 길 위에서 나는 생각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과정이고 우리들 고통의 원인은 사건이나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우리들의 방식에 있다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언제나 우리는 행복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이 내게는 있습니다.” (26~27쪽, ‘절로 돌아가는 길’중에서)

월간 「해인」 편집장 출신의 ‘불교계 대표 문사’답게 그의 글은 맛깔스럽다. 절집에서 전해 내려오는 고승들 미담이나 신도들 사연을 술술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남들은 잘 보지 않거나 보고도 지나치는 것, 이를테면 낮고 작고 초라한 풍경과 사람도 예리한 그의 시선으로 끌어들인다.

‘미소 스님’의 행복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며 끊임없이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20분 불교TV 《뮤직에세이 편지》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