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교구본사 순례기…법문과 기도 이야기 가득

향록 스님 with 108 산사 순례 프로젝트
향록 지음, 도서출판 도반
424쪽, 1만8000원

백팔번뇌, 백팔참회문, 백팔배, 백팔염주, 전화번호 0108…. 백팔(108)은 불교를 상징하는 숫자다. 신행 현장 곳곳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최근 10여년 사이에는 ‘108산사순례’라는 용어가 추가됐다.

그 중에 ‘108산사 순례단 자비회’가 있다. 진주 송학사 주지 향록 스님(사진)이 이끄는 순례단의 이름이다. 8년 전 100여 명의 회원이 한 달에 한 번씩 버스 3대로 움직이며 전국 사찰 순례에 나섰다. 세어보니 어느새 96곳. 한 번도 빠지지 않아 개근상을 받아야 할 회원이 10여명에 이른다.

96곳에서의 흔적들이 쌓이고 쌓여서 불교계에서는 꽤 유명한 순례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향록 스님은 산사 순례가 현대인에게 매우 효과적인 수행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순례를 여법하게 진행해나갔다. 100여 명의 대인원이 1분도 어김없이 움직였고, 항상 수행과 예불에 초점을 맞췄다. 먹고 마시는 것도 여법하게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고, 다른 잡스러운 활동들을 배제했다. 이렇게 해서 오직 부처님만을 생각하는 순례 본연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100여 명이 한마음으로 올리는 예불 소리를 들어보면, 이미 모든 분들이 보살의 경계에 들어서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 분 한 분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행복하고, 환희심 가득하며 자비로운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96번의 순례에 함께했던 이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떤 이는 소원을 이루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병을 이겨내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순례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모두가 부처님의 가피를 가슴 가득 담고 오는 듯한 충만함을 느낀다고 했다. 

향록 스님은 함께 순례하며 환희심으로 수행에 동참해온 대중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책 제목도 재미있다. 『향록 스님 with 108 산사 순례 프로젝트』다. 첫 책에는 순례 출발지인 진주 송학사를 비롯해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 조계종 24개 교구본사 순례기가 들어 있다. 유적 이야기나 순례 과정 기록이 주가 되는 여느 순례기와 달리 부처님 법문과 기도 이야기로 가득하다.

 

■ 순례 후기 

 

한 달에 한 번 출가하는 행복

 

 

[사진 = 도서출판 도반]

송학사 108산사 순례단 자비회…. 매달 한 번씩 9년 동안 108번을, 하루에 한 사찰씩을 순례한다는 기획은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순례는 삼사 순례…. 하루에 세 곳의 사찰을 둘러보는 것인데 꽤나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기억에 잘 남지도 않았다.

 

참으로 큰 기대감과 설렘으로 기다려졌다. 어쩌면 내가 출가하지 못했던 그 아쉬움을 9년 간 한 달에 한 번 108번의 출가를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마냥 뛰었다. 내가 과연 108번의 순례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우려도 되었다.

 

순례 하루 전날에는 인터넷으로 순례할 사찰의 유래도 찾아보고 전각도 둘러보며 내일 하루를 위한 나만의 계획을 세웠다. 부처님께 무사히 순례가 이루어지도록 기도도 올렸다.

 

순례 때면 언제나 듣게 되는 환희심 가득한 큰스님들의 법문.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 수 없고 비우지 않으면 꽉 찬 욕심에 행복을 느낄 수 없음을 언제나 말씀하신다. 쉽진 않지만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버리고 비우고 한바탕 작은 허물을 벗어 본다.

 

높으신 법문을 언제나 마음으로 새기지만 행동은 늘 기대를 따르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면 언제나 내 생활의 1순위는 순례로 정해지고 그것이 나에게는 큰 행복이다. 거기엔 우리 가족의 배려가 한몫을 하기에 마음으로 늘 고마움을 느끼며 편안히 순례를 준비한다.

 

언제나 길잡이가 되어주시는 주지스님 그리고 같이 할 수 있는 도반이 있어 더욱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한 달에 한 번 출가를 생각하며 다 함께 회향하는 행운을 기도한다.

 

마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