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벽은 문이다 = 성철 스님, 관응 스님, 법정 스님, 일타 스님, 광덕 스님, 지관 스님, 지효 스님, 전강 스님, 송담 스님, 통광 스님, 청화 스님, 명성 스님, 만해 스님, 초의 선사 등 우리 시대 만나기 어려운 선각자, 대선사들과 나누었던 소중한 인연과 생전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김호석은 대학시절 중앙미술대전에서 수상(1979)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화, 농촌 풍경화, 역사 인물화, 서민 인물화, 가족화, 성철 스님화, 선화, 군중화, 동물화, 등의 작품을 그려왔다. 대부분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확장시켜오면서 우리시대의 정신과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그는 특히 조선시대 초상화 기법으로 현대 서민들의 얼굴을 그려 동시대의 표정을 생생히 살려냈다. ‘잊혀진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모범’이라는 찬사와 함께 국제적으로 크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인물화는 그분의 외형뿐 아니라 성정과 정신세계 그리고 학문적 성과와 인품까지를 그려야 한다. 세상에 일가를 이룬 선각자들을 그리면서 그분들답게 그렸는지 그 결과물에 대해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만은 충실하고자 했다.”고 겸손해한다.

그는 인물화에 그치지 않고 자연대상물을 그렸다. 비유와 은유를 통해 또 다른 타자를 만날 수 있도록 시각의 폭을 확장시키고자 했다. 이 책의 글은 그런 과정의 기록이며 동시에 대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이기도 하다.

도서출판 선, 236쪽, 2만3000원

◆ 자아와 깨달음 심리학으로 통하다 = 조사선을 심리학으로 풀어낸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의 중심키워드는 ‘자아(自我)’다. 그런데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무아(無我)다. 불교에서 자아는 당연히 배척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 책은 이런 일반적 인식에 정면 도전한다. 저자는 자아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알아야 할 대상이며, 자아를 아는 것이 무아이고, 그것이 곧 깨달음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먼저 자아의 실체에 대해 고찰한다. 여기에는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과 조사선의 사상이 동원된다. 나아가 혜능, 마조, 조주, 임제, 황벽 등 선의 종장들이 어떻게 자아와 직면해 깨달음에 이르렀는지, 선사들의 일화와 어록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저자 최명희는 대학에서 철학을, 대학원에서는 자아초월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삼십대 초에 경험한 신비체험은 그 후 30여 년간 무아의식의 절대적 객관성에 의해서 ‘자신’을 관조하게 만들었다. 그 경험의 결과로 ‘주인공 명상법’이 개발되었고, 노미(KnowMe)심리연구소를 통해 ‘나’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현재는 불교를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운주사, 380쪽, 1만7000원

◆ 禪, 초기불교와 포스트모더니즘 너머 = 고전적이며 동양적인 불교의 선과 선시를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시각으로 다시 살펴보고 정리한 책이다.

1부에서는 선시의 개념 정의와 선시의 발전 과정에 대해 탐색했고, 2부에서는 선과 자크 데리다의 해체론을 연결지어 현대적인 탐색을 시도했다. 이만식 교수의 논문에 실린 논쟁을 중심으로 저자의 의견을 펼치고, 『십현담』과 그 주해시들에 대해 소개했다. 3부에서는 저자가 수도시에 만난 스승들의 선과 선시를 경험담과 함께 옮겨두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선종의 선맥보와 선맥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저자 송준영은 18세 때 선문에 든 후, 동암성수·탄허택성·고송종협·퇴옹성철·서옹상순·설악무산 등 제조사를 참문했다. 특히 서옹 선사에게 법을 받아 건당했고, 설악 선사에게 전법게를 받았다.
 
저자가 창안한 선시의 수사법인 적기수사법(賊機修辭法)이 1장에 소개돼 있다, 동양적 사유의 세계를 서구적 수사법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문으로 된 고전선시가 오늘날 한글화된 현대선시로 어떻게 계승되며, 그 사상적인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소명출판, 388쪽,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