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불학연구소, ‘훈민정음 창제와 불교’ 교육아사리 연구프로젝트 시행
총 7명의 교육아사리 참여해 ‘훈민정음의 확산과 정착, 교육과 활용’ 등 연구
조계종 교육아사리 스님들이 중심이 돼 훈민정음 창제 및 보급 과정에서 당시 불교계가 담당했던 역할을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시행된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수경 스님)는 최근(3월3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훈민정음 창제와 불교’라는 주제로 교육아사리 중심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는 교육원이 교육아사리 제도 시행 이후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교육아사리 스님들이 공통주제에 대해 분야별로 연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그동안 교육아사리 스님들은 승가교육 일선 현장에서 직접 학인 스님들을 가르치거나 분야별 연구성과를 교육원에 제출하는 등의 활동을 주로 해 왔지만, 한 주제를 놓고 이번처럼 협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용비어천가를 제외하고는 훈민정음 창제후 간행된 언해본이 거의 경전 등 불교관련 서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창제에서 불교계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 무관심 했던 불교계에서 박사학위를 소지한 학자 스님들이 나서 직접 연구에 착수한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그동안 신미 스님이 한글창제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주장은 학계에서 여러 차례 연구됐으나 정작 불교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석보상절.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불학연구소장 수경 스님은 “훈민정음 창제 과정이나 불경언해본 간행 등을 통해 불교계가 한글 제정과 보급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러나 불교계에서는 이상하게도 이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한글 창제에 당시 불교계가 크게 역할을 담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조차 일반학계에 반영되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 교육아사리 스님들이 중심이 돼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는 총 7명의 교육아사리 스님들이 참여한다. 정각, 벽공, 영석 스님은 간경도감의 불경언해본 연구를 바탕으로 훈민정음의 확산과 정착에 있어서의 불교의 역할에 대해 연구한다. 또 오인, 우석, 자현, 정천 스님은 불교적 관점에서 바라 본 훈민정음의 교육과 활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외래 연구자로 <훈민정음의 길>의 저자 박해진 작가도 함께 참여한다. 혜각존자 신미스님 생애와 삶을 연구한 바 있는 박 작가는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에 끼친 혜각존자 신미 연구’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박해진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그동안 훈민정음과 불교의 관계를 외롭게 연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한계를 느껴왔다"며 "그러나 이제 조계종이라는 거대한 종단에서 여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시니 다시 힘이 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는 오는 10월9일 한글날 이전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