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이라는 말을 들을 때 무엇이 연상되는가. 아마 열에 아홉은 이효리의 ‘흔들어라, 부드러워진다’를 연상할 것이다. 이 말이 요즘에 와서는 소주 이름으로 전락(?)했지만, 원래 처음처럼은 불교에서 가장 강조하는 초발심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불교에서 초발심, 초심은 순수한 신심이다. 이 초심이 지켜져야 불교공부도 꾸준히 할 수 있다.

옛 스님들은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순수한 신심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초발심을 항상 경책의 문구로 써왔다.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 야운 스님의 <자경문>은 모두 초심을 강조한 글로, 이 세 편의 글을 묶어 <초발심자경문>이라는 한 권의 경전이 형성되었다.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강원에서는 사미나 사미니가 처음 배우는 과목으로 <초발심자경문>을 채택해오고 있다. 여기에는 초심이 있어야 발심이 되고, 발심이 지속되어야 불교공부도 계속 할 수 있다는 옛 스님들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조계종 대강백으로 꼽히는 지안 스님이 <초발심자경문>을 엮어 『처음처럼』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계초심학인문>은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지은 것으로 제목 그대로 불교에 처음 입문한 초심자를 훈계하는 내용부터 사찰 내에서의 대중생활 규범과 선방에서 참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을 경각시키는 내용이 설해져 있다. 지눌 스님은 1205년 조계산에서 수선사를 설립한 후 초심자들에게 올바른 수행정신을 가르쳐 새로운 승가를 확립하기 위하여 이 글을 저술했다.

<발심수행장>은 신라 원효 스님이 지은 것으로 발심수행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이 글은 부처와 중생의 차이가 수행하고 수행하지 않는 차이임을 설하면서, 한시도 방일하고 쉴 틈 없이 매일 정진에 정진을 거듭할 것을 강조한다.

<자경문>은 고려 야운 스님이 지은 것으로 선 수행 공부를 잘 하도록 채찍하는 글이다. 자경문은 특히 조사선을 참구하라고 권하면서 엄격한 율행을 지키며 빈틈없는 공부를 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지안 스님의 『처음처럼』은 마치 강원에 처음 입문한 사미에게 강의하듯, 한문 원문과 한 자 한 자의 음독, 해설과 강설을 곁들여 풀이했다.

지안 스님은 현재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장이다. 종립 승가대학원은 강원에서 학인들을 가르치는 강사 스님들을 배출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것은 강원에서 강사 스님들이 배운 강의를 직접 접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지안 스님을 따라 한문으로 된 자경문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가다 보면, 어려운 부분에서는 주석이, 말미에서는 스님의 친절한 해석이 따라온다.

지안 스님은 이 책을 출간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수행 40년만에 이 책을 번역하면서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나 스스로 초발심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초심은 바로 경책이다. 본질적 문제에 대해 탐구하라는 것이다. 비본질적인 문제에 맴돌다 보면 자가당착이라는 모순을 범할 수밖에 없다. 발심을 제대로 하면 항상 깨어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초발심시변정각 즉 처음 발심할 때 바로 정각을 이룬다의 본래 의미이다.

스님은 이 책을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과 독서를 좋아하는 교양인들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참된 진리를 추구하는 삶의 진정한 가치는 수행에서 나오는 법이다. 초발심자경문은 이런 가치에 도움을 주는 법문들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하여 발심 공부하는 사람들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가져본다. 이 책에 담긴 의미는 승속을 막론하고 정신성장의 사회적 토양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조계종출판사에서 시리즈로 출간하는 서시리즈의 1권이기도 하다. 조계종출판사가 불서시리즈 1권으로 초발심자경문을 풀이한 『처음처럼』이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처음 불교에 입문했을 때의 그 마음, 열정과 희망,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그 때를 잊지 말고 정진 또 정진하라는 의미인 동시에, 불교에 관심은 있지만 무엇을 읽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는 초보불자들에게 권할 수 있는 첫 번째 경전이 바로 초발심자경문이라는 것이다.

지안 스님은

통도사에서 벽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통도사 강원 강주를 비롯해 조계종 교육원 고시위원 및 역경위원장을 역임하면서 35년간 교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는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장을 맡고 있으며, 반야불교학당과 반야경전교실을 개설하여 재가불자들을 위한 교학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기신론 강의>, <신심명 강의>, <기초경전해설>, <보현행원품 강의>, <학의 다리는 길고 오리 다리는 짧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대반니원경>, <대승기신론강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