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공사 중 1950년 대웅전 중건 당시 상량문 및 상량유물 다수 발견
도편수 임배근 등 상량기록은 근현대 건축사 규명의 귀중한 자료 평가

3월부터 해체보수공사를 진행해온 이천 설봉산 영월암(주지 보문스님) 대웅전의 부재에서 지난 3월 10일(목) 대웅전 해장혀 부재에서 한지에 먹으로 기록된 ‘설봉산보림사중건상량문(雪峰山保林寺重建上樑文)’이란 제목의 상량문과 화폐, 은비녀, 은장도 등 214점에 이르는 상량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발견된 상량문에 따르면 1950년 음력 4월 초파일 중건 당시 봉안한 것으로 당시 도편수 임배근 등 공사관계자를 확인 할 수 있다.  1907년 이천 충화사건에 의해 영월암이 전소된 사실과, 현재의 영월암(映月庵)아닌 보림사(保林寺)라는 이름으로 사찰의 명칭이 변경되었던 것도 확인됐다.

상량문과 함께 발견된 다수의 상량유물 중 화폐는 상평통보, 건륭통보, 1880년(明治 13년)부터 1941년(昭和 연간)의 일본화폐 등이며, 수십 점이 발견돼, 당시가 조선, 청, 일본 화폐 모두가 통용되었던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은반지를 비롯하여 은수저, 은비녀, 은장도 등 다양한 은 장식품과 호박 쌍가락지, 노리개 등도 발견됐다.

현재의 설봉산 영월암 대웅전은 1953년 11월 김해옹(金海翁) 스님에 의해 준공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이번에 발견된 상량문을 통해 6.25 바로 직전인 1950년으로 중건 시기가 명확히 밝혀짐으로써 영월암 대웅전의 건축적 가치를 재조명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천 설봉산 영월암 대웅전은 일제시대에 망실 위기에 있었던 이천향교 풍영루 목재를 전용(轉用)하여 다시 지은 것으로 구전되어왔다. 이에 따라 영월암 대웅전의 전신(前身) 건물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조사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이천시 관영건축물의 새로운 면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월암은 현재 이천시 향토유적 제 14호로 지정된 이천의 유서 깊은 고찰(古刹)이며, 대웅전 뒤편으로는 바위를 깎아 만든 보물 제822호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이 전하고 있다.

영월암 대웅전 상량문과 상량유물의 발견은 그동안 거의 없었던 격변기 사회상과 상량의례, 사찰과 관, 유학과의 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소중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다음은 이번에 발견된 설봉산 보림사 중건 상량문 전문이다. 

 雪峰山 保林寺 重建 上樑文

 

기술하노라, 서역을 떠난 부처님 도가 길이 멀고 멀지만 석가여래 진리는 먼저 통했고, 북악(설봉산) 봉우리 기이하고 아름다워 이미 영월암이 창건되었다. 오백나한의 교화와 삼천법계의 청정함은 모두 옛일이로다.
[述夫, 西域離道路迢遠 先通釋迦之法 北岳唯峰난奇麗已創映月之菴 五百羅漢之化 三千法界之淨 盖以昔也]

 

다행이로다. 진시황제의 무도한 분서갱유는 옛날 일이라 미치지 못하였고, 운명이로다. 왜병이 오래도록 노략질하여 (이천을) 불태워 마침내 그 때를 당하여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다. (1907년 이천충화사건에 의하여 영월암이 전소된 사실을 말함.)
[幸而秦皇無道之焚已先世而不及 運也倭兵永虞之燒正當時而全滅]

 

원숭이들이(일본) 이미 (한반도에) 머문 세월이 40년이요(일제강점기), 오직 저들이  와서 (강탈하니) (절터가) 적막하기 일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주지 김청일과 군민(이천군민)이 일심으로 함께 힘을 도와 견디어 내었다.
[蜼旣住星霜四十餘年 唯伊來寂寞尋常之日 唯幸 住持人兮金晴一 共助負在郡同一]

 

서리 비둘기도 입으로 재물을 물어오고 방어 물고기도 작은 힘을 보탰다. 법당을 다시 세우니 산 이름은 옛날부터 설봉산 이요,  그 시기는 경인년이니 길하도다.
[鳩聚口財 魴赤尾力 重建法宇 山號古而雪峰 年運吉於庚寅]

 

발견된 상량문 모습

꽃과 버들 늦봄 맞으니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은 온화하며, 연기와 이슬 깊은 골짜기 이 땅이 깨끗하여 부처님이 영험 하네.
그리하여 한마음 함께 힘쓰니 어찌 나무와 돌을 갖춤에 어렵다 하랴.
이에 힘쓰고 다스려 모든 전각이 이루어졌도다.
해를 이어 경영함에 어찌 미비한 느낌이 있으리오, 특별한 땅에 중건하니 어찌 정녕 축하함이 없으리오.
[花柳春暮際 荐日暖風和 煙露洞流必有地淨佛靈 然而 同心同力何難乎木石之具 乃壃內理盖取諸棟宇之成 乃者 延年經營縱有未備之憾歎 特地重建詎無丁寧之祝辭]

 

축하하여 가로되,
힘을 보태어 대들보를 들어 올려 공경스레 짧은 노래 말하노라.
[辭曰 助擧修樑 敬陳短唱]    

 

어영차 대들보 동쪽으로 던지니 복하개울 진리동네 길이 서로 통하고, 이천읍네 등불 밝혀 바라보니 가이 없는 모습이요, 집집마다 불빛 밝혀 비추니 옛 풍광이로구나.
[兒郞偉抛樑東 福河陳里路相通 觀燈邑市無邊色 照入千家太古風]

 

어영차 대들보 서쪽으로 던지니 설봉산 마루에 무성한 구름 낮게 깔려 있고
찬란한 별빛 솔숲에 돌아드니 염불 소리에 새가 차례대로 둥지에 내려앉네.
[兒郞偉抛樑西 雪峰山頂盛雲低 長星歸路森松樹 念佛鳥下次第棲]

 

어영차 대들보 남쪽으로 던지니 남산 바위 높이 솟아 푸르름이 쪽빛같고 이슬비 동풍불어 발처럼 펼쳐 내리며 쌍쌍 제비는 지지배배 축하하네.
[兒郞偉抛樑南 南岳岩高 碧似藍 細雨東風簾幕列 雙雙燕賀語喃喃]

 

어영차 대들보 북쪽으로 던지니 원적산 산빛이 오래된 이곳을 비추고 염불하는 노래 소리에 백발 노승이 인(仁)을 닦고 덕(德)을 베풀어 그 즐거움을 함께하네.
[兒郞偉抛樑北 元積山光映壽域 念誦歌中百髮僧 승仁浴德同其樂]

 

어영차 대들보 위쪽으로 던지니 교화의 날 오래도록 펼치니 은혜의 비 흠뻑 적셔지고, 이로부터 절 가운데 부처님 몸 나툼이 더욱 빛나며 빛을 향한 꽃과 나무 봄을 맞아 방창하구나.
[兒郞偉抛樑上 化昵舒長恩雨瀼 自此寺中生色培 向陽花木春方暢]

 

어영차 대들보 아래쪽으로 던지니 대지에 뽕나무 삼나무 초목들도 기름진 들판 열어내니 할 일 이미 마쳐서 절 일이 한가롭고, 때때로 범종소리 들으니 평안한 곳 되었네.
[兒郞偉抛樑下 大地桑麻開沃野 工課已完寺事閑 時聞鐘聲平安處]

 

상량한 이후 엎드려 원하옵나니,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 사방의 오랑캐가 감복하고, 모든 정령 감응하여 온 세상이 평온하게 하소서.
[伏願上樑之後 萬法歸一四夷咸服 百靈感應八紘安穩]

 

만세에 덕화 미침 칭송하고 법당 지움 기념하며 붙여 읆는다.
해로움도 없고 재앙도 없음이여 이 법당에 들어오면 영원히 좋으시고
기울지도 말고 썩지도 말아라, 후세인의 중수를 기다리도다.
[頌德化於萬世 付紀念於一堂 無害無灾入此堂永好 不蹇不朽待後人之重修]

 

佛紀 二九七七年 陰 四月 初八日

 

利川郡代表
郡守 李起鶴                       都片手 林培根
課長 張常根                       副片手 李富榮
     安載馹                       從片手 金源鎬
                                         李玉眞
利川警察署
署長 梁在元                        化主  李禎洙
係長 朴種海                              辛榮洙
                                         金晴一
利川邑
邑長 兪相濬                        法堂建築會
副邑長 李種國                      顧問  鄭智永
                                         兪琓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