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선해
우익지욱 저, 길봉준 역주, 운주사
1248쪽, 8만5000원

『주역』(周易)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글로 일컬어진다. 공자가 극히 진중하게 여겨 받들고 주희(朱熹)가 ‘역경(易經)’이라 이름했다.

『주역』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음과 양이라는 부호의 조합으로 귀결시킴으로써 인간의 길흉을 점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주역』에 등장하는 태극ㆍ양의(兩儀)ㆍ사상(四象)ㆍ팔괘 등의 개념들은 유가뿐만 아니라 도가나 한의학, 풍수 등 동양철학 전반에 걸쳐 사상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고승으로, 중국불교의 마지막 완성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익지욱의 저술이다. 중국불교사에 있어 유교의 최고 경전인 『주역』을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한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책이다. 지욱은 이 책에서 고도의 불교사상, 특히 천태와 유식, 화엄사상 등을 종횡무진으로 활용하면서 『주역』에 담긴 심오한 이치를 불교의 이론적, 수행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이 책에는 불교사상의 정수와 유가사상의 정수가 만나 그 두 사상이 융합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책의 맨 앞은 35쪽 분량의 ‘해제’ 편이다. 본문을 공부하기 전에 먼저 저자인 지욱의 생애와 저작활동, 『주역선해』의 저술 인연과 과정, 그리고 『주역선해』의 구조와 내용의 대강을 알기 쉽게 해설해 독자들에게 주역과 불교사상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책 말미의 ‘부록’에서는 31쪽에 걸쳐 주역의 기본적인 개념 등을 해설해 주역에 대한 기초가 없는 사람들이 먼저 읽고 참고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책은 『주역』을 불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했을 뿐 아니라, 중국사상사에서 오랫동안 이념적으로 대립해 왔던 유교와 불교를 상호 이해와 융합에 기반해 과감한 통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사상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다. 『주역』을 해석한 책들은 많다. 하지만 고도의 철학체계이자 실천체계인 불교사상으로 『주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풀이한 책은 『주역선해』가 유일무이하다.

우리말 번역과 주석은 대학원에서『주역』을 전공하고 『주역선해』 연구로 국내 최초의 박사학위를 받은 만허 스님(길봉준)이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