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들려주는 동안거 해제 법문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18일 석종사 대웅전 앞에서 연비한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2월 22일(음력 1월 15일)은 동안거 해제일이다. 전국 102개의 조계종 선원에서 정진했던 2200여 명의 수좌들이 안거를 마치는 날이다. 해제를 앞둔 18일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석종사내 선림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감로법문을 들려줬다. 석종사 금봉선원에는 스님 30여 명이, 보월선원에는 재가가 100여 명이 각각 안거 중이었다.
스님은 먼저 동안거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 안거는 스님들이 중생의 아픔을 잘 알기 위해 번뇌망상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각자의 본질과 뿌리를 찾아가는 싸움이기도 하죠. 그래서 스님들에겐 익은 것을 설게 하고 설은 것을 익게 하는 마음자리를 찾도록 독려합니다. 욕망을 없애기 힘든 재가불자들에겐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 주인이 될 것을 강조합니다.”
스님은 젊은 스님들의 요즘 수행 모습에 대해 “한 자녀 가정에서 귀하게 자란 스님이 많다. 각자 나름대로 수행을 잘하려 애쓰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스스로 체험을 통해 답을 찾는 것과 달리 요즘은 컴퓨터로 해결하는 경향이 많다.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색과 명상을 통해 얻은 내면의 답이라야 영원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최근의 깨달음 논쟁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묻는 것으로 이어졌다.
“안거 전에 깨달음 문제로 많은 이들이 얘기를 했습니다. 이해라는 생각이 있는 동안은 깨달은 게 아닙니다. 무념이 깨달음이죠. 생각해서 이해할 게 남아 있으면 참된 깨달음이 아니에요.”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석종사내 시민선방인 보월선원에서 동안거 수행중인 재가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혜국 스님은 2월 25~28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리는 세계명상대전에 태국, 호주, 대만의 수행승들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선승으로 참가한다. 스님은 “최근의 명상 붐과 관련해 지금이 간화선의 위기 아닌가”라는 질문에 “사람의 문제이지 간화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허공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간화선의 도 자체는 부처님 이전이나 말년이나 변함없이 존재합니다. 스승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명상을 중심으로 한 초기불교세가 확산되는 걸 나쁘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지를 알게 하는 부처님 교훈 방식의 차이로 이해하면 됩니다. 하지만 초기 불교의 명상 수행으로는 도저히 간화선 같은 대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스님은 세간에서 유행하는 ‘흙수저’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젊은 학생들이 저를 찾아와 ‘저희 같은 흙수저는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하곤 합니다.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우리를 억지로 끌고 온 사람은 없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면 좌절하기보다 남 탓하지 말고 이겨나가고 볼일입니다.”
어수선한 세상 풍경을 헤쳐 나갈 방법을 묻는 질문에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과학, 문명, 물질, 학력은 갈수록 높아지는 데 많은 이들이 내 마음을 닦고 수행할 시간은 찾지 못하는 것에 문제의 원인이 있습니다. 허공에 먹물을 끼얹으면 바닥에 떨어질 뿐 허공은 더럽혀지지 않는 것처럼 인간과 생명의 본질은 죄에 물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문을 열어 생명의 본질, 인간의 본질에 눈을 뜨는 의식운동을 해야 합니다. 자기 본질만 분명히 키워나간다면 우리 앞에 닥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해제를 맞는 수좌들에게 “안거 기간 참구한 화두를 가지고 대중들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혜국 스님은?
1948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해인사로 출가해 일타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고, 1969년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70년 22세 때 반드시 성불할 것을 다짐하며 오른손가락 3개를 부처님께 연비했다. 그 뒤 태백산 도솔암에서 2년7개월 동안 생식하며 장좌불와 정진을 했다.
1973년~1994년 경봉, 성철, 구산 스님 회상에서 수행정진했고, 해힌사, 송광사, 봉암사, 칠불사, 수도암 등 제방 선원에서 수십 안거를 성만했다. 1994년에 제주 남국선원을 개원했고, 1997년 부산 홍제사, 2004년 충주 석종사를 각각 창건했다. 2016년 현재 제주 남국선원장, 충주 석종사 회주 겸 금봉선원장 직을 수행중이다.
석종사가 위치한 자리는 원래 신라 말 고려 초에 창건된 대가람 터였다. 역사의 풍상을 겪으며 5층 석탑만이 홀로 이 터를 지켜오다 일제말기에 완전히 페사됐다. 혜국 스님이 과수원 800평을 사기 시작해 현재 약 10만평의 터를 마련했다. 대웅전, 선원, 보월당, 선림원 등을 중창불사해 아름답고 문화적 가치가 높은 대가람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동안거 해제를 앞둔 18일 기자들에게 간화선 수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