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선문염송 강설』을 펴낸 보경 스님.

『선문염송집』은 고려의 진각혜심이 1226년(고려 고종 13)에 조계산 수선사에 있을 때 저술한 책이다. 줄여서 『염송』이라 한다. 옛 선사들의 문답, 즉 화두 1,125칙을 모아 만든 것이다. 초판본은 몽고족의 침입으로 소실되었다가 그 뒤 진각혜심의 제자 청진국사 몽여가 1,125칙에 347칙을 더해 1,472칙을 수록해 다시 각판했다. 부처님의 고화(古話), 화엄경 등의 경전, 서천(西天) 28조, 중국의 6조 및 선지식들의 고칙 순으로 배열해 선맥의 유통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수선사 연구’라는 논문으로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보경 스님(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이 단행본 『선문염송 강설』(불일출판사)을 펴냈다.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에서 발간하는 ‘법련’지에 3년여에 걸쳐 매달 선문염송의 해설을 연재해 전체 143칙을 모은 강설집을 만든 것이다.

이 책은 현대인들을 위해 마음수행을 닦는 간화선법에 근거해 조사들의 염송을 해설했다. 별도로 인용하는 예화들은 근현대의 동서양 일화를 소개해 선문의 독특한 향취와 잘 어울리게 했다. 일생 만권 독서의 꿈을 간직한 채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일로 삼고 있는 스님인지라 그 내공이 남다르다.

1월28일 조계사 근처에서 출간 기념 간담회를 연 보경 스님은 “조계문중으로 선사들의 어록과 공안집을 각별히 좋아해 항상 가까이 두고 펼쳐 봐왔다. 그러면서 오래전부터 나만의 공안집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스님은 특히 “『선문염송집』은 진각국사께서 편찬하신 송광사 산문의 보고라서 한국산 공안집의 현창이라는 의의도 있었다.”면서 “마침 동국대역경원에서 봉선사 월운노사의 원력으로 전체 열 권 분량으로 완역돼 내놓은 게 있어서 작업은 용이한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전체 1,463개의 공안 중에서 백 칙 정도를 선별해 나름의 해석을 붙일 생각이었다. 그러면 법문의 체계를 갖춰 설법형식의 법문집으로도 평생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끌렸다. 그렇게 집필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나고 주지소임을 마치는 즈음에는 전체 143칙을 모은 강설집이 만들어졌다.

보경 스님은 ‘산문계승에 대한 인식제고’라는 점을 들면서 이 책의 또 다른 의의를 설명했다. 스님에 따르면 중국선종 사찰에서는 초면의 수행승에게 으레 “선사는 누구 집의 노래를 부르며 어느 분의 종풍을 이었습니까?[師唱誰家曲 宗風嗣阿誰]”라는 질문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것은 선문의 계보와 본인의 수행가풍을 묻는 것이죠. 이 질문 하나면 출신과 공부의 내력이 훤히 드러납니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산문과 종풍으로 존재하는 것이 선종의 정신이고 문화라면 문화입니다.”

스님은 이같은 예를 들면서 전적을 연구하고 산문을 현창하는 일은 까마득히 멀어져 가고 개인만 넘쳐나는 세태가 된 작금의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작은 책에게도 제 운명이 있다.”는 라틴어 경구를 인용하면서, 보경 스님은 자신의 운명은 조계산문을 현창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조국사 이래 16국사를 거쳐 효봉―구산 스님으로 이어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수선결사 정신과 선교일치의 이념을 근간으로 해 한국불교의 중흥에 헌신하는 일,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