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다스리는 마음공부 = 작년 4월에 나온 『아들에게 남기는 어머니의 마음공부』는 연말에 ‘올해의 불서’로 선정됐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전하고픈 한 어머니의 삶과 불교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 저자 최혜자 보살이 이번에는 세상을 향해 자신과 같이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공부글을 내놓았다. 그녀는 30대 후반부터 80을 앞둔 지금까지 불치의 병과 함께하고 있다. 간간히 풀어놓는 저자의 굴곡진 인생길과, 그 속에서 함께 깊어지는 마음공부의 과정을 읽어가노라면, 한 사람의 삶이 아무렇게나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책에는 저자가 살아온 지난했던 삶, 즉 연좌제 때문에 제대로 꿈도 펼쳐보지 못한 이야기, 젊은 시절부터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던 이야기, 결혼 얼마 후 청상이 된 이야기, 어린 아들과 외국에 나가 살아야 했던 이야기, 30대 후반에 찾아온 불치병과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생활고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일구어낸 마음공부 이야기,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공부 안내서, 불교공부 입문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사성제, 팔정도, 업, 연기법, 삼법인, 계율, 위빠사나, 참선, 육바라밀 등 불교의 기본적인 가르침들이 저자의 삶에 녹아들며 쉽게 설명되어 있다.

그녀가 해온 마음공부는 평생 고통을 안겨주던 병도 삶의 동반자로 만들어 주었다. 나이 듦도,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게 되니 부족함과 불만이 사라져갔다. 무엇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인생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병고로부터 해방시켜 평온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준 붓다의 가르침을 아픈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이 그녀를 책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을 통해 온몸으로 공부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이 책에 기록으로 남겼다.

운주사, 382쪽, 1만6000원

세상을 구한 하나의 시-법성게 = 의상대사는 ‘해동화엄초조(海東華嚴初祖)’, 즉 신라 화엄종의 시조라 불린다. 의상대사가 지은 ‘법성게’는 방대한 <대방광불화엄경>의 진수를 210자 7언 30구의 시로 함축해 오늘날까지 진리에 목마른 후학들에게 큰 광명의 등불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밝힌 대로 1300년 전 ‘법성게’라는 아름답고도 신묘한 시가 탄생한 배경을 찾아 의상대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려낸 전기소설이다. 작가는 한 구도자가 바다를 건너 머나먼 중국으로 구법의 길을 떠나 마침내 화엄대법사가 되어 다시 귀국한 후 화엄의 세계를 널리 펼쳐 눈 먼 중생들의 고통을 구제하는 구도역정을 풍부한 불교지식과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부산 출신의 작가 허장욱이다. 젊은 날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납세지원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공직의 길을 걸어왔다. 1990년 월간 문예사조에 단편소설 ‘재회’로 등단했고 단편소설집 『시인과 뜸부기』, 시집『화엄예찬』 등을 펴냈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의상은 화엄을 수행하며, 법성게라는 아름다운 시를 지었다.”면서 “인생의 저쪽 기슭에서부터 이편으로 늘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 속을 거닐며 삶의 진리를 찾아 구도의 길을 걸어간 의상을 쫓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다가야, 294쪽, 1만4000원

법구경-사람이 꽃이 되는 5분의 여유 = 손글씨를 쓸 일이 점점 줄어드는 디지털 시대에 최근 서점가는 필사책들이 대세이다. 좋은 문장을 보고 책 여백에 직접 따라서 쓸 수 있도록 편집됐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필사책을 하나의 ‘감성 놀이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손글씨라는 일종의 창작 행위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 동시에, 자신이 써내려가는 좋은 글귀로부터 위안을 얻는 다는 것이다.

이 책은 <법구경>의 내용 중 삶의 방향을 알려줄 90개의 구절을 뽑아 엮었다. 전문편집자인 엮은이 김지숙은 “하루에 5분씩 여유를 갖고 읽고 마음에 새기며 따라 쓰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더 가까이 다가가 소박하지만 해학이 섞인 법문을 접하며 깊은 깨달음과 정진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번역한 한글 시구를 위쪽에, 한자로 된 구절은 아래쪽에 음을 달아 실었다. 보고 따라 쓰기 쉽도록 왼쪽에는 법구경 구절을, 오른쪽에는 노트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