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중생인 것입니다. 마음에 비친 진정한 모습을 통해 깨달음으로 나가야 합니다.”

유럽에 한국 선불교를 알리고 있는 청안 스님은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길 바란다며 법문집 『마음거울』을 출간했다. 『꽃과 벌』에 이은 두 번째 법문집이다.

청안스님은 “잔잔한 호수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듯 진실한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 필요하다”며 책 제목을 마음거울로 정했다.

“마음 거울을 통해 모든 사물과 모든 우주를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하는 청안 스님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단계를 거치고 나면 깨달음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이 문답식으로 구성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문답을 통해 생각을 버리고 본질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책은 청안 스님이 헝가리에서 실제 법문시간에 이루어졌던 문답내용을 최대한 원문에 가깝도록 재구성됐다.

‘화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수행할수록 자아가 강해집니다. 그래서 혼란스럽습니다.’, ‘스님께서는 매순간 스님 자신을 얼마나 믿고 계시나요?’, ‘카르마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등 질문들도 다양하다.

다양한 질문에 대해 청안 스님은 대중적이고 현실감 있는 비유와 표현법을 동원해 설명해 나간다. 질문자의 근기에 맞는 대기설법인 것이다.

학생 :　마음거울(mind mirror)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비춥니다. 하얀색은 하얗게, 파란색은 파랗게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분노가 일어나면 마음 거울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나요? 청안 스님 : 우선 분노만 보게 됩니다. 선명하게 나타나는 분노를 자세히 보십시오. 그런 다음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든 것이 완전히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세요. 분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십시오. ‘이 분노는 어디서 왔는가?’ 그런 다음 분노가 일어났던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그곳은 자비심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만일 우리가 분노가 일어난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가서 생각해볼 수 있다면 자비와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분노가 일어나는 것을 알아채고, 분노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본 다음에 그 에저지를 다른 곳에 쓰도록 하십시오. 이것은 자신의 모든 카르마를 다루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실 좋은 카르마, 나쁜 카르마난 없습니다. 단지 적절하지 못한 시간에 적당하지 않는 곳에서 일어났을 뿐입니다. -본문 중에서-

‘나 하나의 마음이 개끗해지면 세상이 하나가 된다’는 숭산 스님의 사상을 몸소 실천하는 청안 스님의『마음거울』은 불교를 배우고 수행하면서 삶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청안 스님/ 김영사/ 404쪽/ 12,000원/ 영문원고 수록

*청안 스님은?

헝가리에 태어나 20대 초반 숭산 스님을 만났다. 1993년 미국 프로비던스 선원 겨울 결제에 참가하면서 큰 가르침을 얻어 이듬에 비구계를 받았다. 이후 한국 화계사, 해인사에서 수행했다. 1999년 숭산 스님에게 인가를 받고 2000년부터 헝가리로 돌아가 한국 선불교를 유럽에 전파하고 있다. 자신에게 육체적 생명과 정신적 가르침을 준 부모와 여러 스승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2003년부터 헝가리에 한국식 사찰 원광사를 건립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