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거북한 말, 공리주의 윤리 이야기 -불교윤리의 실천원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강남에서 4개월째 불교철학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붓아카데미의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15번째 강좌가 동국대 허남결 교수를 강사로 초빙해 ‘불교윤리의 현대적 실천’을 주제로 내일(10월 30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방배동 사찰음식전문점 마지의 2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다소 불편하게 들릴 사람들도 있겠지만 평소 필자는 <불교‘의’> 입장과 <불교‘적’> 관점들은 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전자가 고유명사의 성격을 띤다면 후자는 일반명사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필자는 전통적 의미의 불교교학을 충실히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그리고 불교윤리의 보편적 확산을 꿈꾸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좀 더 과감한 ‘발상’을 주문하고 싶다는, 제안도 아울러 드린다.”
허남결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뚱딴지같은 소리’를 털어놓는다. 그의 주변 불교(학)계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저마다 <불교‘적’>인 관점들 가운데 하나를 이야기하면서도, 자신만은 가장 정통적인 <불교‘의’> 입장에 서 있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불교‘의’> 입장에 미치지 못하거나 심지어 비(반)-불교적인 것이라고 폄하해 버리는 무례를 범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런 현상은 특히 불교윤리의 현대적 해석과 관련된 논의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불교윤리의 현대적 적용 가능성을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이를 윤리적으로 확장한 ‘자리(우선)이타행’의 원리에서 찾으려고 하는- 이 강의를 발표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가 이곳 미붓아카데미에서 큰 결심을 했다. 평범한 불자이자 윤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비록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발상’이긴 하지만 그의 생각을 과감하게 표명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제일 먼저 데미언 키온(Damien Keown)을 거론한다. 그는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들의 해법을 찾기 위한 불교윤리적 접근에는 먼저 어느 시대, 어느 지역, 어느 종파의 불교를 표준적인 <불교‘의’> 입장이라고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가 이번 강좌에서 제창할 내용의 요점은 윤리적 이기주의의 불교적 버전인 <자리(우선)이타행의 원리>를 제안하는 것이다.
“제안하고자 하는 공리주의의 유사 버전인 ‘자리이타행’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까?”라는 화두 아래, 허 교수는 불교윤리의 입장에서 ‘이기’와 ‘이타’의 구별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불교의 교학적 체계에서는 ‘이기’와 ‘이타’의 주체인 ‘나’란 것은 본래 존재할 수 없다고 가정되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자리와 이타의 선후관계는 시간상의 앞뒤가 아니라 단지 설명을 위한 논리적인 구별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자리’와 ‘이타’는 같은 시공간 안에서 모순 없이 하나의 행위로 동시에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것으로 자신의 논의를 전개시킨다. 즉, 그가 새롭게 제안하고자 하는 21세기형 윤리적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는 불교윤리의 ‘자리이타행’은 ‘이타’에 앞서 ‘자리’가 먼저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피터 싱어는 지난 수 만 년 동안 인류가 이타적으로 대해야 할 대상의 범위를 나 자신과 가족 및 혈연으로부터 지역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종으로 확대해 왔듯이 이제부터는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존재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그러나 동시에 (가능하다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인가를 고려해 보라.”
허 교수가 미붓아카데미의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강좌를 통해 주창할 이 명제가 과연 우리 모두를 ‘완전한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종교적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과연 그는 그런 절묘한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내일 진행될 그의 강좌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의 신청 및 수강 안내: 010-6742-2151(정태겸), 010-8770-5258(김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