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공생회 사무처장 덕림 스님이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팔 지진 피해복구에 동참을 당부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4월 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6차 긴급 구호 활동을 벌인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 스님, 이하 공생회)는 우기 시즌이 끝난 후 본격적인 재건활동을 앞두고, 9월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네팔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3년간의 약속’을 발표했다.

공생회는 지난 5월 긴급구호 활동을 벌인 신두팔촉 지역에 2016년부터 3년 동안 총 5칸 이내의 규모 학교 20곳을 건립하고 시설 보수를 통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학교 건립 및 보수 외에도 도서관 지원, 책상, 캐비닛, 학용품 등의 기자재도 함께 지원해 붕괴된 교육 인프라 재건을 위해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룸비니 지역에 별도로 지어질 3개의 학교는 10월 기공식을 앞두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공생회 사무처장 덕림 스님은 “8천명 이상의 사망자와 2만 여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유엔개발계획은 네팔 전체 국토의 40%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면서 지진으로 네팔의 7,800여개의 학교와 36,000여개의 교실이 무너졌다. 네팔 정부는 최대 피해지역인 신두팔촉(Sindhupalchowk) 623개의 학교를 조사한 결과 5,166개의 교실 중 89%는 파손되어 안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무너진 집 잔해 위에서 망연자실한 채 앉아있는 신두팔촉 지역 주민.

스님에 따르면 지진 피해 아이들에게 학교는 지진으로 겪은 심리적인 영향을 치유하고 안전하게 공부하고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자연스럽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5월 31일 학교들이 공식적으로 수업을 재개했지만 최소 96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실정이다. 산간지역의 아이들은 카트만두나 평지의 학교를 다니기 위해 마을을 떠나기도 하고,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아동착취, 인신매매 등의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건립될 학교는 교실과 마을회관 겸용으로 주민들과 학생들을 위한 교육, 문화, 보건 환경을 개선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덕림 스님은 “신두팔촉 지역에서 마을회관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르파, 따망, 엘람부, 달릿(불가촉천민)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민족마다 전통 행사와 종교의식이 열리며 어린 스님들이 공부하고 방과 후 교육을 하는 장소였지만 이번 지진으로 대다수 무너져 내렸다. 마을 회관의 건립, 지원으로 주민들의 종교와 문화 및 전통 보존 등에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할머니가 있는 우리 마을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공생회는 지진 발생 직후 네팔 현지에 위치한 지부를 통해 구호팀을 꾸려 발 빠른 초기 대응 및 긴급구호활동에 돌입했고, 현지인 중심으로 이루어진 구호 팀원들로 피해 조사 및 접근이 유리하여 지속적인 구호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신두팔촉, 다딩, 시카푸르, 낭리바리, 아긴촉 등 피해가 심하고 도움의 손길이 적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6차까지 구호활동을 벌여 6만여명의 주민들이 혜택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4월 27일 개설한 긴급구호 계좌를 통해 성금 2억 8천 여 만원을 모연했다.

네팔 지부가 위치한 카트만두 보우더 지역의 공생청소년센터에서는 지진 발생 이후 해외 취업 이주를 희망하는 인구가 카트만두로 몰리면서 한국어 및 컴퓨터, 재봉교실에 등록한 수강생들로 북적였다. 지진 피해 아동들을 위한 트라우마 극복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또한 센터 내 재봉 공동작업장에서는 지진 피해 아동 지원을 위한 750여개의 교복 및 가방을 제작했다. 
 

지구촌공생회 네팔 지부 긴급구호팀은 카트만두, 신두팔촉 지역에서 6차례 걸친 구호활동 전개로 6만여명의 주민들을 구호했다.

공생회는 네팔 룸비니 지역에 스리아다샤 송명례초등학교, 스리마하락시미 초등학교, 스리파슈파티 영화초등학교, 스리칼리마이 선원사초등학교 4곳의 학교와 다딩 지역에 1곳 스리시데숄 공립학교를 건립 및 운영하고 있다. 

공생회는 2005년 스리랑카 쓰나미, 2007년 인도네시아 지진, 2008년 미얀마 싸이클론,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1년 일본 대지진, 2013년 필리핀 태풍 등 세계 곳곳 대규모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 이웃들을 돕기 위한 구호 성금을 지원하고, 구호활동을 진행하여 왔다.

한편 공생회는 이날 이사장 월주 스님 명의로 네팔 지진 피해복구 사업에 동참을 당부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호     소     문

강진으로 스러진 네팔! 산골학교를 일으켜 세웁시다.

네팔! 천형의 고통 속에서 갈등으로 시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5일, 네팔은 81년 만의 최악의 강진으로 처참히 붕괴되었습니다. 연 이은 강진과 여진은 아픔을 이겨내려던 네팔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주었습니다. 곧바로 닥쳐 온 우기의 폭우는 지진으로 갈라진 땅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려버렸습니다. 3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천형(天刑)의 고통을 극복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 한 마음이 되고자 헌법제정에 나섰지만, 민족과 종교, 지역의 이익을 앞세운 갈등으로 오히려 더 큰 시름에 잠겼습니다.

강진피해 이전에도 네팔은 1996년부터 10년 동안 공산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으로 14,000여 명이 사망하고, 왕정폐지와 민주화운동과정에서 갈등과 혼란을 겪다 유엔(UN)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으로 갈수록 피폐해져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무명과 고통을 구제하는 대승보살도를 실천할 때입니다.

가난의 형극(荊棘) 속에서 지진이라는 대재앙을 겪고도, 분쟁이 격화되고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네팔의 오늘은 매우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며, 개탄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깨닫지 못한 무명중생(無明衆生)과 가난과 질병, 문맹과 분쟁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중생을 먼저 구제(救濟)하는 것이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 정신입니다. 인류역사를 돌아보면 동서양과 종교, 민족을 초월하여 테레사 수녀를 비롯한 수많은 성인들이 가난과 질병, 문맹과 분쟁 등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구제하고자 노력하여 왔습니다.

아수라(阿修羅) 같은 네팔! 고통을 이겨낼 산골학교가 우뚝섭니다.

네팔에 강진이 발생하자 지구촌공생회는 케냐지부 시찰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네팔과 케냐, 한국을 아우르는 긴밀한 협조체계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여, 6차례에 걸친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6만 여명의 주민들을 구호하였습니다. 아울러 아름다운동행,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꿈을이루는사람들 등 구호단체들의 활동을 안내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여진과 이상고온, 폭우와 산사태, 시위와 폭동 등으로 인해 안타까운 사상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조사를 위한 현장시찰도 계속 연기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제 우기가 막바지에 다다름에 네팔 재건을 위한 지구촌공생회의 장기복구계획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지난 강진으로 인해 네팔에는 7,800여개 학교, 36,000여개의 교실이 무너져 내리고, 580여개의 의료시설이 파괴되었습니다. 특히 산간벽지의 시설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학교와 보건소는 히말라야에 기대어 삶을 개척해 가던 산간벽지 주민들의 희망이자 버팀목이었습니다. 지진으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네팔에 지구촌공생회가 20개의 산골학교를 건립하는 계획을 서원하였습니다.

 오지의 산간마을에 들어설 작은 학교는 보건실 기능을 갖춘 마을회관을 함께 건립하여 주민과 학생들의 교육, 문화, 보건환경을 개선하는 다목적 기능을 수행할 것입니다. 지구촌공생회가 지켜온 원칙에 따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봉사와 지역단체의 자금기여 등 주민들의 자립의지를 평가하여 대상마을을 선정할 것이며, 2016년부터 3개년에 걸쳐 건립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3,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신두팔촉 지역에 건립될 작은 학교들은 학교 당 5칸 이내, 5천만원정도의 건립비가 소요됩니다. 이외에도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에는 별도로 3개의 정규학교 건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간난아기를 돌보듯, 네팔에 산골학교를 키워주세요.

 화엄경(華嚴經)에 이르기를 애민중생여적자(愛民衆生如赤子)라고 하였습니다. 중생을 돌볼 때는 간난아기(적자, 赤子)처럼 살뜰히 돌보고,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부터 먼저 살피라는 뜻입니다. 지구촌공생회는 2003년 설립 이후 전 세계 11개 빈곤국가 주민들을 지원하여 왔으며, 지금도 6개 국가에 지부를 개설하여 국제개발협력사업과 국내 노인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강진으로 인한 피해도 안타깝지만, 회복할 힘과 의지가 부족한 것에 더 큰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캄보디아, 미얀마 등 다른 빈곤국가들에 대한 지원사업도 계속해 나갈 것이지만, 더 큰 고통을 당한 네팔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지구촌공생회의 많은 후원회원과 단체들이 네팔 긴급구호를 위해 2억8천여만원을 후원해주셨고, 산골학교 건립에도 별도로 후원금이 답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년 동안 10억원 이상의 많은 비용이 들어갈 이번 네팔 산골학교 만들기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불자와 후원자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6,000리에 이르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 기대왔던 네팔은 큰 재앙에 주저앉아야 했습니다. 아득한 히말라야의 봉우리 대신 산등성이에 우뚝 선 산골학교를 통해 네팔주민과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꿈꾸고 희망을 일구도록 여러분들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합니다.

강진으로 스러진 네팔에 산골학교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시기를 간절히 서원합니다.

2015년 9월 15일

사단법인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송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