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쇼카 대제는 불교가 세계종교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유교에 한무제, 기독교에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곧잘 비견하곤 한다.

한때 10만 명을 학살한 무자비한 정복자 아쇼까 대제가 불교에 귀의한 후 다른 모든 종교까지도 관용으로 품는 성왕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의문을 풀어주는 책『전륜성왕 아쇼까』(도피안사)가 출간됐다. ‘제국을 다스린 철인왕 아쇼까 대제가 분쟁의 시대에 던지는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이 책에서 저자 이거룡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는 전하고자 했다.

아쇼까 대제의 치세 동안 인도의 지역 종교였던 불교는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아쇼까를 빼놓고 불교를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다. 아쇼까에 대한 국내의 저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책은 일본과 미국 등 영어권의 아쇼까 대제에 대한 자료를 섭렵하여 정리한 것으로 지금까지의 저술 중에서는 가장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흔히 알려진 대로 아쇼까 대제가 깔링가 국 정벌에서 10만 명을 학살한 일을 후회하여 불교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 사실은 그 전부터 이미 불교도였으며, 다만 이 전쟁을 계기로 더욱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규명한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오류들을 바로잡고 상반된 서술들을 비교하여 아쇼까 대제의 일생 및 당시 인도의 정치, 행정, 영토, 문화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흔히 아쇼까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불교의 궁극은 출세간에서는 부처를 이루는 것이고, 세간에서는 전륜성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륜성왕은 여래의 32상을 갖추고 칠보(七寶)를 가지고 있으며 하늘로부터 금, 은, 동, 철의 네 윤보를 얻어 굴리면서 사방을 위엄으로 굴복시키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아쇼까 대제는 한자 문화권에서는 아육왕(阿育王)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아쇼까왕의 일대기를 포함, 그에 관한 모든 것을 가능한 자세히 정리한 것이다.

이거룡 교수는 “책은 고대 인도의 지역 종교였던 불교를 아시아 전역으로 퍼뜨린 전륜성왕 아쇼까의 일생과 당시 인도 왕국에 대한 국내 최초의 본격 탐구서가 될 것”이라며 “위대한 왕의 발자취를 좇는 7년간은 그 자체가 수행이며 또한 행복 이었다”고 밝혔다.

아쇼까 대제가 전륜성왕으로 칭송된 것은 그의 치세에 그의 행적이 불교의 사회적 현현에 다름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쇼까 대제는 백성들을 위한 자비사업에 몰두했다. 공공사업을 벌여 병원과 급식소를 세우고 의약품과 식량을 공급했으며, 곳곳에 가로수와 과수를 심고 우물을 파 분수와 휴게소를 세웠다. 가축병원을 세우고 동물학대를 금지하는 법령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불교에 대한 왕의 공헌은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불멸 후 8등분 되었던 불탑은 왕에 의해 나라 전역에 8만 4000개의 탑과 사원으로 거듭났으며 붓다의 숨결이 머무른 곳에는 어김없이 석주를 세워 붓다의 가르침을 기렸다. 특히 왕은 자신의 아들과 딸을 스리랑카에 포교사로 보냈을 정도로 해외포교에 열성적이었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