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의 산책 = 취재기자 출신의 작가 김해경은 50이 넘도록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불교에 관심이 없으니 사찰을 여러 번 다녔어도 대웅전이 어떤 곳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불교대학을 다니고 경전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사람들이 말하는 불교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고 말씀하셨던 가르침에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부처님께서 태어나고 자라신 곳,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으신 곳, 설법하고 열반에 드신 곳이 어떠한 곳인지 궁금해졌다. 그의 발걸음은 인천공항을 거쳐 인도로 향했다.
저자는 천상의 강이 발원지이며 인도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갠지스 강, 강가(Ganga)와 불교의 삼보가 성립되고 전법선언을 한 사르나트가 있는 바라나시에서 인도 불교성지순례를 시작한다.
인간 스스로가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고 고통에 빠진 인간 세상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 룸비니. 젊은 고오타마 싯다르타의 고뇌의 현장과 6년간 수행과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신 곳 가야.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후, 불행에 빠져 슬퍼하는 많은 사람을 위해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비유로 그들을 행복하게 했던 설법의 장소로 법을 전하며 많은 제자와 함께 머물렀던 라즈기르와 쉬라바스티. 어머니를 위해 천상에서 설법하고 내려오신 곳 상카시아. 최초로 비구니가 탄생한 자유로운 도시이며 부처님이 사랑했던 도시 바이샬리. 마지막 열반에 드신 곳 쿠시나가라.
화려한 성지로 조성된 곳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세월이 흘러 폐허가 되어버린 곳도 있다. 이들 지역을 차례로 순례하는 작가는 2,6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붓다와 산책하며 대화하듯 쉽고 간결하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한다.
저자는 사진을 통해 성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를 알려 주고, 글을 통해 성지에 얽힌 이야기와 부처님의 말씀을 들려준다. 그리고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어떠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관한 깨우침도 전한다.
시계꽃, 352쪽, 1만6500원
주역이 뭣고? = 과학의 범주에 수학이 포함되어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주역을 수학으로 해석할 수는 있을까? 이런 가정에 바탕을 두고 풀이하는 책이다.
유남인문고전학당의 원장인 저자 김가원은 이 책에서 전체적으로 주역의 본문과 공자의 십익(十翼)에 근거하면서도 역의 특징을 사서삼경의 범주만으로 한정시키지는 않는다. 주역의 전체적인 성격을 이진법과 삼진법 십진법의 체계로 단순화시켜 설명하면서 일종의 수학에 의존한 달력에 가깝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책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의미의 핵심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는 음양(陰陽) 부호로 구성된 역(易)의 내용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훑어보는 일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지구 환경이 형성되는데 영향을 끼친 하늘의 천문 및 지구의 절기 변화에 대한 내용이다.
둘째는 앞의 관측 내용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과 같은 형태의 단순한 음양(陰陽) 체계로 자리 잡았는가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그것은 결국 역(易)의 핵심 분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象)과 수(數)에 대한 내용이다.
셋째는 이와 같은 주역의 독특한 의미체계가 결국 후대의 우리들에게 어떤 시각에서 삶의 의미를 일깨웠나를 고찰해 보는 관점을 취한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어 보면 누구나 마침내 수긍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그것은 주역이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핵심은 결국 인간의 정신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우리 마음의 원리에 관한 삶의 본질로서 규정하고 있다. 그 점에 대한 궁극적인 이해가 곧 역의 포인트가 되어야 함을 적극 강조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책이 포함하는 범주는 절로 노장의 무위 사상과 불교의 가르침으로까지 확대된다. 주역에 관한 해설서로는 드물게 신선한 안목의 책이다.
저자는 해남 대흥사로 출가해 20여 년의 산문 생활 동안 제선(법주사), 각성(부산 화엄사), 학봉(동화사) 스님으로부터 화엄경과 불교 내전을 두루 섭렵하고, 선방에서 정진했다. 서암(부여), 송담(광주), 무위당(부산) 등에게 고전을 사사 받았으며, 환속 후에는 경남신문 신춘문예(소설)로 작가가 됐다.
해조음, 320쪽, 1만8000원
불교 이해의 디딤돌 = 193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예산여고를 졸업하고 결혼해 아들 딸 6남매를 낳고 불교에 귀의한 지 40여 년. 불교에 대한 믿음과 공부가 갈수록 깊어진 김대원심 보살은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자식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택한 것이 사경이었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담고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걸맞은 내용을 경전에서 찾아 옮겨 써서 자식들에게 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대방등대집경』에서 주로 사경을 많이 했고, 청화 큰스님의 『원통불법의 요제』와 일본학자의 책 『인도불교의 역사』도 참고했다. 중간에 사고를 당하여 처음 마음먹었던 것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간략하면서도 부담 없는 분량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본인의 신행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주로 보살님들이 알았으면 하는 주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했고, 그에 따라 설명 또한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채웠다.
보살, 인욕, 사무량심, 사섭법, 허공, 보리, 대승, 팔정도, 육바라밀, 사념처, 참음의 공덕, 마업, 파마(破魔), 언어, 사제 등 불교의 주요 개념들이 설명되어 있다. 경전의 내용을 간추려 옮겨 놓아, 불교의 정수를 맛볼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불교 초보자나 입문자에게 불교 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이 책은 2001년에 처음 나온 뒤 절판됐다가 저자가 입적한 올해 백중을 맞아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운주사, 152쪽,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