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상준)는 지난해 12월 전라북도 순창 운림리 농소고분에서 출토된 관곽(棺槨, 시체를 넣는 내관과 내관 바깥의 외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조사한 결과, 관곽의 내관(內棺)인 목관(木棺)의 외면에서 금빛으로 화려하게 쓰인 300여 자의 범자(梵字, 고대 인도문자를 통칭하여 부르는 말)를 확인했다고 8월 25일 발표했다.
목관의 표면에는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주로 사용되었던 범자인 ‘실담체(Siddham, 6세기 무렵 창제된 범자를 적는 문자)’와 ‘란차체(Lantsha, 10세기 무렵 창제된 범자를 적는 문자)’로 ‘육자진언(육자대명왕진언)’과 ‘파지옥진언’ 등 진언(眞言, 부처의 가르침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 2종이 금가루로 쓰여 있으며, 흰색의 원형무늬가 각각의 글자 바깥을 장식하고 있다.
고려목관에서 발견된 육자진언과 파지옥진언. 사진=문화재청 제공
관곽에 적힌 육자진언(六子眞言)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六道)를 벗어나 중생을 구제하여 부처의 세계에 태어나게 하는 ‘옴마니파드메훔(Oṃ ma ṇi pa dme hūṃ)’의 여섯 글자로 된 진언이다.
또한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옴까라데야스바하(Oṃ ka ra de ya svā hā)’의 일곱 글자로 된 진언이다.
목관에 적힌 두 진언은 중생을 구제하여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현재까지 출토된 고려 시대의 목관에서 ‘파지옥진언’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목관의 재질은 소나무이며,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결과 13~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발견될 당시 모습과 목관 복원도.
그간 삼국 시대 고분으로 알려졌던 순창 농소고분은 지난해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를 통해 고려 시대 덧널무덤(土壙木槨墓, 토광목곽묘)으로 확인됐으며, 청동합(靑銅盒), 청동수저를 비롯하여 머리카락을 뭉친 다발이 가지런히 담긴 청동반(靑銅盤) 등이 출토된 바 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수습된 목관에 대한 보존처리를 완료하고, 고분의 성격, 출토 유물, 범자 등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담은 발굴조사보고서를 내년에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