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경의 핵심을 원효성사가 가려 정리한 ‘무량수경종요’의 해설서(자연과 인문 펴냄)가 나왔다. ‘종교의 마지막 논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교학의 숨은 실력자이자, 원효성사에 관한한 탁월한 통찰을 갖춘 분으로 평가받는 정목(正牧) 스님의 해설을 묶은 것이다.
현재 양산 정토원에서 정진 중인 정목 스님은 10여 년 전 쯤 ‘원효의 새벽이 온다’는 책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분이다. 당시 그 책은 아직 세상에 그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공 깊은 정토수행자의 등장을 예고한 것이었다. 이미 염불삼매를 얻었던 스님은 이후에도 정진과 집필을 계속해 관불삼매를 얻고, ‘염불신행의 원리와 비결’, ‘정토에 태어나 성불합시다’ 등의 알토란같은 저술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마침내 정토문의 요체를 망라한 ‘무량수경종요’를 해설해 책으로 펴낸 것이다.
무량수경은 대승보살의 인과를 설한 가르침의 모범된 말씀이며, 불토의 인과를 설한 진실의 경전이다. 무량수경은 정토의 인과로써 근본을 삼고, 중생을 섭수하여 왕생하게 하는 것으로 지향점을 삼는다.
이 무량수경의 핵심을 원효 성사가 간추려 정리한 것이 종요, 즉 ‘무량수경종요’다. 원효성사는 우리나라 불교는 물론, 중국과 현대에서는 서구에까지 그 사상적 영향력이 지대할 정도로 위대한 스승이었다. 한국 역사상 원효를 능가할 사상가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원효성사가 활동했던 시기는 삼국전쟁으로 고통에 빠진 민중들이 안락한 세상을 염원하던 시절이었다. 이에 원효성사는 ‘금강삼매경론’을 지어 남북조시대부터 당나라시대까지 문제가 제기되었던 교리들을 모아 교설을 회통하고, ‘대승기신론소’를 저술하여 팔만사천법문의 핵심을 관통하며 불교의 근본과 나아갈 방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민중들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가르침을 펼치고자 정토신앙의 교학을 드러내 보인 것이 ‘무량수경종요’다. ‘무량수경종요’는 원효성사의 사상적 체계가 완성된 시기인 50세 이후의 저술로 추정된다. 여기서 원효성사는 염불이란 나무아미타불 명호를 불러 임종 후에 정토에 왕생하는 수행법으로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고통과 번뇌로 불안해하는 이들이 안심을 얻고 지관을 행하여 현세에 정토의 경계를 감득함으로써 깨달음을 성취하는 관상염불을 밝혔다. 또한 정토문은 소승과 대승 및 범부와 현성을 더불어 인도하는 수행문으로서 근기의 상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익을 얻는 보편적 구제원리를 담고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논리를 증명하기 위해 원효성사는 정토의 경계·부처님의 지혜·믿음·발심·보살행 등 교학을 바탕으로 해설함으로써, 정토문이 안심을 얻는 정도의 단순한 방편교설이 아니라 세계관을 바탕으로 정립된 철학적 신행체계임을 보여주었다.
‘무량수경종요’는 이처럼 불교를 실천철학으로 삼거나, 하나의 사상으로 이해하거나, 부처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거나, 다양한 근기를 모두 다 포용하여 희망의 세계로 인도하는 위대한 신생지침서이다.
무량수경종요는 불타버린 초조대장경에 실리지 않아 뒤늦게 속장경에 실었다. 그러나 속장경이 소실되어 일부만 남아 있다가 1928년에 완성된 신수대장경에 수록되어 마침내 그 전문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저술이 사라졌다면, 한국의 정토사상은 영원히 빛을 잃고 중국의 아류로 취급당했을 것이 뻔하다.
정목 스님은 일찍이 무량수경종요의 긴요함을 절감해 세상에 그 해설을 전한 바 있으나 부족함을 느끼고 이번에 재차 펜을 들어 역저를 펴냈다. 책의 내용에 대한 평가는 아마도 기자의 몫이 아닐 것이다. 다만 제방의 제현들과 불제자들이 이 책을 통해 정토사상의 참의미를 안다면, 정토의 세계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점은 일러주고 싶다.
책을 펴낸 날(지난 2월 20일)이 공교롭게도 은거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정목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모든 불자들이 진실한 신심으로 안심을 얻고 발심하여, 일심광명의 세계로 정진하며, 다 함께 보리심을 꽃피우는 회향의 삶을 살아 모두가 행복한 정토를 열기 바란다”고 밝혔다. 2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