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물은 저마다 가슴에 품은 사연이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길 바랄 것이다. 사람들은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산사의 풍경만을 바라보지만 절도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품고 있는 사연이 있다.
“겉만 보지 말고 속내 좀 봐주소”라는 사찰의 나지막한 외침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사연을 알아주니 절들이 대번에 반색하고 아예 곳간까지 내주었다”며 사찰들은 외로웠다고 여기는 이가 있다. 그들이 허락한 자리에서 이런저런 깨달음을 빼먹으며 날을 보내던 이가 그들의 사연을 세상에 풀어놓았다.
불교신문 기자로 활약 중인 장영섭 기자가 전국의 사찰을 답사한 기록을 모아 에세이『길 위의 절』을 출간한 것이다.
사찰을 답사한 기록이라 해서 대웅전을, 불상을, 건축양식을 소개한 절 안내서가 아니다. 철학을 전공한 불교기자의 눈에 비친 절 이야기다. 인문학적 감성으로 절을 바라보고 절과 인터뷰한 듯 그들의 속내를 하나 하나 끄집어냈다.
“내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아는가? 그 무섭다는 호랑이를 제압하고자 내가 만들어진 걸세.”
서울의 호압사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는 호압사를 보며 저자는 “밤길에 등 뒤를 노리던 호랑이의 위세는 오늘날 치한과 퍽치기, 음주운전차량 등이 대체했다”며 “역사가 반복되듯 호랑이도 재림하는 셈이라 호랑이를 제압하던 기세를 다시 한 번 보여 달라”고 맞장구친다.
김해 모은암을 찾았을 때 저자는 잊혀진 나라 가야(伽倻)의 체취를 확인했다. 나라이면서 나라이지 못한 가야의 풍속을 느낀 저자는 “전쟁을 일삼던 족속들은 미처 꿈꾸지 못했을 풍속”이라고 일러준다.
이밖에도 저자는 전국의 사찰이 들려준 이야기 42편을 책속에 담아냈다.
이제 우리가 몰랐던 사찰의 속내를 한번 들여다보자. 사찰에 깃든 풍물이, 역사가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장영섭/ 불광출판사/ 272쪽/ 13,000원
*저자 장영섭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부터 <불교신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큰스님들과의 인터뷰를 엮은 『그냥, 살라』와, 강원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쓴 『떠나면 그만인데』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