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사진>이 첫 책을 펴냈다. 제목은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민족사).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 해설서다. 서울 잠실 불광사 일요법회에서 행한 강설을 다듬어 펴냈다.

스님은 책에서 불교의 연기법이야말로 최고의 가르침이라고 일관되게 강조한다.

“우리 모두는 관계 속에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좀 어렵게 애기하면 연기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수행하는 사람들은 일체 중생이 편하지 않으면 내가 편할 수 없습니다. 내가 편안하려면 일체 중생이 편안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체중생을 다 제도하고자 원력을 세우는 것입니다. 올바로 깨달은 대승보살은 이런 원력을 저절로 세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54쪽)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강경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다음과 같은 답이 이어졌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관계 속에 존재하니 관계를 좋게 해서 행복하게 잘 살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책에는 여느 해설서와는 다른 일감 스님만의 시각이 담겨 있다. <제 10 장엄정토분>에 나오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以生其心)’은 흔히 ‘응당 머문 바 없이 마음을 내라’고 해석한다.

“머문 바 없이 마음을 내라니, 도대체 마음을 어떻게 내라는 것인가요? 이것은 ‘마음은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잠깐 동안 고정되어 있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한다. 이런 줄 알고 마음을 내라’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은 머물러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한번 내면, 늘 한 가지 마음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필요에 따라서 필요한 마음을 부지런히 내라.’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무상(無常)’의 가르침을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스님의 분명하게 답한다.

“잠깐 살다가는 인생, 찰나에 불과한 인생이 무상하니, 슬프고 허망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찰나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하다는 말입니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라,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전부다, 이것밖에 없다. 그만큼 현재의 삶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삶이 무상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중도(中道)’에 대한 해석도 명확하다. 스님은 2002년 국내에서 개봉된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예로 든다. 이 영화에서 기차 이름은 ‘중도’ 다.

“기차는 이 마을 저 마을 사이를 달립니다. 그래서 ‘중도’라고 보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 이 마을과 저 마을 사람들을 골고루 실어 나르니 ‘중도’입니다. 이 마을에 서면 이 마을 기차, 저 마을에 서면 저 마을 기차이기 때문에 ‘중도’이지요”

스님의 이력은 남다르다. 80년대 해인사로 출가해 성철 스님을 가깝게 잠깐 시봉했다.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행복한 선원 수좌로 몇 년을 살았다. 그 뒤 나름의 작은 깨달음을 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떤 스님이 ‘왜 공부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에 막혀 3년 염불기도를 했다.

이어 멕시코에 포교당을 내고 신도들과 함께 새로운 불교 운동을 펼쳐 봤다. 귀국해 세운 원력은 불교를 쉽게 전달하겠다는 것. 해인사 포교국장, 금산사 템플스테이수련원장 소임을 보면서 템플스테이를 열심히 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금산사에서 ‘내비둬 콘서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총무원 소임도 계속 맡아왔다. 자성과 쇄신결사 사무총장, 재무부장, 불교신문 주간에 이어 지금의 소임은 기획실장이다. 하지만 본분은 수행이다. 주력수행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일단의 계획은 3년 정도. 스님은 “나의 방황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어떤 길을 갈지 두고 볼 일이다.

“책을 내고 보니 세상 얘기를 더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세상이 어렵습니다. 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