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생명관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두고 생사적인 논쟁이 벌어졌다. 제마 스님과 서재영 박사 간에 벌어진 이 논쟁은 생명평화 녹색불교 콜로키움에서 제마 스님의 발제에 대해 서재영 박사가 논평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불교의 생명관에 대해 기존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경전적 근거 및 사무량심의 적용 확대 등으로 생명관을 정리한 제마 스님의 발제는 이전의 성과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의미 있는 발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재영 박사는 논평에서 제마 스님의 불교의 생명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논리 전개에 대해 높게 평가한 후 보다 진전된 학문적 성과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을 중심으로 건설적인 비판을 제기했다.

이 논쟁이 벌어진 장은 지난 5월 14일 화쟁문화아카데미(대표 조성택)가 주최하고 ‘생명평화 녹색불교 콜로키움’이 주관한 제1차 포럼 ‘생명권과 생태민주주의, 그리고 불교” 자리에서였다.

이날 콜로키움은 제1주제 ‘생명의 권리와 불교의 생명관’에서 김혜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비전연구소 소장이 ‘동물보호활동가가 생명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발제했고, 제마스님(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 조계종 노동위원)이 ‘불교의 생명사상 및 생명관의 시각’을 발표했다.
 
눈길을 모은 제마 스님의 발제는 ‘생명이란 무엇이며, 생명권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생명권의 불교적 시각과 실천적인 함의를 살펴본 논문’이었다.

‘불교의 생명사상 및 생명관의 시각’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한 제마 스님은 불교의 수행은 크게 지혜와 자비의 수행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제마 스님은 “지혜수행은 연기와 사성제 8정도를 깨달아 바른 앎으로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반면 자비수행은 분노와 적의, 성냄과 불만 등을 다스리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일으켜 부정적이고 해로운 마음상태를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혜수행은 중중무진의 법계연기의 세상에서 개인과 사회적인 관계를 공동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필수적인 수행이며, 자비수행은 이러한 공동선을 일으키기 위한 마음의 바탕으로서의 품성과 개인 간, 개인과 사회의 소통에 꼭 필요한 실천적 마음가짐으로 불교 생명권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혜수행으로서 사유와 관찰은 모든 존재가 개별적인 개체로, 분리되어, 영원히,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본성은 항상 변한다는 것을 상황이나 사건마다, 순간순간 깨어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마 스님은 “그래서 물질주의에 대한 인간의 소외와 파편화에 대한 대안이 나올 수 있고, 세월호 참사나 용산참사, 비정규직과 노사 갈등과 소비사회에서 일어나는 대사회적 문제들에서 생명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지혜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님은 또 “전 지구적 혹은 개별 지역의 환경문제와 폭력과 전쟁 등의 갈등과 반목상황에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지혜와 자비는 연대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모두가 두려워하는 핵과 원전 사고 등 인재가 생기지 않도록 공부하고 전략을 짜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조직 등의 활동들은 지혜와 자비가 함께 수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마 스님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환경 뿐만 아니라 탐욕에 뿌리를 둔 동물들의 대량 사육과 관련한 환경과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지혜와 자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제마 스님은 특히 “불교의 생명은 초목을 포함한 모든 생명 있는 것과 함께 연기를 통한 상호작용하는 무정 등의 삼라만상을 포함한다”고 밝혀 생명의 범주를 무정물까지 확대했다. 이 같은 생명관은 모든 생명이 홀로 독립적인 개체로 변하지 않는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유정과 무정, 인간과 자연 등이 서로 중층적으로 교섭하고 교차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스님은 부연했다.

제마 스님은 “각 생명작용에 있어서 그 본질은 공존과 상생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사랑과 자비, 기쁨과 평온이라는 무량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밝혀 자비희사, 즉 사무량심의 확대를 불교적 생명운동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스님은 사무량심의 확대 및 적용으로 생명의 상호작용이 꽃피고 좀 더 밝고 환한 세계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따라서 불교는 그야말로 생명을 꽃피울 수 있는 종교라고 결론지었다.

제마 스님의 발제에 대해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논평을 통해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서 박사는 ‘생명들에게 권리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다소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며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명에게 권리가 있다는 포괄적인 논지를 견지하고 있으나 왜 모든 생명들이 권리를 지녀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 박사는 “(불교의 생명관이) 형이상학의 담론을 넘어서려면 어떤 근거에서 생명들이 권리를 갖는지에 대한 논리적, 윤리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불교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생명들이 권리를 갖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 경전적 전거가 뒷받침 되어야 하고, 교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해명되어야 하지만, 제마 스님의 논문을 통해서 그런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서 박사는 이어 “생명권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정의되는가에 따라 이후 실천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생명권을 논하기 위해 또 필요한 것은 생명권의 내용은 무엇이며, 무엇으로부터의 권리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추가로 지적했다.

서 박사는 이어 “제마 스님의 발제는 생명권이 무엇에 대한 권리인지, 무엇을 누릴 권리인지에 대해 추상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생명권의 내용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박사는 ‘생명과 존재일반은 같은 것인가?’라며 제마 스님의 생명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도 아울러 제기했다.

서 박사는 “불교생명사상은 모든 존재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인드라망의 거울처럼 비춰주는 ‘소외와 차별이 없는 모든 존재의 참여’하는 과정이며 유기적인 관계성으로 ‘총체적 조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존재는 각각의 가치를 지니고 그대로 존귀하다고 보는 것이 불교의 생명사상”이라고 진술한 제마 스님의 발제에 대해 이의를 달았다. 

화엄의 중중연기는 생명체에 국한된 교설이 아니라 삼라만상 모든 존재들에 대한 진술인데도 발제자(제마 스님)는 이런 화엄의 법계연기설을 ‘불교의 생명사상’으로 연결 짓고 있는데 이는 존재와 생명이 본질적으로 완전하게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성립할 수 있는 논리라는 것이다. 서 박사는 “현실적으로 생명이 없는 무정물들이 중중무진연기 속에 조화를 이루는 것과 생명이 그런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에는 엄밀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예컨대, 인간이 동물을 잡아먹고, 동물이 풀을 뜯어 먹는 것은 연기적 관계에서 보면 그 자체로 생태계의 조화이고 생태계의 영속성과 순환성을 보여주는 생명현상이지만 개체 생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문제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포식자와 같은 약탈자가 등장하고, 약육강식의 질서에 의해 희생되는 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개체적 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각각의 생명체들 간에 이익관심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 박사는 “따라서 존재일반의 존재 원리나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할 중중무진연기를 생명일반에게 대입하면 전체주의적 발상이 될 수 있고, 결국 개체의 생명권은 전체의 균형과 조화 속에서 묻혀버리는 위험이 내재한다”고 지적했다.

서 박사는 또 ‘사무량심의 대상은 무정물에도 해당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불교의 생명권의 시각은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하고 평안하고 안락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라는 제마 스님의 진술대로라면, 즉 사무량심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살아 있지 않는 것’ 예를 들어 바위나 대지 같은 것은 사무량심의 수행으로 그들의 권리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서 박사는 제마 스님이 사무량심을 재해석한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 박사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해져 있는 사무량심의 내용을 어떻게 생명일반에 대한 수행으로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재영 박사의 부드럽지만 예리한 논평에 대해 제마 스님은 연구의 보완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흔쾌히 수용, 생산적 토론의 한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쟁문화아카데미는 한국인의 마음 깊이 내재화되어 있는 공존과 상생의 정신인 화쟁사상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의 갈등을 해소하고, 인문정신 실천자로서 시민보살을 육성하는 인문실천공동체이며, 생명평화 녹색불교 콜로키움은 생명, 평화, 생태, 환경, 탈근대를 열쇠말로 연구하고 실천해온 종교인, 연구자, 활동가들이 현장의 경험과  담론, 비전 등을 공유하는 연구 네트워크다. T: 070-8872-2023 / Fax : 02)739-2023 / www.hwajaeng.org / 이메일 admin@hwajae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