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불교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간화선 비판, 즉 간화선 최상승 논리, 간화선 절대주의, 깨달음 지상주의, 사회적 역할 부재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숭산선(崇山禪)이 있다."

스즈키 다이세츠의 일본선이 미국사회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던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가 1983년에 관음선종회를 창설하면서 독특한 선풍을 일으켰던 숭산 선사의 선풍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주장이 나왔다.

동국대 강사인 장은화 박사는 '선(禪)의 대지 위에 영글어가는 온갖 곡식'이라는 주제로 4월 25일 열린 한국선학회 2015년 춘계학술세미나에서 '숭산선의 공안수행: 한국선의 창의적 재해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숭산선'의 현대적 변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 박사는 "20세기초 스즈키 다이세츠가 미국에 선을 처음 전해진 후 40여 년 후 미국에 전파된 숭산 선사의 선은 미국 사회에서 한국선을 대표한다"며 "그런데 의례와 격식을 중시하는 일본선의 선풍과는 확연하게 다르게 숭산선은 격식을 전혀 따지지 않고 선수행의 핵심을 전통적인 깨달음의 탐구에서 깨달음의 실천으로 중심을 옮기고자 한 독특한 선풍이었다"고 소개했다.

장 박사는 또 "숭산 선사는 아시아의 전통선을 서양문화에 맞게 변용하는데 관대했으며, 따라서 파격적이고 탈전통적이고 친서양적인 혁신적인 전통을 만들었다"며 "숭산선에서는 남녀의 구분이나 차별, 출가와 재가의 구분과 차별도 없었고 인가와 전법의 과정도 독특하고 혁신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장 박사는 "숭산 선사의 십관문(텐 게이트)은 일본 임제종의 선수행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다르고, 한국에서 행해지는 전통적인 간화선과는 외형적으로는 다르나 근원적으로는 같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1700공안 중에서 간추린 열개의 공안을 제시하는 십관문을 수행법으로 제시했으며,  학생들에게 단계적으로 십관문 수행법을 제시했다"고 전제한 장 박사는 "숭산 선사의 십관문은 단계적으로 공안을 공부하며 독참(공안 인터뷰) 전통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임제선과 비슷하지만, 공안 자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 오직 모르는 마음을 체득하도록 가르치는 수행의 방식에서 차이나 있다는 점, 일상생활과의 연결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부연했다.

장 박사는 "전통선이 지혜(깨달음)와 자비(사회적 실천) 함양이라는 수행의 두 축에서 지혜에 치중해 왔다면, 숭산선에서는 이러한 전통선의 도식을 탈피하여 이 둘을 동시에 닦고자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자비의 함양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편이고, 전통선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선수행의 중심을 행동과 실천으로 옮김으로써 선 자체의 영역을 확장시켰으며 이러한 혁신은 숭산선이 전 세계인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날 한국선학회의 세미나에는 '간화선의 현실인식과 대응'(박희승), '무주당 청화 선사의 염불선과 무문관'(한창호), '선교결사의 계승과 소림통방정안'(영석스님), '백파의 무자화두 참구'(희철스님), '조사선에서 원용하는 경영의 위기관리'(류상윤), '일상생활에서 사념처 수행의 활용'(전무규), '음악명상과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의 접점'(최현규), '글쓰기 명상이 마음챙김과 우울기분반응에 미치는 효과- 가정폭력피해자쉼터 집단의 실험연구를 중심으로'(김성수), '불교명상에서 사띠의 중요성과 그 변용'(진우기), '오세암 설화와 동자의 수행득도'(이강옥), '명청시대의 선미술과 선사상- 석도 서화록을 중심으로'(탄호스님), '선시의 본질과 영역에 대한 일고찰'(박규리), '선가의 심우시 고찰'(김미선) 등 총 15편의 논문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