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무지개
도학회, 조계종출판사
160쪽, 15,000원

한국불교 최고의 기도처는 누가 뭐래도 팔공산 갓바위다. 1년에 500여 만 명이 찾는단다. 각자의 사연은 다르겠지만 ‘구원받고 해탈하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 염원을 간직한 이들일 것이다.

신라시대 팔공산은 당시에 중악(中岳)이라고 하여 신라인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산이었다. 여기에서 국가의 중요한 일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가뭄이 들면 많은 이들이 간절한 마음을 모아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신라 선덕여왕 7년 당시의 고승 원광 법사의 제자인 의현 스님은 병든 어머님을 위해 팔공산 관봉에 돌부처님을 새겼다.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돼 천여 년을 호젓이 산속에서 좌정해온 이 석불을 이름 하여 사람들은 ‘갓바위 부처님’이라고 했다.

이 부처님은 언젠가부터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이야기와 함께 민초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신화학자인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는 최근 펴낸 『살아 있는 신화, 갓바위 부처님』에서 “갓바위 부처님은 신화다. 현대에도 살아있는 신화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이 부처님의 신화는 어리석고 나약한 중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참된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갓바위 무지개』는 6.25전쟁부터 시작해 195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동화다. 저자 도학회 교수(한서대 산업디자인학과, 사진)는 갓바위를 100여 차례 오르내리며 약사여래 범종을 만든 조각가다. 수많은 참배객들을 오랜 시간 지켜봤다. 그러면서 불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고전 그대로 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갓바위 부처님과 연결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동화를 상상했다.
 
스토리를 짜는데 걸린 시간은 1주일. 수정하는데 2주, 삽화를 그린데 2주가 걸려 초고가 완성됐다. 작가가 아닌 자신이 이렇게 빨리 글을 마무리하게 된 이유를 그는 “갓바위 부처님이 자비를 베푼 것”이라고 했다.

책에는 누구나 가질 법한 소원, 그 소원을 이뤄주고, 남에게 털어 놓기 힘든 고민을 공유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담겨 있다. 주인공 분이와 동이, 봉술 아저씨, 후원자 아주머니, 수험생 어머니, 아들의 쾌유를 바라는 할머니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전쟁을 겪으며 혹독했던 지난날을 간직한 독자에게는 과거를 추억하는 여행길이다. 소원을 강력하게 바라고 있는 사람에게는 순수한 영혼이자 부처님의 마음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들을 생각하며 불심을 다지는 계기로 다가간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창조적 문화콘텐츠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요즘 서산과 영주 부석사의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바꾸어 쓰고 있다. 450쪽이 넘는 장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