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문화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종교포럼이 ‘경계너머, 지금 여기’라는 주제로,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형식으로 올 1년간(총 9차례) 진행된다.

‘경계너머, 지금 여기’ 종교포럼은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주요 종교계 지식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 종교가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불교에서는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가, 개신교에서는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가톨릭에서는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 한 해 동안 이야기 마당을 펼쳐간다.

올해(2015년) 종교포럼의 이름은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로 정했다.

종교포럼은 매 포럼마다 오강남 교수(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이 주제별로 사회를 맡는다.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세 종교의 지식인들은 그동안 공사석간의 만남을 갖는 자리에서 ‘오늘날 한국의 주류 종교는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고통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응답해왔고, 응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오다가 이 포럼을 구성하게 되었다. 또한 주류 종교 전통에 몸담고 있는 대표적 지성인 조성택, 김진호, 김근수 세 사람이 만나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포럼은 오는 2월부터 11월까지 총 9회에 걸쳐 진행된다. “무엇이 걱정인가?” “경계너머” “지금여기”라는 세 개의 큰 틀을 주제로 해 오늘날 주류종교가 처한 문제, 종교 간 소통과 다원주의, 그리고 한국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논의한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는 “지금 한국 사회의 종교는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며 “평화와 힐링을 마케팅 상품으로 내세우는 한국 주류종교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나아가 종교란 근본적으로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본 포럼의 목적을 설명했다.

제1회 종교포럼은 오는 2월28일(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사간동(종로구 사간동 126-3 란스튜디오 3층)에 위치한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란다. 이날은 조성택 교수가 ‘한국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를 주제로 발제하고, 성해영 교수의 사회로 김진호 연구실장, 김근수 소장이 함께 토론에 나선다. 본 토론에 앞서 오강남 교수가 ‘화쟁을 저해하는 종교, 화쟁을 북돋는 종교: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와 소통을 위하여’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종교포럼은 화쟁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하고,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화쟁문화아카데미, 해방신학연구소가 주관한다.

조성택, 김진호, 김근수 등 머리 맞댄 종교계 대표지성들
“주류 종교가 성찰해야 할 것 지향해야 할 것 찾아낼 것”

<해설> 한국사회의 주류 세 종교 지성들이 함께 포럼을 구성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실과 그 종교적 대안, 대화와 협력 등을 논의하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다. 문제는 이런 성격의 시도들이 그동안 명대실소(名大實小), 즉 명분은 거창하나 실속은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적 눈길을 의식해 이번 포럼은 1년 동안 아홉 차례에 걸쳐 진행할 프로그램을 미리 발표하고 그 내용을 튼실하게 채워나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불교계의 대표적 지성 중의 한 분인 조성택 교수는 이번 종교포럼의 구성 및 진행을 불교쪽에서 주도했다는 것에 당위와 의미를 함께 부여하고 있다. 종교의 가장 밑바탕에 있는 정신은 ‘인문성’이라고 보고 그 인문성에서 단연 앞서는 가르침이 불교라는 점에서, 그리고 근현대사에서 사회적 문제에 이니셔티브를 불교가 늘 놓쳐왔었다는 점에서 이번 종교포럼을 제안하고 주도했다는 점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따라서 이번 종교포럼은 ‘세 종교가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자’는 차원의 시도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성찰하고 ‘부처님’ 본래의 가르침을 확인함으로써 한국사회를 위한 적극적인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 첫째, 한국불교를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그 극복의 과제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것이며 둘째, ‘붓다’ 출현의 문명사적 의미를 살펴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참여와 개혁의 관점으로 재구성할 것이고, 세 번째로 오늘날 한국불교가 시민(중생)들의 고통에 응답하고 있는가, 응답하지 못한다면(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내외의 구조적 모순은 어떠한 것들인가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또 “포럼의 목표는 한국불교 현실에 대한 성찰과 비판 그 자체에 있지 않으며, 새로운 불교를 상상하며 그 변혁의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종교포럼은 또 20세기 신학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 준 아우슈비츠 학살을 맞아 ‘아우슈비츠 이후 신학은 가능한가?, 아우슈비츠 이후 문학은 가능한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 위기에 봉착했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사회에서의 주류 종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종교가 가능한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직면해 있고, 그런 물음 앞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시대적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성택 교수는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게, 특히 주류 종교를 향해 성찰과 함께 그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으며, 이런 문제들을 종교포럼에서 폭넓게 다뤄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계너머: 왜 걱정인가’ 주제의 사회(진행)을 맡은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는 이번 포럼을 통해 ‘종교와 사회가 어떻게 만나는가’라는 접점에 대해 천착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종교가 사화와 만나는 문제는 부처님 당시부터 있어왔다”고 전제한 박 교수는 “부처님 시대에 불교와 사회적 문제와의 만남이 율의 제정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난 것처럼, 오늘날 종교는 아우슈비츠, 9·11, 특히 세월호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그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세월호는 우리시대 주류 종교들에게 종교가 사회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의 화두를 제시한 것에 다름 아니며, 21세기를 사는 한국의 종교인들이 우리 사회 문제들의 총집(總集)인 세월호를 통해 종교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룸으로써 우리의 정신적 질서를 재구축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 이번 종교포럼의 지향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종교포럼을 통해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부딪칠 것은 부딪칠 수 있도록 진행을 해볼 생각이라며 “화쟁의 화(和)는 ‘쟁(諍)’을 전제한 ‘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쟁문화아카데미 주최 종교포럼 참여자의 약력은 다음과 같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 저서 <불교와 불교학> 등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저서 <예수역사학> <예수의 독설> 등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저서 <슬픈 예수>, <행동하는 예수> <교황과 나> 등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저서 <동양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 등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저서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공저) 등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 저서 등

-오강남
캐나다 리지아나대 비교종교학 명예교수. 저서 <예수는 없다> <불교 이웃종교로 보다> 등

문의: 화쟁문화아카데미 070)8872-2023 이메일 leesm.budphi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