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불교사 연구
이봉춘, 민족사
816쪽, 43,000원

한국불교사 연구에서 조선불교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분야다. 찬연한 신라불교나 국교의 지위를 누린 고려불교와 대비되면서, 그 쇠락상이 더욱 부각된 측면도 한몫했다.

이봉춘 박사(동국대 명예교수)가 이른바 인기 없는 조선불교를 마음에 두고 숙제로 삼아 온 지 벌써 40여 년이다. 대학원 시절 그에게는 교학·사상·신앙과 같이 관념성 혹은 선택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 문제들보다는 그 구체적 현실태로서 인간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역사문제가 우선의 관심사로 들어왔다.

그가 한국불교사에서 특별히 조선불교를 연구하겠다고 결심을 굳히게 된 데에는 아직도 이 분야가 상당 부분 미답지로 남아 있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도대체 조선불교의 실상은 어떤 것인지, 억불과 배불은 오로지 정치상의 문제이기만 한 것인지, 이 시대 불교전반을 침체와 쇠퇴로만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불교의 본질에 비추어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이 시대 불교의 또 다른 면모는 없는지. 결국 조선불교를 어떻게 성격 지우고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인지, 이 같은 문제의식들 속에서 진행해 온 그동안의 조선불교에 대한 탐구와 천착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고 일종의 사명과도 같았다.” (5쪽, 책머리에)

통사적인 입장에서 조선시대 불교사를 연구한 이 책 『조선시대 불교사 연구』는 이런 그의 오랜 관심과 애착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제1부 ‘불유교대(交代)의 배경과 초기 불교정책’과  제2부 ‘배불의 강호와 고착’ 중 1장 ‘성종대 유교정치와 배불 강화’는 1991년 청구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 ‘조선 초기 배불사 연구’를 약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제3부 ‘흥불정책과 교단의 자립활동’에서는 흥불과 교단 유지를 위한 조선불교인들의 다양한 활동과 끈질긴 노력들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제4부 ‘조선불교의 인물과 사상’에서는 이 시대를 살면서 가장 선두에서 고뇌하고 역할 했던 불교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활동과 사상을 조명했다. 

선초불교계의 자존심이라 할 만한 지성으로서 그 시대에 빛을 발한 자초와 기화, 스러진 불교를 앞장서 다시 세우고 순교한 보우, 출세간과 세간의 지도자 유정, 배불의 부당성을 국왕에게 직접 상소한 처능, 그리고 근세 선문의 중흥조 경허의 사상 등을 살폈다. 이들 고승 외에 신불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소신껏 담당해 불교외호자의 한 전형을 보여준 효령대군을 연구했다.

이 박사는 동국대 정년퇴임 후 천태불교문화연구원장 직을 수행 중이다. 가능한 날까지 조선불교 연구를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