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200여 일간 진도 재난현장에서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의 곁을 지켜온 활동가들이 ‘현장의 이야기’를 가지고 상경했다.

이들은 조계종단과 연계된 재난구호활동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세월호 특별법 통과로 말미암은 진상조사활동에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 스님)는 11월 10일 오후 3시 서울 견지동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3층 보현실에서 세월호 200일 토론회를 개최, 종단의 활동 현황 및 향후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진도사암연합회장으로 참사 직후 가장 처음 팽목항을 찾아 구호활동을 전개한 법일 스님(사진)이 발제에 나섰다.

법일 스님은 팽목항 법당의 철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스님은 “현재 진도 상황이 아주 안 좋다. 진도군민 감정도 추워지는 날씨도 좋지 않다. 3일에 한 번 큰바람이 분다. 바지선도 파도가 높으면 목포까지 피항을 나가야 한다. 잠수사들이 오늘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간다고(철수)까지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정도이다. 잠수부들이 구조 활동을 못 하면 가족들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우리가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법일 스님은 “지금은 대책본부에서 물과 커피 등의 지원도 끊었는데, 우리를 떠나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도 욕을 먹고 있다. 우리가 있으니까 저 사람들(실종자 가족)이 안 간다는 것”이라며 참사 현장의 지역민의 감정이 악화되고 있임을 시사했다.

현장에서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밥차’라고 했다. 스님과 신도 등 봉사자들이 현실적으로 맞닥뜨리는 문제이다.

법일 스님은 “종단의 기획실장과 기획국장 스님에게도 얘기했지만 장기간 있다 보니 공양이 문제이다. 대부분 밥차는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을 하는데 거기에서 같이 밥을 먹기도 그렇고, 신도들이 대신 밥을 가져와주는 것도 구설에 오른다. 스님들과 같이 봉사를 하러 온 신도들이 우리가 봉사하러 왔지 스님들 밥해주러 왔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법일 스님은 때문에 종단 차원의 식당차 소유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등에서 식당차를 구입해 평소에는 복지재단에서 위탁운영을 하다가 긴급 사태가 발생하면 보내면 된다”며 “그것이 있음으로써 다른 일을 더 생산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법일 스님은 또 “그동안의 봉사인력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향후 재난구호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여져야 한다”고 제언하며 “요번에는 중구난방이었지만 다음번에는 체계적으로 재난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봉사자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환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진도 현장에서의 지원활동으로 사회적 아픔에 대한 불교의 실천을 명확하게 보였다고 자평했다.

최 사무국장은 “아쉬운 점으로는 세월호 참사 특성상 스님들이 중심이 되어 재가불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팽목항보다는 안산에서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했으나 후원금 사용 등의 문제로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향후 불교계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양 집행위원장은 “진실의 접근을 방해하고 반대하는 사람과 세력에 대해 세월호 가족과 국민과 연대해 진실규명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세월호 진상 활동이 다음 정권으로까지 넘어갈 수 있다고 가정해 세월호 문제에 대응하는 종단적 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 본부장 법일 스님(진도 향적사 주지)과 부본부장 진현 스님(전 쌍계사 주지), 팽목항 법당 도감 원웅, 선일 스님,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최종환 사무국장,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김영주 사회팀장, 아름다운동행 박찬정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은 “돌아가신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은 죽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세월호가 던지는 화두”라며 “세월호 이전의 나와 대한민국이 세월호 이후의 나와 대한민국으로 달라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남은 과제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