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이 뒷받침 되지 않는 수행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 또한 날개 없는 새가 허공을 날려는 것과 같아서 결국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에 불과하다.

붓다 당시 불법(佛法)이 성행하던 인도와, 중국에 전래된 이후의 율장은 환경과 문화 등의 매우 이질적인 요소로 인해 계율을 실천하던 현실적 측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붓다의 율의 정신은 현재까지 승가의 화합과 발전에 초석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본설일체유부필추니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苾芻尼毘奈耶)>(혜안)는 소승 부파의 하나인 근본설일체유부의 비구니 계본이다. ‘필추니’는 원래 ‘비구니’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당나라 의정(義淨) 스님(635~713)이 한역한 것을 저본으로 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보운 스님(중앙승가대 계율학 강사)이 우리말로 번역했다.

의정 스님은 자신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고, 당시 인도불교계의 중심이었던 나란타사(那爛陀寺)에서 이 책을 비롯한 유부율 200여 권을 얻은 것으로 추측된다. 의정 스님은 이 책을 경룡(景龍) 4년(710)에 한역했다.

이 책 제1권에서는 율장이 삼장(三藏) 중에서 으뜸으로, 계율을 무너뜨리지 않아야 최상의 복락을 얻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가섭의 출생과 출가, 세존과의 만남과 수행을 서술함으로써, 대가섭을 통해 부처님 법맥의 정통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제2권에서는 여덟 가지의 바라시가법(波羅市迦法) 가운데 음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제3권에서는 투도, 제4권에서는 살인과 대망어에 대해, 제5권과 제6권에서는 20승가벌시사법을 설명하고 있다. 제7권부터 제11권까지는 서른세 가지 니살기바일저가법에 대해, 제12권에서 17권까지는 180바일저가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제17권에서 제19권까지는 필추니의 바라제목차를 해석하고 있으며, 제20권에서는 바일저제사니법과 중학법, 그리고 7멸쟁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역자 보운 스님은 번역의 정밀함을 기하기 위해 그동안 수집한 대장경을 검토해 서로 비교하면서 작업을 해왔다. 송나라의 <개보대장경>과 <적사대장경>, 금나라의 <조성금대장경>, 명나라의 <홍무남대장경>, <영락북대장경>, 청나라의 <건륭대장경> 및 <대정신수대장경>, 등의 북전(北傳)과 P.T.S본의 의 남전(南傳) 등이 동원됐다.

보운 스님은 “이 번역은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가운데 처음 번역된 율장으로 보다 많은 스님들이 쉽게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면서 “이왕이면 앞으로 남은 율장 번역의 지침서가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672쪽, 38,000원

국역자 보운 스님은?
 
 △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에서 출가
 △ 중앙승가대학교 문학박사
 △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 성보박물관장, 신륵사 거사림회 지도법사,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과 계율학 강사
 △ 논문으로 「한국의 관음신앙에 관한 연구」(박사학위논문) 등 다수
 △ 번역서로 「십송율」 61권, 율장의 주석서인 「살바다부비니마득륵가」 10권,

     「살바다비니비바사」 9권, 「안락집」(상.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