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은 182년 만에 돌아오는 윤달 9월이다.

우리 선조들은 통상적으로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을 덤으로 받은 시간으로 생각하고 일상의 금기에서 해방되는 시간으로 여겼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할 정도이니 윤달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짐작함직 하다.

불교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려시대에는 윤달이면 궁궐에 많은 스님을 모시고 백좌도량을 열거나 대장경을 경찬하며 재난과 액을 물리치는 소재도량을 베풀었다. 또 왕이 사찰에 행차해 불공을 올리고 선왕의 능을 배알하는가 하면 사면령을 내려 죄수를 풀어주고 노인과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음식과 물품을 지급했다.

불교에서는 윤달이 가지는 길과 흉의 양면성보다, 평소 부족했던 마음공부에 힘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행으로 옮기는 의미가 컸다. 지금까지 전승돼 오고 있는 생전예수재와 삼사순례, 가사불사 등의 독특한 불교 세시풍속도 ‘복 짓기’이자 삶을 반추하고 반성하는 자기수행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윤9달을 앞둔 양력 9월, 윤달과 불교 신행생활을 깊이 있게 조명한 책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복 짓기>(아름다운인연)이 나왔다. 최근 <절에 가는 날>로 불교 세시풍속을 소개한 바 있는 구미래 박사가 불교민속학자로서의 재량을 십분 발휘한 것이다.

이 책은 윤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함께 생전예수재와 삼사순례, 가사불사 등 불교 윤달 의례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윤달의 민속은 재가신도들로 하여금 청정한 신심으로 보시를 행하게 해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도록 한다는 것.

살아 있을 때 자신의 극락왕생을 위한 불공을 드리는 생전예수재는 자신의 죽음을 내다보면서 소홀했던 자기수행을 점검하고 선행을 발원하는 의례이다. 또 세 곳의 절을 밟는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삼사순례의 경우 삼보를 찾아가는 길이 곧 자신의 참마음을 찾아가는 발원과 성찰의 길로 행해졌다. 가사불사는 삼보를 섬기며 불교를 꽃피워 나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공덕이 큰 보시로 꼽혔다.

구 박사는 “윤달, 즉 비일상의 시간을 맞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 남을 위해 복을 짓는다는 민간의 심성을 만들었다는 것이 불교가 윤달을 바람직하게 이끌어온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나 하나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듯, 윤달에서부터 진정한 불교의례의 의미가 실천된다면 언젠가 일 년 열두 달이 지극한 신심과 자비로 가득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0쪽,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