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기이 게재했던 칼럼이나 게재 후 선원수좌회 쪽으로부터 "수좌들이 송담 큰스님의 탈종선언이 뜻하는 낙처를 모르는 것이 아니며, 또한 앞으로 큰스님의 뜻을 잘 헤아려 잘 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칼럼을 내려달라는 간곡한 요청에 따라 본의와는 다르게 칼럼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후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수좌회의 행보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송담 큰스님을 불편하게 하는 일련의 행위가 있었다는 소식을 접함에 따라 다시 게재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독자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학종 합장
선문에 일척안(一隻眼)이라는 말이 있다. 선문의 제일서로 일컬어지는 <벽암록>에 나오는 말로, 깨달은 경지에 도달한 이를 지칭한다. 도(道)에 통달한 이를 ‘일척안을 갖췄다’고 하고, ‘명안(明眼)의 납승(衲僧)’을 일척안이라고 부른다. 자유자재하여 무애하고, 모든 것을 조견하는 능력을 갖춘 명안종사를 만나는 것은 백천만겁난조우에 해당된다.
선문에는 또 비슷한 의미의 감파(堪破)라는 말도 있는데, 이 역시 <벽암록>과 <무문관> 등에 나오는 말로 ‘보아서 속내를 알아차린다’는 뜻을 갖고 있다.
“어느 때 스님이 할머니에게 ‘대산 가는 길이 어디오?’ 하고 묻자 할머니가 ‘곧장 가시오’하고 대답했다. 스님이 몇 발짝 가는데, 할머니가 ‘점잖은 스님, 어디로 가는 거요?’ 하고 물었다.
후에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이 사실을 애기하자, 조주 스님께서 말하기를 ‘가만히 있어! 내가 그대를 위하여 이 할머니를 감정해보리라.’하고는 그 이튿날 가서 역시 위와 같이 물으니, 할머니는 똑같은 대답을 했다. 조주 스님 돌아와서 대중에게 말하기를 ‘대산 할머니를 내가 그대를 위하여 감정했노라.’고 했다.”
이에 대해 무문 스님이 평하기를, “할머니가 휘장 속에 앉아서 셈대를 놀릴 줄 알아도 도적을 불러들였음을 몰랐다. 조주 노장님께서 잘 투영하여 무한한 시공간(劫塞)을 관통하는 기지(機智)를 썼으나 역시 대인의 격이 못된다. 잘 점검하면 둘 다 잘못이 있다. 자! 말해보라. 어디에 이 조주가 할머니를 감파했던가?”고 했다. 그리고는 “물음도 같고 대답도 같으나 밥에 돌이 들어 있고, 진흙 속에 가시가 들어 있다”고 칭송했다.
일척안과 감파라는 선문의 용어를 설명한 것은 선문에서 사용하는 대화법의 일단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선문에서 사용하는 대화의 특징은 <신심명>에서 말한 것처럼 ‘多言多慮 轉不相應 絶言絶慮 無處不通(다언다려 전불상응 절언절려 무처불통)’, 즉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더욱 더 (진리에) 상응치 못하니 말을 끊고 생각을 끊으면 통하지 못할 곳이 없다는 의미다.
선가의 대화법은 이처럼 일반 세속의 대화법과는 다르다. 그래서 ‘선문답’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선문답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을 주장하는 선불교의 정신을 실행한 상징체계이므로 일상의 대화와 함께 견줘 따지고 사량(思量)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뛰어난 준마가 얼핏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리는 것과 같다”는 <벽암록>과 <선문염송>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선문에서 말을 놓고 이런 저런 분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근 조계종의 최고 선지식으로 손꼽히는 송담 대선사의 조계종 탈종선언을 놓고 말이 많다. 한국선문을 대표하는 대선사가 단행한 예기치 못한 ‘결단’이니 의견이 분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왜 대선사께서 탈종선언을 해야만 했을까에 대해 교계 안팎의 언론이나 조계종 집행부에서 궁금증을 갖고 그 진의를 파악하거나 추측하는 말과 글을 쏟아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언론은 물론 출가승이라 하더라도 사판의 일을 주로 하는 총무원 집행부에서 진의 파악에 고심하는 것은 크게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수좌 대표라는 분들이 나서 송담 대선사의 진의를 몰라 찾아 나서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교계 한 인터넷 언론에서 “송담스님의 탈종 선언과 관련해 정확한 원인을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에서는 “답답하기는 증명으로 모시고 있는 전국선원수좌회도 마찬가지다. 수차례 인천 용화선원과 원각사측에 면담 요청과 원인을 문의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기사내용대로라면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다. 선문의 수좌들이, 그것도 대표적 선사들이 청천벽력 같은 할과 방을 내놓지 못하고 진의를 찾아 총무원장과 용화사를 무리지어 찾아다니는 것은, 송담 대선사의 탈종선언이 갖는 의미를 이신전심으로 감파하는 일척안을 갖추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닌가.
이것이 송담 대선사의 탈종보다도, 이런 사태를 불러온 한국불교 현실의 암담함보다도 더 참담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채찍의 그림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채찍을 보고도 추상같은 할‧방이 아닌 경위를 알아보러 산문을 나서는 대표선사들의 모습이 이 얼마나 구차한 꼴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