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권획득 물밑 움직임 시작됐다
|
|
2008-11-11 (화) 22:39
|
|
|
|
|
[포커스]종권 획득 ‘물밑 움직임’ 시작됐다
|
2008 11/04 위클리경향 798호 |
차기 총무원장 선거 11개월 앞으로… 설정·자승·법등·정호 스님 등 물망
 |
2005년 10월 31일 치른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
지관 총무원장의 임기 만료일은 내년 10월 31일이다. 원장 선거는 임기 만료 한 달 전에 실시해야 하므로 내년 9월쯤 선거를 치른다. 다음 총무원장 선거까지 약 11개월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선거가 11개월이나 남아 있는 조계종에 벌써부터 종권 획득을 위한 스님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11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중앙종회와 총무원 주변을 중심으로 모종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계종 총무원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상징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권이든 정부든 쉽게 다룰 수 없는 ‘엄청난’ 자리다. 이 자리는 단순히 조계종의 행정 수반을 뛰어넘어 1000만 불자를 거느린 불교계의 대표성을 갖는다. 그 상징적인 예로 경찰이 총무원장이 탄 차량을 무례하게 검문 수색한 것을 두고 벌어진 범불교계와 정부 사이의 갈등 상황을 들 수 있다.
이렇듯 종단을 초월한 범불교계 수장의 자리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리를 놓고 내로라하는 스님들이 각축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실 종단정치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거대 조직을 운영하자면 어차피 정치가 필요하고, 기왕이면 제대로 된 정치력을 갖춘 사판승을 배출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종단이 정치의 계절을 맞을 때면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곳이 중앙종회다. 중앙종회는 국가로 따지면 국회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종회에는 81명의 의원이 있는데, 각기 지역이나 분야에서 활동력과 행정력, 정치력 등을 갖춘 이들이다.
중앙종회 내 4개 종책모임 활동
현재 중앙종회에는 국회에서 정당의 교섭 단체 역할을 담당하는 4개의 종책(宗策) 모임이 활동 중이다. 무차회·화엄회·무량회·보림회인데, 이들은 문중 인연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성한 단체들이다. 이들 계파의 움직임이 어느 방향을 정하느냐에 따라 종단정치의 흐름이 뒤바뀐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수면 밑에서 진행되던 종단정치의 일단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10월 초. 14대 중앙종회 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차기 의장후보로 거론되는 ‘금강회’ 전 회장 보선스님의 ‘무차회’ 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는 11월 6일 열리는 중앙종회에서 선출될 임기 2년의 후반기 종회의장 선거를 앞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 현황은 화엄회 20명, 무차회 15명, 무량회 13명, 보림회 12명, 금강회 9명, 무소속 2명, 비구니 10명으로 분류됐다. 이 중 금강회가 계파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9월 23일 자진 해산하면서 조계종 정치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종책모임 중에 화엄회, 무차회, 무량회는 여권으로, 보림회는 야권으로 분류된다. 금강회가 해체되면서 종회의 계파는 거여소야로 재편됐다. 사실상 야권이 소멸되고, 다수계파와 소수계파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형국으로 전환한 것이다.
 |
설정 스님, 자승 스님, 법등 스님, 정호 스님, 정우 스님, 지선 스님.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
이런 정치 지형의 변화는 내년 총무원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보선 스님이 무차회 행을 단행한 것은 종회의장 자리를 최대 계파인 화엄회로부터 보장받는 대신 총무원장 선거에서 화엄회의 선택을 지지한다는 묵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보선 스님의 무차회 행은 종단정치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그렇다면 내년 총무원장 선거에 어떤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이유로 총무원장 후보에 거론되는 스님은 설정(수덕사), 자승(용주사, 종회의장), 법등(직지사, 호계원장), 지선(백양사 유나), 일면(군종교구장), 명진(봉은사 주지), 정우(통도사 주지), 정호(용주사 주지) 스님 등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총무원장 출마의 의사가 전혀 없다며 펄쩍 뛰는 스님도 없지 않다. 그러나 총무원장 후보는 자의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 지형 속에서 선택(또는 추대)되는 경우가 많아 자의만으로 출마 여부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 시점에서는 유력 후보로는 종회의장 자승 스님이 거론된다. 자승 스님은 최대계파 화엄회 소속으로 보선 스님의 종회의장 선출을 지원하면서 무차회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선거 없이 추대로 차기 총무원장을 세우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설정 스님의 경우는 본인의 출마 의사 여부가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거론된다. 출마를 결심할 경우, 현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을 비롯해 종단 원로·중진 그룹과 일부 계파에서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 지관 스님에게 후보를 양보해 현 원장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비교적 젊은 후보군(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서 한 차례 정도는 선배 그룹에서 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설정 스님이 유력 후보로 급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법 개정이 최대 변수로
법등 스님은 무량회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우선 정치적으로 대척 관계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 보림회와 관계를 개선하는 일이 부담스러워 보인다. 지선 스님이나 일면 스님, 명진 스님, 정우 스님 등은 자체 세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해, 선거를 앞두고 벌어질 각 계파의 합종연횡 과정에서 얼마나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출마 여부가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내년 총무원장 선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스님은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이다. 선방수좌 출신으로 종단정치의 일선에 선 경험은 많지 않지만, 탁월한 인화력과 수행자의 면모, 공사를 엄격히 구분짓는 철저한 원칙 등으로 교계의 시선을 점차 모으고 있는 스님이다. 정호 스님은 자승 스님·종상 스님 등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화엄회에서 후보로 옹립할 경우 의외로 폭넓은 지지세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선방의 지지, 용주사 주지직을 수행하며 보여온 신중하고 원칙 있는 행보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가 많아 예상 밖의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망은 물론 현행 선거법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총무원과 일부 종책모임에서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선거법 개정론이 구체화할 경우, 선거판 전체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조계종 기획실장으로 부임한 장적 스님은 현행 선거법으로 치른 몇 차례 선거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해 국민적 지탄을 받은 점을 상기시키며, 선거법 개정에 착수하겠다는 소신을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최근 밝힌 바 있다. 어떤 경우라도 더 이상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이 생길 경우 불교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며, 따라서 선거법은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법 개정은 아직 총무원장 선거일이 많이 남아 있을 때, 또 현 총무원장이 차기 원장 선거에 도전할 의사가 없을 때 이뤄져야 하며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 장적 스님의 주장이다.
이 경우 선거법 개정 방향은 선거인단을 대폭 줄이는 방안, 승랍 10년 또는 20년 이상의 전 승려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점쳐진다. 어떤 경우든 금권선거로 인한 폐해를 막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일부 계파에서는 선거법 개정에 대해 구체적인 스터디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9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정치가 본격화하고 있는 조계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교계 안팎의 시선이 견지동 45번지로 쏠리고 있다.
이학종<미디어붓다 대표기자>
대표기자 이학종 입니다. <위클리 경향>에 기고했던 글인데, 많은 분들이 미디어붓다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제 칼럼 란에 게재합니다. |
기사에 만족하셨습니까?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