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자연공원법은 헌법을 위반한 법이므로 폐기해야 마땅하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이 또 한 번 ‘폭탄발언’을 했다. 자연공원법 일부조항의 개정안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에 앞서 법의 위헌성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한창 일 무렵, 경찰이 촛불을 막기 위해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았을 때 명박산성은 문화재 옆에 설치한 구조물이므로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그다. 당시 그의 주장은 민주당 천정배 의원에 의해 국정감사장에까지 거론됐다. 당시 천 의원은 황 소장의 주장을 인용 “명박산성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고종황제 즉위 40년 기념 칭경비전'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설치됐을 뿐 아니라 컨테이너 10개를 쌓아 붙였고 표면에 인화 물질까지 바른 철제 구조물이어서 붕괴와 화재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기에 따라선 다른 시각이 있을 수도 있지만 황평우 소장의 주장을 선입견 없이 보면 매우 타당한 면이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번 자연공원법의 헌법위반 발언이 나온 곳은 국립공원제도개선시민위원회가 개최한 ‘자연공원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의 환경부 제출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논평 자리에서다.

황평우 소장이 자연공원법이 위헌이라며 제시한 근거를 살펴보자. 황 소장은 헌법 제9조의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제시한 후, 서구적, 개발적, 이용적 시각에 근거해 제정된 자연공원법은 헌법정신에 배치되는 법률이므로 폐기가 마땅하다고 논리를 전개해 나갔다.

“자연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정서와 개념은 역사와 문학, 철학을 두루 포함하는 인문학적 성격이 매우 강하며, 문화적이고, 심지어 제의적(祭儀的)이기까지 하다. 더 나아가 종교적 대상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경외적 시각이 한국 사람들의 전통적인 자연관이다. 개발, 이용, 구획을 통한 파괴 등의 국민 심성과 동떨어진 개념에서 제정된 법률은 따라서 위헌이고 폐기돼야 맞다.”

황평우 소장은 자연공원법의 위헌 주장과 함께 공원관리 부서의 이전도 아울러 제안했다.

“환경부는 그들의 고유업무인 정책수립만 하면 된다. 물과 공기를 관리하는 방법을 수립하면 되는 것이지 법을 개정해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개발을 하는 것에 환경부가 왜 나서나. 그런 정책은 환경부가 아닌 국토해양부가 하는 일이다. 차제에 공원 관리는 문화적 측면, 역사적 측면을 다루는 문화부가 담당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산림청을 문화부 산하기관으로 두어서 종합적 관리가 되어야 한다.”

주로 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문화계의 암행어사, 문화지킴이에서 그 반경을 자연환경까지 넓힌 황평우 소장의 종행무진 행보의 끝이 어딜 지, 그의 발끝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꽤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