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불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연보전지구인 지리산 국립공원 왕시루봉에 위치한 ‘선교사 별장’은 모두 12동으로 임야 및 건축물은 교육부 소유이고 서울대학교가 위탁관리하고 있다. 이 건축물은 1962년 인요한(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의 부친인 휴린튼 선교사 일행이 서울대와 협의해 건립한 휴양시설로 공원지정 이후인 1972년 문교부(현 교육부)로 건물등기 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남부사무소는 2007년 서울대학교에 선교사 별장 철거요청을 했으며, 같은 해 서울대학교가 서울대학교 학술림에 철거계획을 알린 바 있으나 현재까지 존치되고 있다.
아울러 (사)지리산기독교유적지보전연합이 이 시설을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 신청해 추후 근대문화재분과의 현장방문과 분과회의가 예정됐다.

개신교 측이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 모습. (사진=화엄사)
지난 5월 화엄사를 비롯한 지리산권 사찰들이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 철거를 촉구했한데 이어 6월 10일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 스님)는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 철거와 지리산 원형 복원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환경위원회는 “최근 역사성과 전통성 등 그 어떤 유산적 가치도 미비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왕시루봉지역의 선교사건물에 대한 문화재지정요청은 지리산 국립공원지역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환경위원회는 “자연보존지구 내에서는 종교단체의 시설물중 자연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의 기존 건축물에 대한 개축, 재축행위만 가능한 실정이나 선교사 별장시설은 국유(교육부) 재산으로 등재되어 종교단체 시설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불법으로 위성TV와 태양광 집광판을 설치하는 등 무분별하게 지리산국립공원내 자연보존지구를 훼손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위원회는 “선교사 별장은 등록문화재 등록기준인 ▲근대사의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 ▲지역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되고 가치가 널리 알려진 것 ▲기술 발전이나 예술적 사조 등 그 시대를 반영하는 데 가치가 있는 것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다”며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 국립공원과 우리 시대의 자연유산을 손상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문화재청의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신교 측은 ‘선교사 유적지’가 근대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6월 4일 환경의 날 논평을 통해 “지리산 왕시루봉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선교사들이 발병기(發病期)인 여름철이면 사용했던, 화려한 별장과 휴양지와는 거리가 먼, 오두막집 식 피난처”라며 “불교계 탐사단은 근대 문화재에 대한 이해도 없이, 선교사 유적지의 세계 건축 양식들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트집을 잡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불교계는 더 이상 문화재청이나 환경부 그리고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소관을 놓고, 불교가 마치 지리산의 주인처럼 행세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지금은 불교가 흥행하던 고려시대나 기독교가 없었던 조선시대가 아니다. 21세기 현실에 맞는 ‘화합’과 ‘상생’의 시대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